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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대고축(債臺高築)
빚의 누대를 높이 쌓다는 뜻으로, 빚이 지나치게 많은 상태를 비유하는 말이다.
債 : 빚 채(亻/11)
臺 : 대 대(至/8)
高 : 높을 고(高/0)
築 : 쌓을 축(竹/10)
출전 : 한서(漢書) 제후왕표서(諸侯王表序)
빚이 너무 많으면 갚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뜻하는 말로 한국에서도 지난 1990년대 후반, 외채를 갚을 길이 없자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IMF에 급전을 꾸어 쓰면서 국민들이 고통을 감내했던 시기에 이 사자성어를 떠올리곤 했다.
중국의 주(周)나라는 서주(西周)와 동주(東周)로 구분하는데, 동주의 시대는 주나라의 권위가 쇠퇴하여 제후들이 각축한 춘추전국시대를 말한다.
주나라의 마지막 천자인 난왕은 나약하고 무능하여 명목상으로만 천자였을 뿐, 제후들이 그의 통치를 따르지 않았다.
제후국들 가운데 진(秦)나라가 가장 강성하여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일이 잦았다. 이에 초(楚)나라 왕은 천자인 난왕에게 다른 제후국에 동원령을 내려 함께 진나라를 정벌할 것을 요청하였다.
천자의 자리를 위협받던 난왕은 이에 응하였으나, 재정이 궁핍하여 부호들에게 경비를 빌려야만 하였다.
난왕은 진나라 공격에 나섰으나, 초나라와 연(燕)나라를 제외한 제후국들이 동조하지 않아서 결국 진나라 정벌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자 전쟁 경비를 빌려 주었던 부호들이 궁궐로 몰려와 난왕에게 빚을 갚으라고 요구하였다.
이에 난왕은 빚쟁이들을 피하여 궁궐 안의 높은 누대에 숨어 지냈는데, 주나라 사람들이 그 누대를 도채대(逃債臺) 또는 피채대(避債臺)라고 불렀다.
이 고사(故事)는 한서(漢書)의 제후왕표서(諸侯王表序)에 실려 있다. 여기서 유래하여 채대고축(債臺高築)은 빚이 갚을 길이 없을 정도로 많은 상태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오늘날 흔히 말하는 '빚더미에 올라앉다'라는 표현과 같은 뜻이다.
채대고축(債臺高築)
빚은 무섭다. 채무는 자유로운 인간을 노예로 만든다는 서양 격언이 있다. 우리나라의 속담 빚진 죄인이 더 명확하게 와 닿는다.
빚진 사람은 빚 준 사람에게 죄인이나 종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구속받게 됨을 바로 표현했다. 그런데 누대처럼 높이 빚이 쌓였다면 견디지 못하고 압사한다.
빚이 갚을 길이 없을 정도로 많은 상태를 말하는 이 성어는 주(周)나라 왕의 이야기이니 고금 없이, 지위고하 없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중국 고대 삼대(三代) 왕조 하상주(夏商周) 중의 마지막 주나라는 말기 평왕(平王) 때 이민족의 침입을 피해 낙양(洛陽)으로 천도했다. 이때부터 동주(東周)시대라 하고 춘추시대(春秋時代)가 시작된다.
그러지 않아도 제후들이 왕의 권위를 하찮게 보고 있는 판국에 마지막 왕 난왕(赧王)은 나약하고 무능하기까지 했다.
각 제후국들은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다투는 중 진(秦)나라가 개혁개방을 통해 국력이 강해지자 자주 다른 나라를 괴롭혔다.
이때 초(楚)나라 왕이 다른 제후국들과 힘을 합쳐 진나라를 정벌하자고 난왕에게 건의했다. 자신의 자리까지 위협당할 것을 두려워 한 난왕은 공격을 명했다. 국력이 약해진 터라 군비조달이 문제였다.
부호들에게 전쟁이 끝나면 높은 이자를 주기로 하고 빚을 얻어 군사를 동원했지만 그나마 초와 연(燕) 두 나라밖에 응하지 않았다. 정벌은 수포로 끝나고 빚만 남아 부호들이 갚으라며 궁궐로 몰려들었다.
