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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잠못이루는 밤에
蕭寥月夜思何事(소요월야사하사)-달 밝은 밤에 그대는 무슨 생각 하오신지
寢宵轉輾夢似樣(침소전전몽사양)-뒤척이는 잠자리는 꿈인 듯 생시인 듯
問君有時錄忘言(문군유시녹망언)-임이여 때로는 제가 드린 말도 적어 보시는지요!
此世緣分果信良(차세연분과신량)-이승에서 맺은 연분 믿어도 좋을 지요
悠悠憶君疑未盡(유유억군의미진)-멀리계신 임 생각 끝없어도 모자란 듯
日日念我幾許量(일일염아기허량)-하루하루 이 몸을 그리워는 하는지요?
忙中要顧煩或喜(망중요고번혹희)-바쁠 때 생각해도 제 생각이 즐겁나요?
喧喧如雀情如常(훤훤여작정여상)-참새처럼 떠들어도 제게 향한 정은 여전 하온지요
황진이(黃眞伊)
요즘에는 스마트폰 컴퓨터 TV 카페 등이 있어 밤에 잠이 안올때는 외로움을 달래주는
위안거리가 주변에 있다.
또 다정한 친구와 맥주한잔 도 겨울밤의 좋은 낭만이다.
하지만 뒤척이는 잠자리에 비친 영창(映窓)의 밝은 달
잎 떨어진 추운 가지가 조심스러워 바람마저 비켜가는 한량(寒凉)한 겨울밤의
공허를 메우기는 쉽지 않다.
위의 한시는 몸부림치며 그리워해도 돌아오지 않는 양곡(陽谷) 소세양(蘇世讓)을 못 잊어 황진이가 사무치는 독수공방의 외로움을 담아 보낸 시이다.
사랑과 증오의 한마음(애증일심愛憎一心)으로 짧은 삶을 살다간 황진이는 인생을 짧고 굵게 살다간 다정다감(多情多感)한 여인이라 할 수 있다.
때로는 한밤중에 잠이 깨어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쉽게 눈을 못 붙이는 밤이 있다.
TV를 켜기도 하고 그냥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잠이 쉽게 안든다.
황진이야 그리운 임이라도 생각나서 잠 못 이루지만 그리운 임도 없는 사람은 왜 잠이
안 올까.
계절 탓일까.
아니면 세월 탓일까
세월이 흘러 자식 시집 장가 다 보내고, 어느덧 번데기처럼 쪼그라진 팔꿈치를 쓰다듬어 본다.
장독대 밑에 맥주병 소주병을 땅에 박아 만든 조그마한 화단에 철늦게까지 남아 있을 맨드라미와 서리에 고개 숙인 여러 가지 소박한 꽃들,
초가지붕을 힘겹게 하는 박,
돌담위 시들은 호박넝쿨사이에 누렁호박, 그 밑에 고구마 담은 소쿠리등
끝없이 명멸(明滅)하여가는 옛 시절의 영상들이 잠을 더 멀리 쫓고 있다.
다중고신(多中孤身)이란 말이 있다.
많은사람가운데 홀로 외로운 몸이라는 뜻이다.
아내 남편 자식 형제가 있어도 인간은 때로 외로울 때가 있다.
오죽해서 독일의 20세기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은 피투성(被投性)이다.
“인간은 내던져진 존재다” 라고 했다.
망망(茫茫)한 대해(大海)위에 내던져진 존재 !
자신이 만들지도 않고 자기의 생각과는 아무 상관없이 태어나서 살아가다가
머지않아 생명이 다하는 인간에게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대통령 국회의원 재벌 사랑을 하기 위해서 사는 것일까
그냥 먹고 똥만 싸다가 죽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뚝 !
떨어지는 한잎 오동
그 위로 휙 지나가는 겨울 차가운 장송곡(葬送曲)
인간은 만남에서 고통이 생기고 이별에서 슬픔과 외로움이 있다.
부처님은 이것을 애별리고(愛別離苦)라 했다.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새벽이 오는 것이 겨울밤이다.
-농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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