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우승후보다.
스위스는 그런 프랑스와 무승부를 기록할만큼 만만하지 않다.
토고는 이번 평가전에서 예상보다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모두 만만한 팀이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국대도 강하다.
월드컵은 리그전이 아닌 단판승부!!
그 결과는 예측할 지언정 장담은 못한다.
이런 승부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경기 내내 상대를 괴롭힐 수 있는
체력이 전제된 압박이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기를 지녔더라도 움직일 공간 자체를 미리
봉쇄해버리면 위험요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무리 빠르더라도 악착같이 몸싸움을 하면 타이밍을 뺏길 수밖에 없다.
빠르고 개인기술까지 갖춘 앙리조차도 거머리처럼 달라붙어서 괴롭히면
그 실력을 다 발휘할 수는 없다.
우리 팀의 색깔은 개인기술을 바탕으로 한 유연한 운영스타일이 아니다.
경기내내 쉴새 없이 움직이고, 저돌적으로 대쉬하고, 끊임없이 상대를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이건 다른나라보다 더 끈질긴 정신력이 있기에 가능하다.
이런 장점이 비로소 2002년 히딩크를 만나고부터야 진가를 발휘했다.
상대의 키플레이어를 1대1 마크를 통해서 봉쇄하고 조직적인 압박으로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그것의 시작점은 바로 강한 체력이었다.
그리고 2002년......이제 선수들은 그것을 알고 있다.
자신들의 장점이 무엇이고 단점이 무엇인지......
이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더구나 선수들은 진화했다.
프리미어리그, 분데스리가, 터키리그, J-리그에서 얻은 경험은
역대 대표팀 최강이다.
물론 국내파 선수들의 기량도 그들에 딱히 꿀릴 것이 없다.
2002년 전까지 참패를 불러왔던 유럽과 남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2002년을 기점으로 훌훌 털어버린 상태다.
물론 이번 엔트리에 대한 말이 많기는 하다.
왜 이운재를 뽑았나? 왜 김상식을 뽑았나?
많은 팬들이 이운재의 체중증가와 4골이나 먹었던 게임을 알고 있다.
도무지 믿음이 가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본 것을 아드보카트 감독도 봤다.
아니 우리보다 더 철저한 분석으로 그들을 지켜봤을 것이다.
그럼 뭐가 문제인가?
아드보감독이 이운재가 4골이나 먹는 걸 못봐서 이운재를 뽑은 걸까?
그가 체중이 증가했다는 걸 모르는 걸까?
답은 절대 아니다라는 거다.
아드보감독은 축구계의 절대고수이다.
그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부분들까지 보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무조건 그를 믿어야한다.
비록 실패할지라도 배의 키를 맡긴 이상 그를 믿어야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2002년 월드컵은 그야말로 행운이며 기적이라고......
그래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우리는 2002년의 활약때문에 너무 부풀어있다고......
물론 충분히 수긍이 가는 말이다.
모든 조건이 우리에게 유리했다는 것 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스포츠에서 운만으로 지속적인 결과를 내기는 불가능하다.
모든 준비가 된 후에 비로소 운이 따르는 것이다.
바꿔말하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4강에 갈 정도의 준비가
되어있었다는 말이다.
팬들은 물론 선수들조차 믿을 수 없을 정도였지만, 단 한 사람
히딩크만큼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4강 자축파티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더 큰 업적을 바라지 않고 스스로 4강에 안주해버리는 그런
정신에 말이다.
그만큼 2002년 대표팀은 확실한 색깔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2006년 또한 그런 색깔이 보이는 듯 하다.
해외에서의 경험과 2002년의 자신감, 그리고 남은 기간동안 착실히
체력보강과 조직력을 다진다면 2006년도 기적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2002년의 기적이 단지 행운이 아니었음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더욱 붉어진 대표팀만의 색깔로 말이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가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박지성의 말처럼 대표팀을 응원하기 전에 먼저 축구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대표팀의 승패에 연연하기 전에 먼저 축구를 진정으로 즐기줄 알아야한다.
그래서 혹시라도 대표팀이 16강에서 좌절하더라도 그들을 응원하고
격려해 줘야한다.
그것이 우리가 진정한 축구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는 올바른 길이다.
산은 높은 봉우리가 가장 하늘에 닿아있지만 그 또한 넓고 단단한 산 아래가
있어야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 축구도 팬들부터가 향상되어야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를 수가 있는 것이다.
첫댓글 *박수* 아주 상쾌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