난왕은 빚쟁이들을 피하여 궁궐 안의 높은 누대에 숨어 지냈다. 주나라 사람들은 그 누대를 도채대(逃債臺) 또는 피채대(避債臺)라고 불렀다. 이 이야기는 한서(漢書) 제후왕표(諸侯王表)에 실려 전한다.
▶️ 債(빚 채)는 ❶형성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债(채)는 간자(簡字), 責(채)는 고자(古字), 责(채)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억지로 취(取)하다의 뜻을 갖는 責(책, 채)로 이루어졌다. 責(책; 꾸짖다)과 구별(區別)하여 주로 금전(金錢)의 貸(대), 借(차)의 뜻에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債자는 ‘빚’이나 ‘부채’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債자는 人(사람 인)자와 責(꾸짖을 책)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責자는 가시가 돋친 돈을 그린 것으로 이전에는 ‘빚’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남에게 빚을 지게 되면 항시 독촉을 받게 된다. 그래서 責자는 후에 ‘꾸짖다’나 ‘나무라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責자가 이렇게 ‘꾸짖다’라는 뜻으로 바뀌면서 지금은 여기에 人자를 더한 債자가 '빚'이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債(채)는 ①빚 ②부채(負債) ③빌려 준 금품(金品) ④빌려 줌 ⑤빌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빌린 것을 다시 되갚아야 하는 의무를 채무(債務), 빌려서 씀을 채용(債用), 빚진 돈을 채전(債錢), 빚을 준 임자를 채주(債主), 너무 졸라대는 빚쟁이를 미워하여 일컫는 말을 채귀(債鬼), 빚진 돈머리를 적은 장부를 채장(債帳), 남에게 빚을 짐 또는 그 빚을 부채(負債), 개인 사이의 사사로운 빚을 사채(私債), 점을 쳐 준 값으로 점쟁이에게 주는 돈을 복채(卜債), 빚을 줄임을 감채(減債), 빚을 놓음을 방채(放債), 빚을 갚음을 보채(報債), 빚을 청산함을 청채(淸債), 빚을 다 갚음을 탈채(脫債), 빚이 없는 데 있는 것으로 여기고 갚는 일을 일컫는 말을 비채변제(非債辨濟), 조선시대에 벼슬아치가 그의 관내 주민에게는 이자를 받고 돈을 꿔주던 일을 일컫는 말을 거방전채(擧放錢債), 남에게 진 빚이 산더미 같다고 일컫는 말을 부채여산(負債如山), 빚을 내서 된 장수와 돈 주고 산 관리라는 뜻으로 시조는 벼슬을 팔고 사느라 시장판이 된 조정이라는 말을 채수시조(債帥市曹) 등에 쓰인다.
▶️ 臺(대 대)는 ❶형성문자로 台(대)는 간자(簡字), 坮(대)는 고자(古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이를 지(至; 이르다, 도달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지(之의 본자, 대)와 高(고)의 생략형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사방을 바라보기 위한 높은 건물, 관청 등의 건물을 말한다. 따라서 널리 물건을 놓는 받침의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臺자는 '무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臺자는 高(높을 고)자와 至(이를 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高자는 높은 건물을 그린 것으로 '높다'나 '크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臺자는 본래 주위의 동정을 살피는 망루나 높은 단상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그래서 臺자는 높은 건축물을 뜻하는 高자와 至자를 결합해 '높은 곳에 이르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이 올라가 있을 정도의 높고 평평한 곳을 뜻하기 때문에 '무대(舞臺)'나 '돈대(墩臺)'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臺(대)는 (1)차(車)나 항공기(航空機), 기계(機械) 같은 것의 수를 세는 데 쓰는 말 (2)수(數), 연수(年數), 액수(額數) 따위의 다음에 쓰여 그 대체의 범위(範圍)를 나타내는 말 (3)흙이나 돌 같은 것으로 높이 쌓아 올리어 사방(四方)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 곳 (4)물건을 받치거나 올려 놓는 물질(物質)의 통틀어 일컬음 등의 뜻으로 ①대(높고 평평한 건축물) ②돈대(墩臺: 높게 두드러진 평평한 땅) ③무대(舞臺) ④받침대 ⑤탁자 ⑥마을 ⑦성문(城門) ⑧방송국(放送局) ⑨능 ⑩어른 ⑪남의 존칭(尊稱) ⑫횟수(回數)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주위의 지형보다 높고 평평한 넓은 땅을 대지(臺地), 어떤 사항을 기록하는 토대가 되는 장부를 대장(臺帳), 무대 위에서 각본에 따라 배우가 연극 중에 하는 말을 대사(臺詞), 연극의 상연이나 영화의 촬영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각본을 대본(臺本), 차량 따위의 수를 대수(臺數), 남의 얼굴의 존칭을 대안(臺顔), 높은 지위를 대위(臺位), 그림이나 사진 등을 붙이는 데 쓰이는 바탕이 되는 두꺼운 종이를 대지(臺紙), 주위의 동정을 살피려고 세운 높은 대를 망대(望臺), 높게 쌓아 올린 대를 축대(築臺), 흙으로 쌓아올린 높은 대를 토대(土臺), 노래나 춤 연극 따위를 하기 위하여 마련된 곳을 무대(舞臺), 억으로 헤아릴 만큼 많음을 억대(億臺), 무엇을 얹기 위하여 밑에 받쳐 세운 구조물을 가대(架臺), 담이나 집채 따위 건물이나 구조물 아랫도리의 지면에 터전을 잡고 돌로 쌓은 부분을 지대(址臺), 바다 밑바닥이 대지를 이룬 지형을 해대(海臺), 거울을 달아 세운 화장대의 한가지를 경대(鏡臺), 술잔을 받치는 접시 모양의 그릇을 잔대(盞臺), 촛대로 초를 꽂아 놓는 기구를 촉대(燭臺), 다리의 양쪽 맨 끝을 괸 기둥을 교대(橋臺), 양궁에서 활을 쏘는 발사 위치의 대를 사대(射臺), 대뜰에서 윗사람의 명령을 받아 전달하는 일을 대상청령(臺上聽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라는 뜻으로 임기응변으로 어려운 일을 처리한다는 말을 하석상대(下石上臺), 높은 누대와 넓은 집이라는 뜻으로 크고도 좋은 집을 이르는 말을 고대광실(高臺廣室), 감옥살이로 고생하는 신세라는 말을 장대뇌상(杖臺牢上) 등에 쓰인다.
▶️ 高(높을 고)는 ❶상형문자로 髙(고)의 본자(本字)이다. 성의 망루의 모양으로 높은 건물의 뜻이다. 후에 단순히 높음의 뜻이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高자는 ‘높다’나 ‘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高자는 높게 지어진 누각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高자를 보면 위로는 지붕과 전망대가 그려져 있고 아래로는 출입구가 口(입 구)자로 표현되어있다. 이것은 성의 망루나 종을 쳐서 시간을 알리던 종각(鐘閣)을 그린 것이다. 高자는 이렇게 높은 건물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높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높은 것에 비유해 ‘뛰어나다’나 ‘고상하다’, ‘크다’와 같은 뜻도 파생되어 있다. 高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상용한자에서는 관련된 글자가 없다. 그래서 高(고)는 (1)높은을 뜻함 (2)높이 또는 어떤 일을 한 결과 얻어진 양을 뜻함 (3)높이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높다 ②뛰어나다 ③크다, ④고상하다 ⑤존경하다 ⑥멀다 ⑦깊다 ⑧비싸다 ⑨뽐내다 ⑩높이, 고도(高度) ⑪위, 윗 ⑫높은 곳 ⑬높은 자리 ⑭위엄(威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윗 상(上), 높을 항(亢), 높을 탁(卓), 높을 교(喬), 높을 준(埈), 높을 존(尊), 높을 아(峨), 높을 준(峻), 높을 숭(崇), 높을 외(嵬), 높을 요(嶢), 높을 륭/융(隆), 밝을 앙(昻), 귀할 귀(貴),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래 하(下), 낮을 저(低), 낮을 비(卑)이다. 용례로는 높은 지위를 고위(高位), 비싼 값을 고가(高價), 나이가 많음을 고령(高齡), 아주 빠른 속도를 고속(高速), 등급이 높음을 고급(高級), 뜻이 높고 아담함을 고아(高雅), 높고 낮음을 고저(高低), 몸가짐과 품은 뜻이 깨끗하고 높아 세속된 비천한 것에 굽히지 아니함을 고상(高尙), 상당히 높은 높이를 가지면서 비교적 연속된 넓은 벌판을 가진 지역을 고원(高原), 인품이나 지위가 높고 귀함을 고귀(高貴), 여러 층으로 높이 겹쳐 있는 것 또는 상공의 높은 곳을 고층(高層), 등급이 높음이나 정도가 높음을 고등(高等), 술을 좋아하여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고양주도(高陽酒徒), 지위가 높은 큰 벼슬자리를 고관대작(高官大爵), 높은 산과 흐르는 물을 고산유수(高山流水), 베개를 높이 하고 누웠다는 고침이와(高枕而臥), 베개를 높이 하여 편안히 잔다는 고침안면(高枕安眠), 높은 언덕이 골짜기가 된다는 고안심곡(高岸深谷), 높은 누대와 넓은 집이라는 고대광실(高臺廣室) 등에 쓰인다.
