언어 적응 훈련
우리집 사람은 조선족 특유의
억양 때문에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눈물겹게 받았다. 이것은 탈북민들과
조선족이 공동으로 겪는 설음이며 아픔이기도 하다.
어떻게 찾은 조국인데, 조국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는 것은 내
자존심이 용납되지 않았다. 나는 조국에서의 이방인이
되지 않기 위하여 귀국한 그날부터
언어적응훈련에 하루도 소홀하지
않았다.
나의 언어적응훈련에서의 최고의
교사는 바로 라디오였다.
라디오는 티비보다 내용도 충실하고 머리맡에 놓고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고치려 노력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 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일없다는 말이다. 일없다는 말의 뜻은 괜찮아요
다. 한국인들이 괜찮다는 말을 많이 쓰는 것처럼 일없어요는 조선족과 북한 사람들이 많이 쓰는 용어다. 물론 한국 사람들도 일없어요란 말을 가끔씩 쓰지만 뜻은 완전히 달랐다.
사전적으로 보면 일없다는 걱정이나 개의할 팔요가 없다, 또는 소용이나 필요가
없다로 나온다.
일없어요란 말은 중국어에서 유래
된 것 같다. 우리가 괜찮다는 말을
많이 쓰는 것만치 중국인들은 메이쓰没事란 말을 많이 쓴다. 메이쓰没事란 말을 번역하면 바로 일없어요가 되는 것이다. 습관이 천성이 된다는 말이 있다.
천성으로 굳어 버리다 싶이 된 말을 고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그러나 결심을 단단히 하니 천성도 고쳐지더라.
나는 회사 경비직을 그만 둔 후 여기 저기서 일당으로 전전하다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직업이 아파트
경비원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진짜 한국인 행세를 했다. 누가 고향이 어딘가고 물으면 나는 강원도 속초라고 말했다. 그 이상의 질문에도 나는치밀한 각본을 짜놓았기에 그 누구도 나를 조선족으로 의심하지 않았다. 나는 성실함을 인정받아 반장
노릇도 하게 되었다. 내가 자랑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짜 한국인으로 살게되었다는 것을 설명 하기 위한 것이다. 뉴스에 가끔씩 아파트 경비원들의 참혹한 현실이 보도되고 있다. 아파트는 주인이 많다. 한 주인을 섬기기도 버거운데 많은 주인을 섬긴다는 것은 더욱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요령만 서면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었다.
경비를 오래 서다보니 나는 황금율 같은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어느 동이나 한 두명의 개성이 강한 주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돌덩이가 이니다. 아무리 얼음장 같이 차가운 사람일지라도 친절을 베푸니 다 녹아 내리더라.
이렇게 어느 아파트 동마다
있는 한 두 사람만 내 사람으로
만들면 일하기가 훨씬 쉬웠다.
그 덕분에 나는10여년의 경비 생활을무리없이 잠 감당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