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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해作 켄타우로스의 사랑
센토와 소녀-
불의 마차 추락한 옛 구릉지
삼나무가 낸 길 위에
분홍빛 뺨
소녀가 눈을 뜬다
조각 같은 상체에 잎처럼 돋은 팔
발굽에 바람을 일으키는
사수자리의 현자<賢者>는
숲의 정령
허리까지 차는 작은 강의 노래
슬픈 음감을 에워싸는 나무들 사이로 들어선다
시간의 그림자로 누운
신전의 기둥들
갈망의 끝 돌무더기에 앉아
수금을 켜며 불운의 별 헤아리던 소녀를
등에 태운다
이별도 없고
독화살에도 불사<不死>를 잃지 않는
세상으로 가기 위해
*센토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 켄타우로스를 말함
-그대와 나-
사막을 지나는 거상의
긴 행렬,
애상의 보따리들
꿈처럼 먼 별들의 우물가에 다다른다
발을 꺾고 눕는 낙타와
저녁 태양빛에 달려드는
검은 매
두레박질 차례대로
뒤돌아 볼 때 무리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
천고<千古>의 바람
알 수없는 모래 산을 만든 언덕에서도
-검은 머리칼-
머리칼
그대의 머리칼
저 난파선의 잔해에 일렁이는 물거품
태양에 스러지는 고유의 파도
알바트로스 깃털처럼 부서져라
포구에 내려앉는 흰 눈밭에
사선으로 누운 검은 닻줄의 패망
쓸쓸한 삶에
천사의 덫에 걸려 신음하는 악마처럼 악마처럼
내 목에 한 가닥으로 감기어라
그대 여러 갈래의 머리칼
입맞춤의 순간에
-산 마르코 광장-
지중해 섬 건너
다섯개의 눈부신 돔, 대 성당에 이르면
종탑 아래
선착장의 배들은 평화롭고
비운의 황제와
유리공예에 바친 예술가의 시간들
일조량은 높았을까
그 때도
비둘기 깃털 뜨겁게 날리는 베네치아
최초의 습지대 영토를 넓히고
비잔틴을 사랑한
전성과 쇠퇴에 바친 비발디 사계의
비밀한 아픔이 있는 곳
가면의 축제 뒤에 버려진 아이들은
곤돌라의 노를 저으며 이방인을 실어 날랐을까
광장 한 가운데 거리 연주
물의 신화
화려한 서곡에 걸음을 멈춘다
-그 숲에서-
시적 존재의 언어를 상실한 시점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
고기떼처럼 반짝이며
거슬러 오른다
그것은 실체가 없는 관념적 죽음처럼
침묵 속에 숨어있는 어떤 의미도 읽을 수 없는
난감함을 주고
다시 터널 끝으로 사라진다
애상의 날개짓
비밀의 숲 휘장을 여는
새들과 뮤즈의 향기어린 연주가 있었을까
그대와 나
전율의 생애에
눈부신 꽃송이를 매달고
가지런히 서 있던 나무들의 질서
아직 꽃비가 흩날리기 전이었다
함께 바라 본
날카로운 현악에 베이지 않는 기억들은
종료될 수 없는
저 풍경의 가장자리를 음으로 맴돌고 있다
-선인장-
젖은 땅 위에
애절히 뿌리를 뻗어
최후의 빗방울까지 간직하는
그대,
태양의 불과
얼음 같은 달빛 아래서
마침내 가시가 되어버린
사막의 장미
인디언들은 그대를 거인이라 불렀다
최초의 형태는
둥근 원으로 진화되고
단단한 겉껍질에 싸여
엇갈린 방향으로 찌를 듯 돋아나는
하룻밤 개화를 꿈꾸는 다육질은 아니었다
떨어뜨린 열매를 물고 나는
사막의 새들은
몸을 땅에 묻고 견디는 리토프스의 꽃
녹색의 사랑스런 잎이었던 그대를 기억한다
모래바람 언덕
별자리로 패인 곳만 바라보던
푸른 나무를
-러시아 로망스 그 거리에서-
언어학자가 아름답게 빚은 말의 댓가
