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을 담고 덮음이여, 눈 멀고 귀 어두우며
모든 흐름을 끊고 끊음이여, 손은 춤추고 발은 뛰논다.
파도를 따라가고 물결을 쫓음이여, 일만이천 봉우리요
한 화살이 세 관문을 뚫음이여, 시월 상사로다.
알겠느냐?
저편 일천 성인 밖에 손 놓으니
돌아오는 길에 불 속에서 연꽃이 핀다.
운문스님에게 어떤 중이 물었다.
"나무가 마르고 잎이 떨이질 때는 어떠합니까?"
"몸이 가을바람에 드러났느니라."
바위꽃의 꽃가루여 벌집에 꿀이 되고
들풀의 무성함이여 사향노루 배꼽에 향기를 만든다.
설두현 선사가 송하였다.
물음에 이미 종취가 있으며 답도 또한 같으니
삼구를 가릴 수 있고 한 화살이 허공을 날은다.
큰 들이여 시원한 바람이 선들선들 불고
높은 하늘이여 성긴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그대 보지못하였는가?
소림에 오래 앉아 돌아가지 못한 나그네가
웅이산 한무더기 숲에 고요히 의지하였음을.
밤시내 금빛 물결에 계수나무 그림자 뜨고
가을바람 눈송이가 갈대꽃을 싸는구나.
황룡신 선사가 상당하여 이 법문을 들어 말하였다.
"못난 운문이 경계 위에 얽매였다. 운암은 곧 그렇지 않으니
'나무 마르고 잎 떨어진 때 어떠한가?' 하면
'산호 가지마다 달이 걸렸다.' 하리라."
화관 쓴 무당은 금방울을 흔들고
나무칼 든 신선은 제단에 오른다.
육왕심 선사가 염하였다.
"운문은 사람에게서 반근을 얻고 그대에게 팔량을 갚으니,
저울눈을 착각함을 면치 못한다. 육왕은 오늘 또한 어떠한가?
오동잎 성기니 가을 달이 밝고
석련꽃 떨어지니 물향기 맑구나."
석호는 소리지르며 날아 하늘로 오르고
진흙소는 뛰어 달아나 바다로 들어간다.
송원선사가 상당하여 이 법문을 들어 주장자를 잡고 말하였다.
"운문은 도적의 말을 타고 도적을 쫓으며, 도적의 칼을 빼앗아
도적을 죽인다고 말하겠다. 다만 모든 사람이 이렇게 알아서는
안되니 어찌하여 그런가?
목숨이 실끝에 달린 것과 같다."
단청한 누각에 밤새도록 생황과 노래소리 뒤끓고
구름에 누운 사람은 일천 봉우리 속에 있구나.
대중들이여, 두 셋의 좀도둑이 남쪽을 북쪽이라 하고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여, 모든 중생의 눈을 멀게 한다.
홀연히 어떤 사람이 산승에게 묻되, '나무 마르고 잎 떨어진 때는
어떠합니까?' 하면, 그에게 말하되, '옴 마니다니 훔 바탁 이로다'
하리니, 말해보라, 고인과 더불어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한참 묵묵한 후에 말씀하였다.
늠름하고 신기로운 위엄이 우뢰를 쫓아버리니
사해 팔만이 서울에 조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