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학년부장님이자 같이 책 쓰는 동료인 선생님이 나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보내셨다. 올해 처음 오셔서 나와는 한 학기 함께한 셈이다. 내가 구독해 두고 잘 보지 않던 유튜브 링크 중 동화 쓰는 방법에 대한 팁을 알려주는 영상 링크와 함께 이런 메시지를 보내셨다. ‘한 학기 동안 선생님을 지켜보면서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리자면 선생님은 동화를 쓰시는 게 어울릴 것 같아요. 그래서 추천해 드립니다.’하는 애정 어린 메시지였다. 선생님의 마음이 너무 고맙기도 하고, 그동안 사실 성인을 위한 소설을 쓰려면 너무 과격하거나 연애사건이 들어있거나, 아니면 현실의 고뇌를 담아야 하는데 아르바이트 한 번 해보지 않은 나의 경험은 전무한 상태여서 교사가 주인공인 소설 말고는 쓸 게 없다는 생각에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여서 선생님의 조언이 너무 반가웠다. 오랜만에 보는 유튜브 영상이 반가웠는데 그분이 이 책을 소개하시면서 내가 좋아하는 이현 작가님을 언급했다.
이현 작가님을 만난 적이 있다. 몇 안 되는 작가와의 만남 중 한 경험이다. 그동안 만난 작가라면 디지털대 교수님들을 제외하고는 은희경, 정유정, 백영옥, 그리고 이현 작가님이 전부이다. 그래서 이분들은 나에게 각별하게 남아있다. 특히 이현 작가님은 어느 학교에서 있었던 행사에 참여했다가 만났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다. 너무 평범해 보이는 아이 키우는 엄마의 모습, 바로 나의 현재와 닮아있는 그녀는 부스스한 얼굴로 하루 종일 글을 쓰는 나에게는 부럽기 그지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이 책에는 그녀가 등단 후 10권이 넘는 책을 썼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읽은 건 그중 시리즈 하나와 소설 한 권 정도이다. 그녀만의 기발함과 이야기 짓는 능력이 돋보였던 책들이었다.
이 책은 동화를 써 온 그녀가 중요한 동화 창작 팁을 알려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동화는 소설에 비해 아이들을 독자로 한다. 작가는 내포 독자를 구체적으로 떠올리며 글을 쓰라고 하였다. 딸을 위해 말괄량이 삐삐 이야기를 만들어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처럼 글을 읽을 주된 독자를 염두에 두라는 뜻이다. 막연하게 초등학생, 13살 아이가 아닌 구체적인 독자를 마음에 둔 경우 글이 더 잘 써질 수 있다는 그녀의 경험담이 설득력 있었다.
주인공이 고난을 겪는 건 좋지만 지지리 궁상이거나 너무 팔자가 사나운 건 피하라고 한다. 온갖 고난을 겪으며 어둡기 그지없는 주인공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 테니까. 간결한 뼈대를 완성한 다음에는 디테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야기는 단순해, 하며 말을 꺼내는 영화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속에 숨은 수많은 디테일 때문일 것이다. 문장도 좋아야 하고, 그 속에 담긴 여러 사연은 개연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내가 읽은 적 있는 ‘로봇의 별’을 7번 정도 손을 봤다고 한다. 그만큼 퇴고를 하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책 한 권, 소설 하나를 완성하기 위한 필수 코스이자 고난의 시간이다. 나도 퇴고를 하고 싶다. 반쯤 쓰고 내려놓은 책을 이제 완성해야겠다. 그리고 갑자기 이 책을 읽다가 동화가 아닌 소설이 하나 어렴풋이 떠오른다. 이 생각들을 놓치기 전에 큰 공책에 첫 문장과 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들을 적기 시작했다.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