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 ize 글 임수연
[갑작스런 미세먼지의 습격에 안개 낀 것 같은 날씨가 종일 이어졌다. 외출을 하지 않았는데도 호흡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었다. 지난달 23일 서울 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1044μg/㎥(PM 10 기준)를 돌파했고, 이는 세계보건기구 권고기준 25μg의 약 42배, 미세먼지 농도 ‘매우 나쁨’ 기준 151μg/㎥의 6배 이상이다. 마스크 매출이 전 주 대비 130%가 늘어날 정도로 미세먼지가 사람들에게 미친 파장이 컸지만, 그 위험성이 최근 들어서야 부각된 까닭에 진위 여부가 불확실한 뜬소문도 많고 기사마다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도대체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릴까.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 미세먼지에 관한 몇 가지 가설들을 검증해보았다.]
1. 삼겹살은 미세먼지의 체내 흡수와 관련이 있다. (X)
삼겹살의 기름이 미세먼지나 황사가 씻겨 내려갈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은 무척 오래전부터 퍼진 소문이지만, 아무런 근거도 없다. 때문에 삼겹살 무용론에 대한 반발로 오히려 지방이 유해물질의 체내 흡수를 도와 인체에 해롭다는 이야기가 떠돌기도 했지만, 이것 역시 낭설. 호흡을 통해 체내에 들어온 중금속을 배출하기 위해 특별히 많이 섭취해야 할 음식은 없다. 호흡기와 소화기는 서로 다른 기관이며,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평소보다 물을 자주 섭취하고 코를 충분히 세척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인체에 들어온 중금속은 기침, 재채기, 섬모운동 등에 의해 제거되는데, 섬모나 폐포에 충분한 수분이 있어야 배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삼겹살은 미세먼지 때문에 늘 먹는 게 아니라, 그냥 늘 먹는 거다.
2. 매년 3월경에만 조심하면 된다. (X)
주로 봄에 발생하는 황사와 미세먼지를 혼동한 결과다. 중국이나 몽골 사막의 땅이 얼었다가 날씨가 풀리면서 만들어진 모래 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까지 날아와서 나타나는 것이 황사다. 반면 미세먼지는 자동차나 공장에서 화석연료가 연소한 후 주로 배출되며, 지역이나 계절과 무관하다. 지난달 미세먼지주의보가 내려졌던 때보다 좋지 않은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3. 천 마스크는 효과가 없고 반드시 황사 마스크를 구입해야 한다. (O)
천 마스크는 방한용일 뿐이며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황사 마스크를 구입하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증을 받았는지 반드시 확인하자. 입자 크기가 0.04㎛~1.9㎛(평균 약 0.6㎛)인 먼지를 80% 이상 차단할 수 있는 마스크만이 허가를 받을 수 있는데, 미세먼지의 지름이 10㎛ 이하, 초미세먼지의 지름이 2.5㎛ 이하다. 몇 퍼센트의 먼지를 차단할 수 있느냐에 따라 KF80, KF94, KF99로 성능을 표시하는데, 차단율이 올라갈수록 호흡이 불편하다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마스크에 화장품이 묻는 것이 걱정되어 마스크와 피부 사이에 휴지를 끼우는 사람도 있는데, 이럴 경우 틈 사이로 먼지가 들어올 수 있으므로 유의하자. 그리고 마스크를 세탁하면 성능이 떨어지고 형태가 변하기 때문에 그냥 하나 더 구입하는 편이 낫다.
4.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가능한 한 많이 발라야 한다. (X)
유분기가 많은 제품을 바를 경우 오히려 얼굴에 미세먼지를 끌어들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피부가 끈적거릴수록 먼지가 흡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일프리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거나 기름종이로 가볍게 얼굴을 한 번 눌러주면 피부의 유분기를 줄일 수 있고, 피부 화장은 고운 입자의 가루 파우더로 마무리한다. 무엇보다도 외출 후 클렌징에 평소보다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 각질을 제때 제거하지 않으면 모공 속 피지가 빠져나오지 못해 트러블을 유발하는 것처럼, 미세먼지도 각질처럼 모공을 막아 피부 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부를 너무 오래 문지르다 보면 오히려 유수분 장벽마저 무너질 수 있으니 유의하자.
