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설주(대구시낭송예술협회 회원) 님의 낭송입니다
주름꽃
시간이 머문 자리마다
꽃피었다
손톱엔 봉숭아
얼굴엔 해바라기
목에는 맨드라미
늦가을비 사이로 오락가락
시간의 주름 더듬는데
눈가엔 또 구절초 화들짝 피었다
이마에 맺힌 주름
꽃피고 꽃진 자국일까
물기 어린 시간이 스친 흔적일까
이순耳順 지난 몸뚱어리
딱딱한 거북등 속에 주름진 생애 감추고
마당귀 옹그리고 앉았다
주르르
참았던 빗물이 전신을 타고 흘러
주름이 꽃피는 순간이다
이소영(대구시낭송예술협회 회원)의 낭송입니다
이명가耳鳴歌
내 귓속 울음의 골짜기엔
소리 한마당 흘러나오고 있지
꽃나무 움트는 숨소리
호박잎 두들기는 빗소리
풍경 울리는 바람 소리
뒤꼍에 구르는 가랑잎 소리
탱자나무 울 들락거리는 참새 소리
마당귀 맷돌에 숨어 우는 개구리 소리
지붕 위 뛰노는 까치 발자국 소리
다락방 창가에 붙어 우는 귀뚜라미 소리
벽 속에 갇혀 우는 뻐꾸기시계 소리
한밤중에 깨어나 흐느끼는 냉장고 소리
꼬부라진 골목 돌아오는 집배원 오토바이 소리
빈 들녘 노을 떠메고 탈탈대며 오는 경운기 소리
이렇게 귀울음 하나씩 재우는데
어따, 오늘은 변방의 까마귀 떼서리로 몰려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