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답하기 – 얼굴의 가려움
< 질문 >
좌선을 할 때 호흡을 알아차리는데 얼굴에 가려움이 나타났습니다. 이때 호흡을 계속 알아차려야 하는지 아니면 가려움을 알아차려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 답변 >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알아차릴 때 어떤 대상을 알아차려야 하는가에 대해 정해진 원칙은 없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어떤 것이 좋다는 것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수행자가 알아차려야 할 대상은 다양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다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수행자는 몸과 마음에서 일어난 것이면 어떤 것이나 알아차리면 되지만 효과적인 수행을 하기 위해서 원하는 대상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좌선을 할 때 주 대상은 호흡입니다.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은 사념처 중에서 신념처에 속합니다. 하지만 주 대상이 아닌 수념처, 심념처, 법념처 등 다른 대상도 함께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래서 호흡이 아닌 졸음, 망상, 통증, 하기 싫음 등도 알아차려야 할 대상입니다. 가려움도 이들 대상 중의 하나입니다. 예외적으로 수념처나 심념처를 주 대상으로 할 때는 느낌이 주 대상이거나 마음이 주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수행자에게 호흡은 밥에 속하고 다른 대상은 반찬에 속합니다. 여러 가지 대상을 고루 알아차리면 밥과 반찬을 먹는 것이 됩니다. 나타나는 모든 대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면 언젠가 밥과 반찬그릇이 모두 비워질 것입니다. 이런 결과로 고요함이 오고 이러한 고요함에 의해 지혜가 나면 궁극의 열반에 이르게 됩니다. 위빠사나 수행의 궁극의 목표는 열반입니다. 열반은 번뇌의 소멸이기 때문에 몸과 마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집중에 의해 소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때 나타나는 현상을 일부러 없애려고 해서는 안 되고 알아차림과 집중에 의해 자연스럽게 소멸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소멸의 과정을 충실하게 거치려면 먼저 강한 대상부터 알아차리는 것이 좋습니다. 호흡을 알아차리다가 통증이 나타났을 때 통증이 강하면 통증을 대상으로 알아차리는 것이 좋습니다. 졸림, 망상도 마찬가지고 가려움도 마찬가집니다. 이렇게 알아차린 뒤에 이런 대상이 사라지면 다시 호흡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래서 이것을 밥과 반찬에 비유한 것입니다.
하지만 항상 강한 것을 알아차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정도 집중력이 생기면 강한 대상보다 미세한 대상을 알아차려서 더욱 집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강한 대상은 알아차리기 쉬워서 초보자가 선택하는 방법입니다. 미세한 대상은 알아차리기가 어렵지만 미세한 것을 대상으로 할 때 고도의 집중력이 생겨 대상이 소멸합니다. 이러한 대상의 선택은 지도를 받는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얼굴의 가려움은 없애야할 대상이 아니고 알아차려야할 대상입니다. 이때의 가려움은 몸에 나타난 실재하는 현상입니다. 위빠사나 수행은 관념이 아닌 실재를 알아차리는 수행이므로 가려움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그러므로 가려움을 하나의 손님으로 맞이해서 알아차려야 합니다. 몸에 있는 실재하는 현상은 지수화풍 4대인데 바로 가려움이 4대의 실재하는 현상입니다.
가려움을 대상으로 알아차린다는 것은 가려움을 법으로 보는 것을 말합니다. 법은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가려움이 나타났을 때 짜증을 내거나 없애려고 긁으면 탐욕과 성냄으로 반응한 것입니다. 이렇게 반응하면 맨느낌에서 육체적 느낌으로 정신적 느낌으로 진행된 것으로 이 순간 연기가 회전한 것이고 순간의 윤회가 흐른 것입니다. 수행을 하면 연기를 회전시키지 않고 순간의 윤회가 흐르지 않도록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것이 붓다가 가신 길이고 가장 선한 행위입니다.
가려움을 알아차릴 때 가려움의 실재하는 현상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가려움의 실재하는 성품은 근질거리고 욱신거리고 쪼이고 따가운 것입니다. 바로 이런 느낌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렇게 알아차리는 것이 느낌을 알아차리는 수념처 수행이고, 가려움의 일어남과 사라짐을 알아차리거나 가려움으로 인해 괴로움이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법념처 수행입니다.
이렇게 알아차려도 가려움이 더 심해지면 이제 가려움이 없어지려고 더 심해지는 것으로 알아야 합니다. 가려움은 없어지기 전에 더 심해집니다. 그러면 얼마간 가려움을 알아차리는 것이 지속됩니다. 이렇게 가려움에 개입하지 않고 하나의 느낌으로 알아차리면 차츰 가려움이 약해지거나 소멸됩니다. 그러면 다시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이 좋습니다.
가려움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도 가려움이 더 강해지면 이번에는 가려움을 긁으려는 의도를 낸 뒤에 천천히 손을 들어 얼굴로 갑니다. 이때 강하게 긁지 말고 가볍게 손으로 대기만 해도 가려움이 사라집니다. 가려움을 심하게 긁으면 알아차림이 없이 성냄과 욕망으로 긁는 것입니다. 사실 가려움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면 가려움은 소멸되지만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도 얼마간은 개입하게 되므로 가려움이 소멸되지 않습니다. 이때 가벼운 가려움도 참으려고 억제하면 더 강해지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도 좋습니다.
묘원 올림
첫댓글 주변에 몸을 심하게 긁는 사람이 있어
읽어줘야겠네요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