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한국시각) 파리 중심을 가로지르는 센강 6km 권역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 행사는 문화 예술의 도시 파리가 자랑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공연 무대로 옮긴 듯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개회 선언에 따라 사상 3번째, 1924년 이후 100년 만에 다시 열리는 2024 파리올림픽(7.26~8.11)의 막이 올랐다.
토마 졸리 예술감독에 의해 조직된 이날 개회식 행사는 파리의 식물원 근처의 오스테를리츠 다리 부근에서 각국의 선수단이 출발하면서 시작됐다. 스타디움을 벗어난 공간에서 열리는 올림픽 개회식은 사상 처음이다. 선수단이 지나는 센강 양쪽에 서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콩코르드 광장, 그랑 팔레, 에펠탑 등은 그 자체가 파리의 명소여서 훌륭한 배경이 됐다.
현지시각 오후 7시30분에 시작해 3시간 넘게 이어진 개회식 행사는 빗발이 쏟아지는 사이에도 선수단을 태운 배들의 수상행진이 시작되면서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어둠이 내리면서 에펠탑 등의 조명이 화려하게 빛났고, 다리 위나 그랑팔레 등 건축물을 배경으로 한 춤과 음악, 영상을 활용한 공연은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했다.
졸리 예술감독은 이날 개회식의 메시지는 “사랑”이라며 자유, 평등, 우애 등 각각의 섹션마다 주제에 따른 공연이 펼쳐졌다.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화면이 등장했고, 유명 가수인 아야 나카무라의 공연이 이뤄졌으며, 센강 제방 위에 마련된 공간에서는 모델들이 프랑스 디자이너 작품을 알리는 패션쇼를 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장면이 나오고, 물랭루주 공연으로 유명한 ‘프렌치 캉캉’, 유로 댄스 공연 등이 펼쳐졌다.
한국 선수단은 센강에서 쿡 아일랜드, 코스타리카, 코트디부아르 등의 선수단과 한 유람선을 타고 48번째로 입장했다. 굵은 빗방울이 얼굴을 때려도, 센강을 유람하며 입장하는 특별한 경험을 한 우리 선수단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 21개 종목 143명이 출전한다. 한편 이날 선수단의 수상 행진에서는 근대 올림픽의 발상지 그리스가 전통에 따라 가장 먼저 입장했고, 난민팀이 두 번째로 뒤를 따랐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개회 선언 뒤 이뤄진 성화 점화에는 프랑스의 유도 선수 테디 리네르와 은퇴한 육상 선수 마리 조제 페레크가 나섰다. 거대한 열기구 아래에 불을 붙였고, 이 열기구는 팝 스타 셀린 디옹이 부른 ‘사랑의 찬가’와 함께 파리 밤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점화에 성공한 열기구는 조금씩 공중으로 떠올랐고 이내 파리 일대 하늘을 환하게 밝혔다. 상공 30m 솟아오른 불꽃은 올림픽이 막을 내리는 내달 11일에 꺼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