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ESTRO >> 제주 키위의 대부 송명규 씨 “일사불란한 시스템… 여기는 농장이 아니라 공장”
제주도 표선면에 자리잡은 현대키위농원 송명규(60세) 대표는 제주 키위의 대부로 불린다. 청과유통업계에서 30여년간 일해온 관록을 바탕으로 제주도에서 처음 키위생산에 도전했고 지금은 당도 16브릭스의 친환경 키위를 생산, 수출과 내수시장을 동시에 장악해가고 있다. 그가 재배하는 키위농장은 ‘정교한 시스템으로 무장한 공장’이라 할 만하다.
키위농사 원조들의 감탄을 부른 농법
“재작년 뉴질랜드 키위협회에서 23명의 키위농부들이 방문했습니다. 생산시설과 재배방식을 둘러본 뒤 이렇게 표현하더군요. ‘올 베스트(All best).’” 남제주군 표선면 토산 1리. 한라산 중턱에 자리잡은 현대농원 송명규 대표의 말이다. 1만2000평에 달하는 시설하우스 안의 키위나무와 보호대, 밭 등의 모양새를 보면 ‘올 베스트’란 감흥이 왜 나왔는지 이해가 된다. 원목과 원목 사이의 거리가 3m, 이랑과 이랑 사이의 거리는 6m, 보호대 설치에 의한 하우스의 높이는 9m에 이르는, 시원하고 깔끔한 환경의 하우스다. 지표는 350~370m, 키위나무들의 키높이는 170~173Cm 가량.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순수 손작업으로 밭을 매고 화학비료 대신 제주도 돈분과 버섯유기물을 거름으로 사용한다.
뉴질랜드 키위농법을 배운 뒤 제주 지역에 맞는 방식을 창안해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바람이 많고 태풍에 따른 물 피해 등이 장난이 아닌 곳에서 ‘여간 튼튼한 시설이 아니면 견딜 수 없다’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지붕이 날아가고 애써 심은 묘목이 뿌리째 나뒹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말에 저간의 시련이 담겨 있다.
송 대표와 함께 하는 농가들은 131곳. 이들은 재배는 물론 선과, 출하 등 시기에 따른 교육을 주기적으로 받아가며 공동작업을 진행 중이다. 감귤 위주로 생산해오던 농가들이 대부분인데 수 년 전부터 과감하게 키위로 작목을 바꾼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기색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송명규 대표의 집이 서울 타워팰리스라는 점.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가 집을 보유한 사람이 남제주까지 내려가 키위 잎을 만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키위를 생산해보겠다는 것이 제 필생의 꿈입니다. 생각보다 빨리 이뤄지는 것도 같습니다. 현재 나오고 있는 키위도 뉴질랜드 키위보다 못할 것이 없습니다. 해마다 날씨에 따른 변화는 있지만 크기, 당도, 외모, 수확률 할 것 없이 어디 하나 떨어지지 않습니다. 골드키위는 16브릭스까지, 그린키위도 14브릭스가 나올 정도입니다.”
남제주에서 재배된 키위는 한국에서 가장 비싼 슈퍼로 알려진 신세계백화점 타워팰리스점 스타슈퍼에서 팔리고 뉴질랜드 제스프리 사로 수출된다. 과일전문 유통사 채과원을 통해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으로 공급되고 올 1월부터 신세계이마트 공급이 확정되면서 3대백화점 소비자들을 모두 대면하는 데 성공했다. 생산량은 3500~4000톤 가량.
“우리나라 그린키위 시장은 3만톤 규모로 봅니다. 이 중 뉴질랜드에서 수입하는 양이 1만2000톤 정도 되고 나머지는 참다래 등 우리나라 키위가 자체수급하고 있지요. 앞으로 시장은 더욱 커질 겁니다. 2010년 이후 이 지역에서는 100ha 면적에 6000톤 이상의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봅니다.”
인생을 알고 자연을 배워야 키위가 잘 된다
송명규 대표는 녹산유통, 현대농약 등의 기업을 운영하던 경영자였다. 1979년부터 농산물 사업을 해오며 기업부도, 세무사찰, 수입권 다툼에 의한 법정공방 등 인생의 쓴맛을 고루 본 시련의 달인. 농산물과 씨름하던 중 엉뚱한 지인의 도움으로 큰 부를 획득하는 단맛도 보았다. 굳이 산중 시설 밭을 일구며 김매기에 나서지 않아도 될 입장으로 보이지만 그는 고개를 젓는다.
“사람이 한번 나서 한번 죽는데 스스로 이루고 싶은 필생의 꿈 하나쯤은 있어야지요.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은 최고 품질의 키위 생산이고 이를 통해 우리 키위농가들이 고수익을 올리는 것입니다.”
송 대표의 키위농법은 마치 인생역정에 배인 맛을 담으려는 것과 같다. 송 대표가 4, 5월 영농교육을 위해 메모한 내용 일부다. ‘만상(늦서리)은 방제되었고 금년에는 꽃이 많이 나오지 않아 꽃흉년으로 볼 수 있다. 꽃이 오지 않은 가지(결과지)는 약 20Cm 정도 간격으로 눈을 솎아 키우되 인위적 방법을 최소화하자. 꽃이 잘 온 가지는 새순 전체의 세력 균형을 맞춰주기 위해…. 매년 꽃이 잘 와야 맘 편히 농사 지을 수 있고 급하고 욕심 부리면 결과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생각하는 농사를 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