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제 先參後降에 대하여
1. 묘제에서 先參後降, 先降後參이냐는 문제는 간단히 논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주자가례와 사례편람에는 선참후강 으로 되어있고, 율곡 선생의 격몽요결에는 선강후참
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묘제를 지냄에 있어 두 예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으니 그 선택한 까닭에는
예법상 논리적으로 합당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문중은 기호학파 계열에 속하지만
묘제에서는 선참후강으로 모시고 있다. 다만 우리 문중에서 선참후강을 택하였다 하여
선강후참이 어그러진 예라는 뜻은 아니다.
2. 옛날 선유들께서도 사람은 배우고 예를 바르게 익혀야 무식함을 면할 수 있고, 배움에
있어서는 정통으로 익혀서 禮學의 脈을 바로 알아야만 私되거나 俗됨에 기울지 않을
수 있다고 하였다.
3. 묘제를 논하기 전에 먼저 ‘정침신주기제’ ‘사당신주제사(절사)’ 지방제사‘에 대한 선참후강,
선강후참에 대하여 설명하기로 한다.
1) 정침신주기제 등에서 선참후강
신주는 조상을 표상하는 상징물 이라고는 하지만 신주에 항상 혼백이 깃들여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魂이란 시각적으로 볼 수도 없고 감각적으로 느낄 수가 없으므로
신주에 안주하여 있는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사당에서 분향하여 천상의
혼을 신주에 안주 시켜서 받들고 나와 정침(正寢)의 교의에 모신 후에 혼이 깃든 신주
에게 참신을 먼저 하고, 강신을 뒤에 하여 지하의 魄을 모셔서 신주에 안주한 魂에 魄
을 합치시키기 위한 것이다.
2) 사당신주제사(절사)와 지방제사 등에서 선강후참
신주는 조상을 표상하는 상징물 이라고는 하지만 신주에 항상 혼백이 깃들여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신주 앞에서 먼저 강신(분향재배, 뇌주재배) 하여 천상의 혼과
지하의 백을 합치한 후에 참신을 뒤에 한다. 지방은 조상의 혼이 강림할 자리라는 의미 이며,
지방 그 자체가 조상의 혼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방제사 역시 강신(분향재배, 뇌주재배)
을 먼저 하여 천상의 혼과 지하의 백을 합치한 후에 참신을 뒤에 한다.
4. 결과적으로 신주와 지방은 공히 虛體로 보는 것이다.
신주는 그 자체가 虛體이므로 간단한 예를 행함에도 반드시 분향하여 혼을 신주에 안주
시킨 후 그 예를 행한다.
즉 사당에 매일 새벽에 행하는 배알과 하루 이상 외출 시 고하는 예에서도 모두 분향하여
혼을 안주시킨 후 재배하고 그 사유를 고하는 까닭은 신주를 허체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잠깐 근거리에 나갈 때 사당에 고하는 예 즉, 첨례(瞻禮: 서서 허리만
굽혀 절함)만은 분향 없이 절만 한다.
5. 墓에 대하여
장례후 후토제 축문에 폄자유택(窆玆幽宅)이라 하였으니 묘는 망자의 집이다. 장례를
마치면 묘는 제사를 지내는 位라 하였으니 신주와 더불어 제사를 지낼 수 있는 망자의
체백이 묻힌 위치를 말한다.
6. 제사 지낼 수 있는 대상은 두 곳뿐인데 虛體인 신주와 實體인 묘소이다.
묘소에서 정식 묘제가 아닌 성묘 등 찾아뵙는 예에서도 강신 없이 재배로서 인사의
예를 마치는데 이는 묘가 체백이 묻힌 實體인 까닭이다.
다만 격몽요결에 묘제에서 선강후참의 순서로 설명하고 있으므로 어느 예를 따른다
하여도 非禮라 할 수는 없으나 어느 예법이든 그 예를 따름에는 당위성과 까닭은
분명히 이해하고 따라야 할 것이다.
無奉主일 때의 예는 선강후참이라 하였으니 아마도 묘제 역시 無奉主와 같은 맥락에서
격몽요결에서 선강후참의 예를 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은 드나 그 깊은 진의는 알 수가
없다.
7. 결론적으로
제사를 지낼 수 있는 두 대상 중 虛體인 사당신주(사당에서 지내는 절사)에게는 선강후참
이 되고, 묘(墓)는 實體임으로 선참후강의 예가 마땅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더욱 栗谷論 이후 본 묘제예법이 선강후참으로 통일됨이 없이 많은 예서에서 소위 朱子
家禮說인 선참후강의 예법을 따르고 있다는데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묘제에서는 체백의 앞이니 참신을 먼저 하고, 강신을 뒤에 하여 천상의 혼과 지하의 백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또 신주를 사당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으면 강신을 먼저 하는 것은 아무리 신주가
그 조상의 혼령을 대신 한다 하나 완전케 하려면 먼저 강신을 행하여 혼백을 합치시킨
후에 참신을 뒤에 하며, 지방도 역시 그 자체가 혼령이 아니고 다만 조상이 강림하여 앉아
계실 자리라는 뜻이니 역시 강신을 먼저 하여 그 조상의 혼백을 모시고 참신을 뒤에 하는
것이다.
다른 곳으로 신주를 옮겼으면 옮겨 나올 때 분향하여 그 신주에는 이미 혼이 존재하므로
참신을 먼저 하고, 지하의 백을 불러 혼에 일치시키는 강신의 예를 뒤에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묘제 先參後降에 대하여 (우당 이정일)
[출처] 묘제 先參後降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