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고산로 73 1층 (한경면 고산리 2634-9번지)
월요일 휴무
064-773-7778
주차장 없음 (골목주차)
고산포구(자구내포구)를 품고있는 당산봉 옆에 위치해 있는 한경면 고산리 옛날국수집을 방문했다.
가게안은 만석이라 우선 밖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분명 처음 방문하는데 낯설지가 않다.
하귀 옛날국수집과 모든 운영을 똑같이 하고 있다. 메뉴와 가격이 동일할 뿐만 아니라 가게운영 마인드가 똑같아서 궁금했다.
분점을 내신 건가? 그러기에는 손글씨까지 똑같은 장난끼 많으신 사장님의 유머스러움이 깊이 묻어나서 의아스러웠다.
그런데 하귀 옛날국수집에서 언제부터 보이지 않으시던 반가운 사장님이 바로 여기에 와 계셨다.
2022년 2월 3일부터 하귀 옛날국수집과 고산 옛날국수집 모두 똑같이 1,000원씩 가격이 인상되었다.
잔치국수 5,000원
비빔국수 5,000원
콩국수 7,000
사장님이 육지에서 30년 정도 음식장사를 했었고 2015년 말쯤 애월읍 하귀리에 옛날국수집을 개업했다.
제주도가 좋아서 정착해 살려다보니 하게 된 거란다. 단순히 돈 벌려고 하는 장사가 아니다.
메뉴는 단촐하다. 잔치국수와 비빔국수, 그리고 여름엔 콩국수까지 딱 3가지
제주와서 살면서 가장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걸 고민하다 정한 거라고 한다.
주변에 밭일 하시는 어르신들 중간에 참으로 드시라고 가격도 좀 낮추고...
단촐한 메뉴지만 아주 짧은 시간에 가게가 자리를 잡고 유명해진 것은 아주 단순한 이유에서다. 바로 어마어마한 국수의 양이다.
보통그릇의 지름이 20cm인데 곱배기 그릇은 지름이 27cm이고 그릇의 깊이까지 고려하면 감히 먹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양을 이렇게 많이 주는 것에 별다른 이유는 없다.
시골 출신이라 어릴 때 좀 먹는 게 힘들었던 시절 생각도 나고 주변 어르신들을 위해서 그냥 많이 드리는 거란다.
사실 장난끼 많은 사장님이 이렇게 손님들을 괴롭히는 것을 재미있어하시고 즐거워하신다.
곱배기는 도전용이다. 성공해도 오천원을 내야하고 실패하면 만원을 내야한다.
다 먹으면 공짜라고 하면 상술이 될까봐... 그냥 양이 많은 손님들을 위해 원 없이 마음껏 드시라고 하는 이벤트란다.
그런데 쯔양이나 맛있는 녀석들 출연자들에게 도발을 하시는 것 보면... 어느정도 상술은 염두해 두신 듯 하기도...
맛있는 녀석들 출연자가 많이 바뀌었으니 수정을 해야할 듯....
준현, 세윤, 민상, 민경 중에서 준현이 빠지고 김태원과 홍윤화가 들어왔다가 하차하고 세윤과 민경이 빠져 이젠 민상만 남았다.
2023년 4월 20일에 발표된 "맛있는 녀석들" 새로운 멤버는 유민상 외에 데프콘, 이수지, 김해준이다.
1인분 국수의 양도 만만치가 않다. 2인분 곱배기를 먹는 건 그야말로 인간문화재에 해당된다.
그 중 곱배기 도전 성공자가 있었으니... 바로 나다. (깨알 자랑)
음식맛은 소름 끼칠 맛도 아니고 흔히 생각하는 일반적인 맛과 별반 차이가 없다.
잔치국수 육수에 각종야채와 국내산(여수, 통영, 거제) 멸치만을 사용한다는 것과
비빔국수 소스에 기분나쁜 단맛을 주는 설탕 대신 개발한 효소로 대체해서 사용한다는 것이다.
화학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건강을 걱정하는 사장님의 고집이 느껴지는 부분이자 오해의 소지가 있다.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으니 보통의 잔치국수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감칠맛이 빠져있다. 대신 간장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잔치국수를 전통적인 요리라고 착각하기 쉬운데... 우리 조상들이 잔치 때 먹던 것은 메밀로 만든 면이었다.
소면은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다. 멸치 육수는 일본의 국물용 건어물인 니보시(煮干し)를 사용한 요리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조선의 육수 레시피는 고기를 삶은 육수에 간장을 넣어 만든 육수장국이 주된 국물이거나 김치국물을 주로 육수로 사용했다.
