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경(35·고양 원더스)이 현역 선수로 돌아온 지 6개월이 지났다. 김수경은 2012년 8월 현역에서 은퇴하며 넥센의 불펜 투수코치로 변신했지만 지난해 10월 독립구단 고양원더스에 입단하며 현역 복귀를 선언했다. 1998년 신인왕 출신으로 은퇴 당시 현역 최다승(112승)을 기록 중이던 그는 그냥 사라지기 아까운 인재였다. 김수경의 복귀가 소속팀이었던 넥센이 아닌 고양 원더스 였던 점은 그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어 관심이 모아졌다.
지난 7일 고양 원더스의 홈구장인 고양 국가대표 야구 훈련장에서 만난 김수경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아직까지는 절반의 성공이다. 현역으로 돌아와 다시 자신의 공을 던지겠다던 그의 도전은 생각만큼 만만치 않았다. 김수경은 자신의 야구인생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새로운 환경에서 투구 밸런스와 140km대의 구속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1년 간의 공백과 적지 않은 나이의 벽도 실감하고 있다. 물론 그늘진 표정을 짓고 있지도 않았다.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와 환경이 아니라도 자신이 선택한 길에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는 여전하다. 김수경은 "후회가 남는 다면 그만큼 절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며 "어렵게 다시 야구를 하는 만큼 내 선택을 믿고 묵묵히 걸어가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김성근 감독과 이상훈 코치와 함께 하며 전보다 시야가 넓어진 것은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한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시도해보지 않은 방법으로 재기를 노렸던 그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아직 김수경의 컨디션은 완벽하지 않다. 퓨처스 리그가 개막한지 한 달이 넘어가지만 그는 단 한 차례 마운드에 등판했다.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고 생각이 많아졌지만 이내 더 나아지겠다는 투지로 바뀌었다. 베테랑으로서의 고집이 있을만도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받는 지도를 충실히 수행하며 자신이 만족할 만한 공을 던지기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7일 오전 피칭 훈련을 마친 뒤에도 보강훈련을 위해 훈련장에 들어선 김수경을 만나 최근의 근황과 앞으로의 각오를 들어봤다.
- 고양 원더스에 입단한 지도 반년이 넘었다. 최근 근황은 어떤가.
"경기에 많이 나서야 하는데 일본 전지 훈련에 다녀온 이후에는 게임을 많이 못 나갔다. 일본에서는 페이스가 괜찮았는데 이후에 잔부상이 겹치면서 몸 상태가 조금씩 안 좋아져 2달 정도 공을 던지지 못했었다. 최근 다시 피칭 연습을 시작 하고 3일 화성과의 경기에서 나서 두 타자를 상대했는데 일본에서 던질 때의 컨디션이 돌아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 마운드에 다시 올랐다. 선수로 돌아와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 훈련하는 기분은 어떤가.
"쉬운 결정이 아니었는데 다시 좋아하는 야구를 다시 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한 번 포기하고 마음속에만 생각하고 있던 것을 실현했다. 다시 야구를 하는 지금 하루 하루가 절실하다."
- 고양 원더스의 투수들이 많이 배우려고 할 것 같다.
"내가 배우는 부분이 더 많다. 야구를 다시 하고 싶었던 마음만큼이나 김성근 감독님께 배우고 싶은 의지도 컸다. 지금은 이상훈 코치님께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코치 생활을 1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야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선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코치 입장에서도 생각하고 때로는 감독 입장에서도 야구를 넓게 보려고 한다. 가까이 계신 김성근 감독님과 이상훈 코치님을 보면서 상황에 따라서 어떻게 하시는지 배우게 되면서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고 있다."
- 이상훈 투수코치에게는 어떤 면을 배우고 있는가.
"처음 제주도 훈련에서 이상훈 코치님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다. 비가 오던 어느 날 마운드에 흙을 깔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스스로 리어카를 끌고 오셔서 삽질도 하시더라. 사실 후배들을 시켜도 되지 않는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 것도 있고, 믿음도 커졌을 것이다. 솔직히 쉬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옆에서 지켜본 이상훈 코치는 어떤 스타일인가.
"이상훈 코치님은 너무 세밀하게 들어가시려고는 안 한다. 너무 세밀하게 파고들어가면 선수들이 복잡해 하고 지치기도 한다. 기술적인 부분은 감독님이 잘 알려 주시 때문에, 이 코치님은 큰 틀에서 조언하시는 편이다."
- 베테랑인 김수경 선수에게도 해당되는 부분인가.
