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오물 풍선 대북 확성기 재가동, 상호 비방 긴장 고조
최근세 목사 (함께하는 교회)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남쪽으로 내려 보냈다. 북한은 GPS 전파 교란도 이어갔다. 이로 인해 인천 해상을 오가는 어선과 여객선들의 항해 장치에 오작동이 발생했다. 내려온 북한 풍선에도 담배꽁초·폐지 등 쓰레기가 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안에 뭐가 있을지 알 수 없어 정부는 시민들 접근을 제한하고 군 화생방신속 대응팀 등이 해체·수거하도록 했다. 김포시의 공장 화재 현장에서 북한의 오물 풍선 기폭장치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발견되는 등 화재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소통 단절에서 상호 중상·비방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그다음 단계가 무엇일지 예상할 수 있다. 남북이 지금 상태를 이어가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것이 쓰레기 풍선이 아니라 총알과 포탄이 될 수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서해상 군사 충돌 위험이다.
오물 풍선도발은 우리 사회 내부에 불안과 혼란을 부추기기 위한 고도의 정치심리전 차원이다. 특히 북한은 오물 풍선 날리기 같은 정상적 국가의 행위라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지저분한 도발까지 감행했다. 21세기 첨단문명 시대에 ‘오물’을 보내 공격하는 행태와 수준이라니,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저급한 행위로 그 오물이 유사시 세균 같은 생물학무기로 바뀔 수도 있다는 공포감을 조장하면서 대북 전단 살포 반대 여론을 자극하고, GPS 교란을 병행함으로써 일상의 마비에 대한 불안까지 부추기고 있다. 북한은 이런 더럽고 교묘한 게임에 맞서 정부와 군은 주도면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특히 과잉 대응이나 내부 혼선 같은 북한 노림수에 휘말리지 않도록 차분하고 냉정한 대처가 절실하다.
군 당국이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 재개했다. 2018년 4월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지 6년여 만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심리전 수단이다. 정부는 이미 9·19 군사 합의를 정지함으로써 접경지역의 군사 활동을 제약하는 규정을 모두 풀고 확성기 재가동 했다. 북한은 오물 풍선을 무더기로 날려 보낸 뒤 잠정 중단했으나 우리 탈북민단체가 대북 전단을 띄우자 오물 풍선을 수차례 날려 보냈다.
정부의 확성기 재가동은 북한의 저열한 도발에 따른 불가피한 대응일 것이다. 특히 그 신속한 실행의 배경엔 도발의 책임을 남측의 대북 전단 살포로 돌려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는 북한 노림수에 말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깔려 있다.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과 우리 군의 확성기 방송 재개로 남북 간엔 총탄이 오가는 군사적 대치가 벌어진 적이 있다. 당시엔 남북 간 긴급 협상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극적인 위기관리 채널마저 가동하기 어려울 만큼 험악한 게 남북 관계의 현실이다.
남으로 북으로 풍선을 띄우는 정치심리전을 넘어 서로 총탄을 주고받는 무력 충돌, 나아가 유혈 사태로 번지는 것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도발에 맞선 보복, 응징과 앙갚음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결기 못지않게 출구를 모색하는 냉철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남북 간 위기 관리 소통 창구를 찾는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다.
북측은 이에 앞서 남한의 대북전단에 맞서 오물을 살포하겠다고 도발한 바 있다. 하지만 남한에서 풍선을 통해 보내는 것들은 대개 북한 정권의 실상을 알리는 내용들, 먹을거리, 옷가지, 1달러, 각종 한국 문화 콘텐츠, 그리고 성경 등으로, 북한 주민들의 실제 삶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물론 그 지원이 북한 독재 정권의 체제를 뒤흔드는 것일 터다. 그래서 북한 정권은 오래 전부터 대북전단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대북전단은 거짓 선전과 세뇌교육 속에 갇힌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대북전단이 금지되면 북한에 대북전단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것 역시 불가능해진다.
기독교계는 북한의 이 같은 도발을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북한의 복음화와 자유화를 위해 더욱 힘써야 한다. 그렇기에 교회는 암흑의 땅이 되어버린 북한 땅에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전략을 연구해야 한다.
북한은 무력으로 난관을 타개하려 하지 말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촉구한다. 핵이나 미사일은 서로의 긴장을 높이고 강 대 강의 대결 구도만 조성할 뿐 이것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한민국과 북한, 그리고 다자간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나아가 남북통일의 기반을 마련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전쟁이 종식되고 평화가 회복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