잔치국수가 보급된 것은 해방 이후 미군정이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이 지원해주는 대량의 밀가루를
일본인들이 두고 간 소면 제조 공장이나 건멸치 제조 공장을 이용해서 만들어 낸 재료들이 결합해서 만든 음식이다.
그래서 멸치국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먹기에 간편한 음식이니만큼 인스턴트 식품으로도 개발이 많이 되었다.
보통 잔치국수를 먹을 때 우린 바로 그 익숙한 인스턴트 국물 맛을 기대하는 데 제주도 옛날국수집에서는 그 맛을 뻰 것이다.
또 하나는 잔치국수는 온도가 중요한 음식으로 너무 뜨겁게 내어서는 안 된다.
잔치국수의 다른 이름이 온면(溫麵)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면을 삶은 후 찬물에 식히거나 따로 놔둬 식혔다가 적당히 뜨거운 멸치육수에 담아 내어
먹기 좋은 따뜻한 온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뜨거우면 맛이 밍밍하고 맛이 없다.
그런데 인스턴트 잔치국수 육수는 라면처럼 끓이니 아주 강한 맛을 내기 위해 엄청난 화학조미료를 때려붓는다.
이때만 해도 잔치국수, 비빔국수, 제주산 콩국수가 나란히 4,000원씩 동일한 가격이었다.
그런데 제주산 콩국수의 인기는 특별했다.
일반 콩국수의 경우에 콩을 갈아서 얼음을 띄워주기 때문에 얼음이 녹으면서 첫맛과 끝맛에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맛이 처음과 끝이 똑같을 수 있도록 콩국 자체가 살얼음 상태로 나온다.
그리고 콩국이 죽이라고 해도 될 만큼 진하다. 당연히 옛날국수집에는 콩국수 매니아들이 생기게 되었다.
전주의 크리미한 살얼음의 베테랑 콩국수가 인기를 얻은 것과 마찬가지다.
보이는 가격에서 2022년 2월 3일 천원씩 올랐으니까 예전가격으로 따지면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는 천원이 오른거지만 콩국수는 3천원이나 오른 셈이다.
그런데 3월이라 혹시나 크게 기대는 안했는데... 다행히 콩국수를 개시했다고 해서 고민없이 바로 콩국수를 주문했다.
완전한 오픈주방이다. 요리하는 입장에서 오픈주방이면 신경써야할 것이 많은데... 사장님은 오히려 즐기시는 듯한 모습이었다.
손님들도 먹고나면 쟁반과 그릇을 반납하며 일손을 돕는다.
손님들이 빠지면서 레트로 감성이 가득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최애 메뉴 제주산 콩국수가 김치와 함께 나왔다. 보자마자 웃음이 나오는 비주얼이다.
진한 콩물도 인상적이지만 끝까지 함께 머무른 얼음알갱이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박여사가 주문한 비빔국수도 함께 나왔다.
개발 효소가 첨가된 비빔장은 잔치국수 육수와 함께 따로 나온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이런 레트로 뿜뿜 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먹어볼까?
보통 4월에 개시하는 콩국수를 이렇게 3월 방문에서 먹을 수 있는 예상치 못한 행운에 감사했다.
사장님이 무심히 따뜻한 잔치국수 육수를 한그릇 내어주신다.
"차가울까봐..."
배려심도 깊으시구나!
원산지
국수: 국내산
멸치: 여수, 거제, 통영
무: 제주산
대파: 제주산
양파: 제주산
배추: 중국산
쪽파: 제주산
고추가루: 중국산
콩나물: 제주산
김가루: 국내산
난 다 먹었는데... 박여사는 반도 못먹었다.
"배불러 자기가 좀 먹어주면 안돼?"
"나도 배부른데... 어쩔수 없지. 이리줘봐."
사실 그럴려고 빨리 먹은거야. 비빔국수가 먹고 싶어서...
사장님이 밖에서 가지치기 하시느라 바쁘셨다. 일당백으로 일하시는 듯...
밭일 아침 참이나 점심 포장도 해 주신다고 한다. 예약하면 미리 준비하신다고... 010-3088-2973
영업시간이 그래서 따로 없고 해뜰때부터 해질때까지이다. 다만, 재료소진시 일찍 닫는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아무래도 관광객 장사보다는 동네 어르신을 위한 집이기에 아마도 눈치껏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제주도에서는 잔치국수가 뭍에서와는 달리 고기국수였다고 한다. 1970년대부터 제주의 향토음식으로 알려져 유명해졌다.
제주도 곳곳에 국수집이 많이 생겼다.
이곳은 고기국수를 판매하지 않는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잔치국수와 시원한 콩국수를 핀매하는 옛날국수집 두 개쯤은 제주도에 있어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