"나도 마찬가지다. 사실 투수폼에 대해서는 항상 많은 생각을 해왔다. 과거 잘 될 때는 단순하게 생각하고 던졌는데, 안 좋다고 느낄 때부터 비디오나 거울을 보면서 애써 투구폼을 만들어서 던지려는 생각에 빠졌다. 그러다 보니 마운드에서 생각도 많아지고 공도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훈 코치님이 자신감을 생기도록 시원스럽고 씩씩하게 던지라는 말로 힘을 주셨다. 디테일하게 접근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이상훈 코치님처럼 '큰 틀에서 조언하면서도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을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 선수 생활을 마치고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또다시 기회가 있다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어설프게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 내가 부족하면 피해를 보는 것은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 야구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고 공부도 해서 도움을 주고 싶다."
- 나이와 공백기에도 예전의 공을 던질 수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돌아왔나. 아니면 야구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컸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해보지 않았던 시도를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밸런스가 좋았을 때는 18승도 했지만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그저 버티다가 이후에는 그럴 힘마저도 없어지면서 2군에만 머물게 됐다. 그냥 여기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좋아지기 위해서 어떤 방법으로라도 시도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도전을 위해서 오랜 시간 있었던 넥센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같은 환경, 같은 틀에서 벗어나서 다른 것을 배우면 방법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코치 제의를 받고 처음 선수를 내려놓던 시점에는 그런 생각을 안 했었나.
"물론 그 전부터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럴 용기가 많이 나지 않았고, 스스로도 지쳐있는 상태였다. 1군에 올라서도 구속이 회복되지 않았을 때는 자신감도 잃었다. 보통 1군에서 던질 때는 야간경기에 긴장감도 더하기 때문에 구속이 잘나와야 한다. 그런데 여전했다. 그렇기 때문에 예상치 못 하게 코치직 제의가 왔지만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1년 동안 코치를 하면서 더 도전을 해보지 않으면 평생 후회가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 모든 방법을 시도 하면서 얻고자 하는 구체적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구속이 140~141km만 나오면 내 슬라이더를 함께 구사해서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스피드가 너무 떨어져서 130km 중반 대 밖에 안되더라. 아무리 제구력이 좋아도 스피드가 안 나오다 보니 어려웠다. 그래서 김성근 감독님과 함께하면서 운동도 많이 하고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으시기 때문에 투구폼에서 지적받은 부분도 고쳐보는 시도를 해보려 하는 것이다."
- 김성근 감독이 구속 증가를 위해 가장 비중 있게 조언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팔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신다. 지금까지는 공을 놓는 순간에 팔을 안쪽으로 당겨왔다. 감독님께서는 앞으로 길게 밀면서 갖고 나오라고 조언하신다. 그 밖에도 다양한 방법들이 많다. 감독님께서는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시도하신다. 지금은 베드민턴채를 이용해 손목 스냅을 위한 연습을 하고 있다."
- 구속 증가가 반드시 성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경기에서의 상대 타자와의 승부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목표로 했던 구속을 던졌을 때 내 자신이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135km를 던지다가 140km대를 던져보면 느낌부터가 틀리다. 그 정도면 18승을 하던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마지막에 12승 했던 2007년도 때의 모습은 보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현실적으로는 2군 팀들과의 경기만 하고 있다. 이적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가늠하기 쉽지 않을 텐데.
"일단 구속이 회복되면 '내 공이 묵직해졌구나'라는 감각을 알 수 있다. 1군에서 경기를 하던 느낌을 잘 알기 때문에 공을 던져보면 승부가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자신이 가장 잘 안다. 물론 옆에 계신 김성근 감독님이 누구보다 냉정하게 평가해 주시기도 한다. 내가 지금 할 일은 많이 배우고 감독님을 믿고 가는 것이다."
- 과거의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을 잡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사실 1군에 오래있다가 2군에 처음 내려갔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그런 부분은 누구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때는 2군에서 성적이 좋지 않으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생각이었다.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한창 힘들 때는 예전에 가장 잘했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집착한 면도 있었다. 서른이 넘어서 몸이 달라졌는데도 생각은 20대를 향해 있었다. 그러나 이후에는 점점 내려놓게 됐고 오히려 지금 새로운 도전에 도움이 되고 있다."
- 고비가 올 때마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할 것 같다.
"아무래도 그럴 것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서 왔고 내 공을 찾기 위해서 왔는데 아직은 쉽지 않다. 사실 얼마 전에도 그랬다. 넥센과의 경기에서 한 타자를 상대하고 내려오는데 생각이 많아지더라. 내 공을 던지지 못하다 보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고민도 들었다. 그래도 그 고비를 넘기는 것이 결국 내 야구 인생에 큰 도움을 될 거라고 생각한다. 처음 도전을 시작하면서 내가 정해놓은 기간과 정도가 있다. 지금의 내 모습과 상황이 예상한 만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후회가 없도록 하고 싶다. 후회가 남는다면 그만큼 절실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지금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고 그만 둘 수도 있겠지만 계속 코치를 하고 있었다면 후회했을 것이다. 비슷한 나이인 선수들을 보면 더욱 그렇고…. 실패를 한다고 하더라도 평생에 짐을 덜게 되는 것도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