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륜애향회의 마을공동체 사업신청서에 회의사진이 필요하다.
4명에게 공지하니 현식 형이 마동 이장과 석래 형님도 같이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한다.
마동매구를 같이 하며 자주 보아 온 그인지라 친분이나 역량을 잘 보았을 것이다.
8일에 집단 컨설팅을 받는다 해 7일 점심을 금득식당에서 하기로 한다.
석래 형님과 송경호 마동 이장은 동의를 하며 적극성을 보여 좋다.
미리 소주 한잔 하는 사이 규철이와 재복이가 오고,
고흥읍에 한궁심판강습을 현식형과 같이 간다는 마서이장 진호 족장도 온다.
다섯명 사진찍으면 되는데 8명이 앉는다. 출식이까지 신가 4명 송씨 4명이다.
밥먹는 모습도 회의장면일지 염려가 되지만 대충 찍어둔다.
모두 헤어지는데 눈발이 날린다.
며칠 가닥없는 조사를 해 온 고흥기맥의 시작점인 느재로 올라간다.
생태터널 아래에 눈이 쌓여있다.
터널 안에 차를 세워두고 스틱을 펴는데 눈이 쏟아진다.
무영객 노랑 리본을 보고 임도같은 길을 오른다.
1시 10분을 지난다.
3년전쯤인가 가닥없이 호남정맥 보성구간 걷는다고 내려왔던 길인데 눈에 익지 않는다.
눈은 펑펑 쏟아진다. 갈 길 걱정보다 혼자 하얀 눈 속에 파묻히니 기분이 좋다.
눈보라속에 리본을 찾으며 올라간다.
20여분 눈을 밟으며 작은 봉우리에 닿으니 소나무에 리본이 잔뜩 매달려 있다.
준 희가 매달아 놓은 하얀 표지는 눈 속에 묻혀있다.
고흥기맥 갈림길 적지봉인 모양이다.
빽빽한 철쭉 사이 바닥길을 따라 남으로 길을 잡는다.
내리막의 작은 봉우리마다 리본과 하얀 판자 표지가 붙어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그 아래 서서 사진을 찍는데 입이 자주 벌어진다. 병이다.
같은 리본들이 잘 나타나 준다. 눈은 퍼붓다 멈추다를 반복한다.
가끔 작은 봉우리를 오르기도 하지만 낙엽과 눈이 덮힌 등로는 주로 내리막이다.
한시간쯤 걸었을까 태봉이 나타나고 고속도로의 찻소리가 가깝더니 곧 가마봉이다.
조금 내려가니 눈이 사라지고 구름그림자가 덮힌 장군봉이 나타난다.
고속도로 터널 속으로 차들이 바삐 큰소리내며 사라진다.
묘지에서 조망이 열리는데 조성 예당 벌판은 다 보이지 않는다.
경주김씨집단묘를 지나 내려오니 검은 통로가 아래로 기울어져 있다.
통로가 생각보다 길다.
통로를 올라오니 4차로 2번국도가 가로막고 있다.
조성쪽 차들은 느리고 시야도 먼데 고개를 넘어 벌교쪽에서 오는 차는 금방 나타나고 속도도 빠르다.
틈을 봐 중앙분리대 아래로 몸을 뉘어 끼어간다.
분리대 사이에 한참 서서 차를 보내고 주유소 앞에서 임도길을 오른다.
리본이 나타나지 않아 걱정이 되는데 임도는 급하게 계속 올라간다.
사진에서 본 철망 속의 통신사 중계소가 나타나고 임도는 계속되는데 숲 속으로 리본 몇 개가 보인다.
장군봉 오르는 길은 급하지 않지만 길다.
산행 시작 2시간이 훌쩍 넘었다.
배낭에 먹을 것이 있던가?
장군봉 소나무 아래서 배낭을 풀려다가 벌교에서 일하는 바보가 데리러 온다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어느 사이 잡목 사이에서 헤매는데 오른쪽으로 능선이 보인다.
송장고개에서 마동마을로 내려가려던 길에서 꽤 벗어나 버렸다.
묘지 주변이 온통 가시숲이다.
건너편에 병풍산과 비조암 산줄기가 가로막고 있다.
머리를 앞으로 쳐박고 가시를 헤치고 묘지로 서니 임도가 나온다.
난 길을 잃었지만 금방 더 편한 길을 찾았다.
집에서 벌교까지 갈 때 걸었던 길이다.
구비구비 밤밭과 두릅밭을 돌아 터벅터벅 지친 발걸음을 옮기니 눈에 익은
청주양씨 충헌사가 나타난다.
밖에서 보고 앞으로 가니 문이 열려있어 또 들어간다.
송병규와 문태석의 글씨가 걸려있다.
태산이 높다하되의 양사언의 시비는 멋이 없다.
감나무 밭사이를 지나 마을로 내려오니 마서출신이라는 신순우씨의 공적비가 서 있다.
일본에서 사업으로 성공했다는 그는 왜 이 마을에 전기를 끌어주었을까?
부인도 일본인이라던데, 외가일까?
오른쪽으로 정자와 비가 보이는데 내가 가야할 길은 왼쪽이다.
마을 안내 표지부근에 소나무와 주엽이 보호수다.
고인돌도 여러기가 보이고 쉼터도 추위를 버티고 있다.
사진을 찍고 시간을 보내도 바보의 차는 오지 않는다.
전화를 하니 약국에도 들르고 또 최선생이 소개한 딸기 하우스에 들러 사서 오는 중이란다.
마을 끝에서 그의 보조석에 앉는다.
느재로 가자하는데 저수지 오르는 곳부터 눈이 쌓여 있다.
그는 걱정이 태산이지만 난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
뒷쪽이 반쯤 눈 속에 파묻힌 차앞에 내려 그의 차를 돌려오는데 헛바퀴가 돈다.
내차를 앞서며 수동운전을 하라 오다가 너무 늦어 차를 멈추고 다가가길 두어번 한다.
그는 잔뜩 겁에 질려 속도를 내지 못하며 브레이크가 소릴 낸다고 한다.
시간이 걸려 4차로에 도착해 속도를 높이긴 하지만 내 걷는 길에 고생을 시켜 미안하다.
어두워지기 시작해 휴게소에 들어가 비빔밥을 먹고 온다.
고흥기맥을 언제 다 걸으려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