하늘로 뻗는 나뭇가지
검은 상처의 무늬를 간직한 자작나무 숲에
구세주 교회의 오랜 벽화처럼
침묵의 비가 내리고
키로프 광장
무명용사비의 꺼지지 않는 불꽃의 그림자
환영처럼 전차의 철로를 건너가는
알 수 없는 붉은 씨앗 봉지를 든 사람들이 있다
옛 농가의 저녁 덧 창이 닫히고
공훈 예술가가 공연을 서두를 때쯤
도시의 한 가운데 차갑게 어깨를 부딪는 우산들
키릴 문자의 경직된 문구
광고판 사이에서 나는 현기증을 일으킨다
라라를 부르며 쓰러져 간 닥터 지바고
그 절망의 거리같은 도로에서 돌아오지 않는 것들
퇴색된 벽에 등을 기댄 채
남루한 집시가 부르는 잊혀진 로망스 한 곡조
극장의 닫힌 창으로
빗물처럼 애절히 스며들고 있다
-애상-
그것은 엄숙한 진혼곡
길 위에 한 잎의 감수성이 지는것
초대할 수없는
7월의 바람이 포도덩굴을
격렬하게 흔든다
첼로의 비감어린 음을 쫓는 군중 속에
붉게 물드는 농원의 축제
꿈꾸는 나뭇가지 사이로 비껴가는 햇살과
땅에 구르는 씨앗들은
내일의 생을 기다린다
삶은 축복인가
홀로 일어선 명상에 무게를 드리운 듯
나뭇잎이 떨어진다
배반의 드로잉
지는 풍경 뒤에 감춰진
어느 한 때 가슴 저미듯 사랑했던
우리들의 가을이 있다
-칠석<七夕>-
소를 모는 목동
수억 광년 넘어
하늘 뜨락 애절한 거문고 소리 듣는가
천제<天帝>의 노여움 풀지 못한
별빛도 한 몸 되는 은하의 다리목에
목놓아 우는 사랑아
마법을 푼 동화 속 백조왕자
쐐기풀 타래 엮어 던지면 풀리려나
칠월의 밤
수레바퀴 쫓으며
세차우<洗車雨> 날개 젖는 까마귀 떼
천년 베틀가의 여인과
만남의 기쁨
태양보다 무거워 지지 않는 견우성
눈물로 깜빡인다
-길 위에서 소묘-
가스충전소를 찾아 헤매는
9인승 차의 길 잃은 별 들이었다
우리는,
저만치 은하의 강줄기
외로움으로 흔들리는 눈가에
밤의 고분에서 걸어 나온 정령들 나팔을 불고
운전대를 잡은 네 손에
나는 저녁 빵을 쥐어준다
물감처럼 번져 나는 종소리
길 위에서 찾은 공연장의 막은 내리고
누명 쓴 극중의 소녀는
풍경화 속에 첫사랑으로 서있다
희망의 결말로 대본은 완성되는 것
거리의 점포 유리창에
등 돌린 점원과 석고상이 침묵을 깬다
우리들의 웃음
화방 모퉁이 길로 퍼져 나갈 때
-가을의 연인-
너 너
그렇게 쉬이 갈 것을
늦포도원
나뭇잎에 음으로 매달린
눈물의 소나타
포도송이가 떨어진다
음습한 농원 향기로 채우고
제비 떼에 사라지는 음계
너는
태양의 첼로였다
무지개를 찾아 나선 아이들
경험의 진정성 위에
붉은 열매의 귀착지
차가운 활을 수평으로 기울이며
너는 어디로 가니
운명의 악장
화음에 화답하던 뜨거운 나무를 두고
-오리온좌<座>의 슬픔-
너는 기다렸다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내가 다가갔을 때 화살촉 박힌 심장의
붉은 피 가슴을 싸안고
다른 별의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휘감긴 네 영혼은
은하를 지키는 지팡이 별이 되고
별지기는 밤의 마차에 꽃봉오리를 실어 나른다
피지못한 우리들의 사랑이었다
구름장 위에서 단비를 뿌리던
하늘 남쪽 별의 자리
애절히 옆을 비껴가는 아르테미스를 보는가
달의 숲에 버린 화살은
계략에 빠져 너를 죽게하고
밤과 낮의 영원한 이별뒤에 시기한 자 웃고있다
검은 바다위에 수금<竪琴>이 흘러간다
내게 들려주던 소야곡
너의 악기 하나가
-불꽃-
그대
꽃 가득한 정원에서
흰 뱀의 꼬리를 밟았는가
낙뢰로 내리친
