볏짚 나르던 날 / 윤경자
안전에 대해 생각하니 크게 생각나는 일이 있다. 우리 부부는 1995년도에 시부모님이 편찮으셔서 서울에서 해남으로 내려오게 됐다. 그때 당시 농업기술센터에서는 고수익으로 느타리버섯 재배를 많이 권장하던 시기였다. 버섯은 크게 두 가지로 재배를 하는데 첫 번째는 볏짚을 손으로 묶은 뒤 두 개로 잘라 물에 불려 하우스에 넣고 세워서 55℃~65℃에서 열풍기로 일주일을 삶아놓은 뒤 종균을 넣는다. 일주일 삶으면 소죽 끓이는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난다. 한 달쯤 되면 버섯이 생기기 시작한다. 두 번째는 솜을 넣어 재배하는데 솜은 대부분 수입해왔다. 솜은 톱밥과 함께 솜뭉치가 섞여있었다. 1000킬로 정도 되는 무게로 압축되어서 오면 트랙터로 로터리를 쳐서 물에 2일 정도 불린 후 하우스에 들어가서 일주일 소독하고 종균접종을 한다. 종균은 종균을 만드는 회사에서 하루 전날 가지고 오는데 종균 상태를 잘 봐야 한다. 버섯이 제대로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종균이 곰팡이도 잘 생기고 배지에서 빨리 활착을 하면 버섯은 그나마 성공을 한 셈이다.
볏짚과 비교하면 솜은 가격이 두 배정도 비싸서 우리는 가을에 벼를 베면 볏짚을 묶기 시작했다. 할머니들이 손으로 매끼를 틀어 묶어놓으면 남편과 나는 경운기로 나르기 시작했다. 경운기 위에서 남편이 짐을 쌓고 나는 던지기 시작했다. 남편은 경운기 위에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다가 짐이 다 쌓아질 무렵 내려오지 않고 위에서 마무리하려고 나더러 브레이크를 풀고 앞으로 가라고 했다. 그런데, 그만 브레이크를 풀자마자 나는 경운기 아래로 떨어져 츄레라가 가슴을 누르고 지나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였다. 가바나를 너무 빨리해 놨나 생각되었다.무거운 볏짚을 실은 경운기에 압사당할 뻔했다. 남편이 내려와 경운기를 멈췄다. 순간 숨이 안 쉬어지고 정신이 없었다. 남편은 어처구니가 없는지 헛웃음을 쳤다. 나도 어안이 벙벙했다. 집에 와서 시부모님께 말씀드리니 그래도 병원이라도 가라고 해서 갔는데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그렇게 30여년이 지났다. 그런데 요즘은 가끔 저리는 증상이 있다. 건강검진을 했는데 혈전이 보인다고 해서 며칠 전 서울을 다녀왔다. 심장 초음파와 심장 CT를 검사해놓고 왔는데 결과는 나와봐야 알지만 내심 괜찮을 거라고 믿으며 기다리고 있다.
첫댓글 큰일날뻔 하셨네요. 아무 일 없어야 할텐데. 저도 걱정이 됩니다.
경운기는 농사짓는데 편리한 기계지만 사고도 많이 나는 위험한 농기구이기도 해요.
그렇게 마무리되어 천만 다행입니다.
선생님! 기계는 정말이지 조심스럽게 다뤄야 합니다. 큰 사고가 아니어서 천만 다행입니다.
네. 모두 고맙습니다. 조심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