5.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되면 지하철이나 쇼핑몰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X)
지난해 환경부가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의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결과 18번 측정 중 8번 권고 기준치 200㎍/㎥를 초과했다(겨울철 평상시 기준). 지하철이나 버스 내부처럼 환기가 잘 되지 않은 곳은 오히려 실외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측정되고 있고, 때문에 환경부는 실내 공기질 관리를 위한 관리 지침을 마련한 상태다.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대형 쇼핑몰 같은 곳은 이마저도 없다. 그러므로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됐을 때 대중교통이나 복합쇼핑센터로 이동하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밖에 안 된다.
6. 창문을 꼭 닫고 외부와 차단해야 한다. (△)
어차피 현관문을 여닫을 때 밖에서 안으로 먼지가 들어오는 데다, 실내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먼지도 존재한다. 지난해 환경부가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황사 발생 시 다중이용시설 내 미세먼지 농도가 실외보다 최대 2배까지 높았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는 이유로 장시간 환기를 하지 않았을 때 오히려 내부에 먼지가 축적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것. 밤부터 새벽까지는 찬 공기가 지면 가까이 가라앉기 때문에 환기시키기에 적합하지 않지만, 공기가 어느 정도 데워지는 정오에는 실외 미세먼지 농도도 일시적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실외 대기 상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면, 굳이 환기를 시도할 필요는 없다. 대신 분무기를 이용해 집안 곳곳에 물을 뿌린 후 바닥에 떨어진 먼지를 물걸레로 닦아내면 실내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7. 소이 캔들은 미세먼지를 흡착시켜 기관지를 보호시켜준다거나 유해물질을 해독시켜준다. (X)
양키 캔들을 비롯한 파라핀 캔들이나 소이캔들 모두 실내 공기를 개선하는 것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연소 후에 미세먼지와 유기화합물을 발생시킬 뿐이다. 기분 전환을 위해 가끔 향초를 피우는 것은 괜찮을지 몰라도, 실내외 공기가 탁할 때에는 아무래도 캔들 이용은 자제하는 편이 좋다. 하지만 숯 활성탄은 실제로 미세먼지를 흡착하는 기능이 있고, 실제 공기 청정기 필터에도 쓰인다. 당장 공기 청정기를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면 숯을 집 안 곳곳에 두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겠다.
글. 임수연
교정. 김영진
[갑작스런 미세먼지의 습격에 안개 낀 것 같은 날씨가 종일 이어졌다. 외출을 하지 않았는데도 호흡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었다. 지난달 23일 서울 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1044μg/㎥(PM 10 기준)를 돌파했고, 이는 세계보건기구 권고기준 25μg의 약 42배, 미세먼지 농도 ‘매우 나쁨’ 기준 151μg/㎥의 6배 이상이다. 마스크 매출이 전 주 대비 130%가 늘어날 정도로 미세먼지가 사람들에게 미친 파장이 컸지만, 그 위험성이 최근 들어서야 부각된 까닭에 진위 여부가 불확실한 뜬소문도 많고 기사마다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도대체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릴까.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 미세먼지에 관한 몇 가지 가설들을 검증해보았다.]
1. 삼겹살은 미세먼지의 체내 흡수와 관련이 있다. (X)
삼겹살의 기름이 미세먼지나 황사가 씻겨 내려갈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은 무척 오래전부터 퍼진 소문이지만, 아무런 근거도 없다. 때문에 삼겹살 무용론에 대한 반발로 오히려 지방이 유해물질의 체내 흡수를 도와 인체에 해롭다는 이야기가 떠돌기도 했지만, 이것 역시 낭설. 호흡을 통해 체내에 들어온 중금속을 배출하기 위해 특별히 많이 섭취해야 할 음식은 없다. 호흡기와 소화기는 서로 다른 기관이며,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평소보다 물을 자주 섭취하고 코를 충분히 세척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인체에 들어온 중금속은 기침, 재채기, 섬모운동 등에 의해 제거되는데, 섬모나 폐포에 충분한 수분이 있어야 배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삼겹살은 미세먼지 때문에 늘 먹는 게 아니라, 그냥 늘 먹는 거다.