▶️ 築(쌓을 축/악기 이름 축)은 ❶형성문자로 筑(축)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나무 목(木; 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며 동시(同時)에 찧다의 뜻을 가지는 筑(축; 고부라진 대나무로 줄을 쳐서 소리내는 일종의 악기)으로 이루어졌다. 절굿공이로 흙을 찧어 굳게하다, 토목공사의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築자는 '쌓다'나 '다지다', '짓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築자는 筑(쌓을 축)자와 木(나무 목)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筑자는 나무를 세워 흙을 다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쌓다'라는 뜻이 있다. 그래서 이미 筑자에도 '쌓다'라는 뜻이 있지만, 여기에 木자를 더한 築자는 본래의 의미를 더욱 강조한 것이다. 고대에는 흙을 다져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성벽이나 담벼락을 만들었다. 그러니 築자에 쓰인 竹자와 木자는 흙벽을 쌓기 위해 세워놓은 목판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築(축)은 평면(平面)에서 단이 지도록 쌓아올린 땅의 뜻으로 ①쌓다 ②다지다 ③짓다 ④날개를 치다 ⑤(절구, 방아의)공이(절구나 방아확에 든 물건을 찧거나 빻는 기구) ⑥건축물 ⑦악기(樂器)의 이름 ⑧비파(琵琶: 악기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쌓을 퇴(堆)이다. 용례로는 다지고 쌓아서 만듦을 축조(築造), 성을 쌓는다는 말을 축성(築城), 높게 쌓아 올린 대를 축대(築臺), 함부로 마구 짓찧음을 축개(築磕), 함부로 마구 짓밟음을 축답(築踏), 지치어 넘어짐을 축도(築倒), 낮거나 깊은 곳에 흙을 쌓아서 채움을 축실(築實), 마당을 단단히 다짐을 축장(築場), 쌓아 올려 만듦으로 어떤 일의 바탕을 닦아 이루거나 마련함을 구축(構築), 새로 건축함을 축신(新築), 집이나 담이 허물어졌거나 낡은 것을 다시 고쳐 짓거나 쌓음을 개축(改築), 집 따위를 더 늘려 지음을 증축(增築), 무너진 건축물을 다시 세움을 재축(再築), 건물이나 구조물 따위를 보충하여 지음을 보축(補築), 살 만한 땅을 가려서 집을 지음을 복축(卜築), 바닷가나 강가를 메워서 뭍을 만드는 일을 매축(埋築), 물이 밀려들어 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쌓은 둑을 방축(防築), 무덤을 만들 때 흙을 쌓아 올림을 봉축(封築), 성이나 둑을 쌓는 일을 중지함을 정축(停築), 담을 흙으로 쌓음을 토축(土築), 틈이나 구덩이를 메워 쌓음을 전축(塡築), 집을 지으면서 지나가는 행인과 상의한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주관이나 계획이 없는 경우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축실도모(築室道謀), 빚의 누대를 높이 쌓다는 뜻으로 빚이 지나치게 많은 상태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채대고축(債臺高築)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