보복의 한 칼에 페허가 된 정원에서
나는 울고 있다
완벽하게 가리운 가면 속에
타오르던 정염
붉은 황무지의 강을 떠다니는
불 붙은 나뭇가지를 보는가
시적 감정에 은유된
비밀한 사랑의 시집을 불태우고
그대의 가슴에서 자라던
한그루 나무
그것은 내 꺼지지 않는
아폴론의 무녀도 막지 못한
사랑의 불꽃이었다
-토기 굽는 남자-
그남자는 가야인이라고 했다
햇살 좋은 날
국화 무늬 이루는 점토질의 토기
지중해의 동풍이 사막을 지나
베일로 얼굴 가리운
무어인을 몰고 올 때
그남자는
토기를 굽는다
하늘끝 향한 뿔피리를 새겨넣고
불가마에 달아진 얼굴로,
별자리를 보고
물과 종려나무를 찾아가는 사람들속에
여인을 기다린다
소금땅에 낙타를 타고오는
검은 눈의 여인을,
먼 이국의 반도에서 왕국을 장식한 토기
모래언덕 구르며 천년고분을 깨우는데
그남자
불꽃의 소리 듣는다
그리움 잠재우는 여인의 노래
무슬림의 자장가를
-아이누족-
그들의 축제는
잊혀진 모국어의 침묵
맨발로 둥근 원을 돈다
두눈에 빛을 뿜는 동물 함께
북쪽 섬에 갇히어
분노로 엮은 그물에
힘의 역사 부끄런 노래를 건져낸다
오랜 옛날
난티나무껍질 옷을 두르고
협곡을 걸어와 무사에게 밟힌 사람들
공예품을 깍는 무딘 손끝에
붉은 눈물 바다의 기억
처마에 매달려 바람이 되어가는 물고기
구름도 낮게 깔리는 날
달의 늑대로 살아나는
아! 아이누족
클래식 연주 모음
01. 오펜바흐 / 자클린의 눈물
02. 비발디 / 사계 중 겨울
03. 에니오 모리코네 / 넬라판타지아
04. 쇼팽 / 이별곡
05. 스티브 바라캇 / 레인보우 브릿지
06. 에릭사티 / 난 당신을 원해요
07. 파헬 / 케논
08.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OST
09.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삽입곡
10. 드라마 '꽃보다 남자' 삽입곡
11. 유키 구라모토 / 사랑의 기억
12. 쇼팽 / 야상곡
13. 바하 / 플릇 소나타 2번 중 2악장
14. 메모리
15. 야생화
16.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시인화가 박정해의 프로필>
서울 출생<1987 독일 1988~1995 일본거주>
東京 世田俗區立 Academy 회화과 수료
일본 동경미술관에 전시되는 일본 신원전에서 <은상> 수상
개인전3회, 우에노모리 미술대전<일본>
쇼슈가이전<일본>, Today’s Korea Art Exhibition<미국>
프랑스 3개도시 초대전<파리 및 꼬망뜨리市>
자연의 반영전<타일랜드>, 한국적 감성 모색전<필리핀 마닐라>
중국 성직자돕기 자선전<연변>, 한국미술협회전<예술의 전당>
청조회전<시립미술관>, LA 제 35회 한국인의 날 축제<미국>
2009 한국미술전<세종문화회관>, KL展<말레이시아>
2012한국 영국 국제교류전<런던>, 한류미술의 물결전<아테네>
그외 한불작가 교류전및 국내 갤러리초대전 다수 출품
현재 : 한국미술협회, 쇼슈가이<일본>, 한국전업미술가협회 회원
2007월간시사문단 시로 등단, 신인상 수상
<봄의 손짓> 동인집 출간
제1회 예술가의 다락방 시화전 기획
기독교 100주년 선교기념관 제76회 삼개 시 낭송회
사상과 문학 편집위원, 롯데 mbc문화센터 출강
작업실 : 경기도 안양시
E-mail : violet644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