2. 매년 3월경에만 조심하면 된다. (X)
주로 봄에 발생하는 황사와 미세먼지를 혼동한 결과다. 중국이나 몽골 사막의 땅이 얼었다가 날씨가 풀리면서 만들어진 모래 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까지 날아와서 나타나는 것이 황사다. 반면 미세먼지는 자동차나 공장에서 화석연료가 연소한 후 주로 배출되며, 지역이나 계절과 무관하다. 지난달 미세먼지주의보가 내려졌던 때보다 좋지 않은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3. 천 마스크는 효과가 없고 반드시 황사 마스크를 구입해야 한다. (O)
천 마스크는 방한용일 뿐이며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황사 마스크를 구입하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증을 받았는지 반드시 확인하자. 입자 크기가 0.04㎛~1.9㎛(평균 약 0.6㎛)인 먼지를 80% 이상 차단할 수 있는 마스크만이 허가를 받을 수 있는데, 미세먼지의 지름이 10㎛ 이하, 초미세먼지의 지름이 2.5㎛ 이하다. 몇 퍼센트의 먼지를 차단할 수 있느냐에 따라 KF80, KF94, KF99로 성능을 표시하는데, 차단율이 올라갈수록 호흡이 불편하다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마스크에 화장품이 묻는 것이 걱정되어 마스크와 피부 사이에 휴지를 끼우는 사람도 있는데, 이럴 경우 틈 사이로 먼지가 들어올 수 있으므로 유의하자. 그리고 마스크를 세탁하면 성능이 떨어지고 형태가 변하기 때문에 그냥 하나 더 구입하는 편이 낫다.
4.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가능한 한 많이 발라야 한다. (X)
유분기가 많은 제품을 바를 경우 오히려 얼굴에 미세먼지를 끌어들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피부가 끈적거릴수록 먼지가 흡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일프리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거나 기름종이로 가볍게 얼굴을 한 번 눌러주면 피부의 유분기를 줄일 수 있고, 피부 화장은 고운 입자의 가루 파우더로 마무리한다. 무엇보다도 외출 후 클렌징에 평소보다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 각질을 제때 제거하지 않으면 모공 속 피지가 빠져나오지 못해 트러블을 유발하는 것처럼, 미세먼지도 각질처럼 모공을 막아 피부 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부를 너무 오래 문지르다 보면 오히려 유수분 장벽마저 무너질 수 있으니 유의하자.
5.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되면 지하철이나 쇼핑몰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X)
지난해 환경부가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의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결과 18번 측정 중 8번 권고 기준치 200㎍/㎥를 초과했다(겨울철 평상시 기준). 지하철이나 버스 내부처럼 환기가 잘 되지 않은 곳은 오히려 실외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측정되고 있고, 때문에 환경부는 실내 공기질 관리를 위한 관리 지침을 마련한 상태다.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대형 쇼핑몰 같은 곳은 이마저도 없다. 그러므로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됐을 때 대중교통이나 복합쇼핑센터로 이동하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밖에 안 된다.
6. 창문을 꼭 닫고 외부와 차단해야 한다. (△)
어차피 현관문을 여닫을 때 밖에서 안으로 먼지가 들어오는 데다, 실내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먼지도 존재한다. 지난해 환경부가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황사 발생 시 다중이용시설 내 미세먼지 농도가 실외보다 최대 2배까지 높았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는 이유로 장시간 환기를 하지 않았을 때 오히려 내부에 먼지가 축적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것. 밤부터 새벽까지는 찬 공기가 지면 가까이 가라앉기 때문에 환기시키기에 적합하지 않지만, 공기가 어느 정도 데워지는 정오에는 실외 미세먼지 농도도 일시적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실외 대기 상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면, 굳이 환기를 시도할 필요는 없다. 대신 분무기를 이용해 집안 곳곳에 물을 뿌린 후 바닥에 떨어진 먼지를 물걸레로 닦아내면 실내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7. 소이 캔들은 미세먼지를 흡착시켜 기관지를 보호시켜준다거나 유해물질을 해독시켜준다. (X)
양키 캔들을 비롯한 파라핀 캔들이나 소이캔들 모두 실내 공기를 개선하는 것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연소 후에 미세먼지와 유기화합물을 발생시킬 뿐이다. 기분 전환을 위해 가끔 향초를 피우는 것은 괜찮을지 몰라도, 실내외 공기가 탁할 때에는 아무래도 캔들 이용은 자제하는 편이 좋다. 하지만 숯 활성탄은 실제로 미세먼지를 흡착하는 기능이 있고, 실제 공기 청정기 필터에도 쓰인다. 당장 공기 청정기를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면 숯을 집 안 곳곳에 두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겠다.
글. 임수연
교정.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