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씁니다.
갑자기 저희 앞에서 멈추어 서버린 벤 한대... 그리고 그녀의 한마디에 전 경직되었습니다.
"아빠".... 잠깐 정신줄을 놓았다가 이내 다잡고 얼른 인사를 합니다
"안녕하세요" 고개를 한번 끄덕이시고는 그녀에게 다다가서 이야기를 합니다.
분위기가 딱히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그것도 그런게... 딸이... 남자와 손을 잡고 걸어가는걸
그것도 외국인 남자와...
보셨으니 말입니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저에게 물어봅니다.
"아빠가 집으로 가자고 하셔..." 하...
"그래... 알겠어 아버님 말씀을 들어야지"
"너도 같이..." 응? 나도?
그때는 몰랐지만 수빅과 올롱가포는 한때 미군덕분에 유흥이 발달하였고 그 뒤로는 한진 중공업 덕분에
외국인... 그리고 특히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정말 안좋았다는걸 말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집안이 상당히 보수적인것도 한몫 거들기도 하고 말입니다.
처음에는 졸지에... 코 꿰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오만가지 안좋은 상상을 했지만...
앞으로 계속 만날려면 넘어야 할 산이라면 물러서지 말자는 생각에 알겠다고 했습니다.
차분한 마음으로 벤에 올라섰고 창밖을 보면서 긴장감을 풀었습니다.
그사이에 아버님은 어머님께 전화를 하셨고... 대충 상황 설명을 하시는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그녀의 집.... 솔직히... 그렇게 멀줄은 몰랐습니다.... 처음 가보는 것도 있지만
계속 산을 타고 올라가는게... 무서웠다는....
집에 들어가니... 카타르에서 일하던 오빠가 마침 1달간 휴가를 내고 집에 와있었고...
그리고 같이 사는 사촌 두명... 그리고 동생과 어머니...
아무 말없이 묵묵히 저녁을 차리고 사람은 많지만 누구하나 저한테 말을 거는 사람이 없던...
무거운 분위기속에서 그녀는 저보고 밥 먹자고 하더니 밥을 덜어서 저에게 줬습니다.
우리 밥먹은지 불과 2시간도 안지났는데 말입니다. 배부른데...
그래도 한국은 원래... 동방예의지국 아니겠습니까... 노인공경 웃어른부터 식사를 하는게 우리 예절이기에...
부모님도 안드셨는데 먼저 어떻게 먹냐고... 한국에선 예의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니
내내 굳은 얼굴로 계시던 어머니꼐서 웃으시면서 필리핀에선 어린아이 그리고 성장기인 청소년부터 먹고 난 다음에
부모들이 먹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깨작 깨작 거리면서 먹는것보단 이왕 먹는거 맛있게 복스럽게 먹는게 차린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좋겠지...
라는 생각에 먹었습니다. 정말 이때 배불러 죽는 줄 알았습니다.
밥을 다 먹고 그릇을 치울려고 하니 그러지 말라고 앉아있으라고 하더군요.
그리곤 그녀의 오빠가 레드홀스를 한병 까서 저에게 마시라고 주더군요. 하... 배부른데....
마당으로 나와서 레드홀스를 마시면서 담배를 어디서 피냐고 물어보니까 그냥 여기서 피라길래 뭐....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나쁘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시간은 흘러가고...
어느덧 시간은 밤 11시가 다 되어가고 저는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였습니다..
호텔에 어떻게 다시 가지... 보아하니 택시도 안다니는것 같은데... 앞이 막막해져만 가고
그때 밤이 늦었다면서 피곤한데 가서 쉬라고 태워다 주시겠다고 하시는 아버님의 말씀에 한시름 놓고...
근데... 문제는... 오빠는 술을 마셔서 운전을 못하고 아버님은 밤에는 눈이 안좋으셔서 운전이 불가....
그녀는 면허증이 없음...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운전은 누가?
여동생이 한답니다... 몇살? 18살... 뭐???
정말 여동생이 운전을 하고 아버님은 옆좌석에 타시고 저희는 뒤에 타고 그렇게 호텔로 출발...
아직 학생면허라 역시나 운전이 서투른...
우여곡절끝에 호텔에 도착하고... 그때 아버님이 내일 자기 요트를 구경시켜주겠다고 괜찮겠냐고 물어보시길래
흔쾌히 감사하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것도 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집사람 부모님이 절 좋게 보신건 어른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밥을 먹고 난 다음에
그릇을 치우던 모습에 마음을 여셨다고 하시더군요...
중간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지하게 물어보셨습니다.
순간의 감정으로 자기 딸에게 상처와 아픔을 줄꺼면 만나지 말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전 아직은 무슨 감정인지 확신할수는 없지만 한두달 내에 다시 와서 그 감정을 확인하고
그때 제가 그 감정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이것도... 이때는 그리고 지금도...한국인이 한국으로 갔다가 안돌아오는 경우가 흔한 케이스라 믿지를 않으셨더군요.
그렇게 길고 긴장했던 하루를 마무리하고 담배 한대 태우는데 문자가 왔습니다.
"잘자... 그리고 오늘 우리 가족을 존중해줘서 고마워" 리스펙 이라고 문자가 왔는데 전 저렇게 해석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정말... 아버님이 호텔로 절 픽업하러 오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