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년 전에 쓴 한글 편지-
원이 아버지께(원이 아버지 상백)
400여 년 동안 무덤에 있던 이 편지는 1998년 4월 24일 안동시 정상동 택지 개발 현장에서 무덤을 이장하는 중 발견되었다. 당시 이 편지는 시신의 가슴 위에 덮여 있었다.(이후 안동시 풍천면 어담리로 이장 됨) 조사 결과 안동에 살던 고성 이 씨 가문의 이응태라는 선비가 1586년 6월 초하루에 31세에 세상을 떠났는데, 장례를 치르기 전인 짧은 시간에 그의 아내가 급히 써 그의 무덤에 넣은 것이다. 시신 옆에는 아내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섞어 만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미투리가 한 켤레 놓여 있었다. 그리고 아내의 편지 이외에도 이응태의 아버지, 그의 형이 보내는 편지도 들어있던 것으로 전한다.
이응태는 고성 이씨(固城李氏)로, 이요신(李堯臣)의 2남 3녀 중 둘째 아들이다.
원이엄마 테마공원
안동시는 2005년 안동시 정하동에 "원이엄마 테마공원"을 조성 했다.
1586년 안동에 살던 고성이씨(固城 李 氏) 가문의 이응태(李應台 1556~1586)가 31살 나이로 죽자 그의 아내가 남편에 쓴 한글 애도문이다. (33cm×59cm)
원이 아버지께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 왔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 없이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말해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으면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 적습니다. 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보여주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속에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이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병술년(1586) 유월 초하룻날 집에서
임세권 현대어로 옮김(전 안동대학교 사학과 교수 안동대학교 박물관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