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제1독서
<여러분은 티 없는 어린양 같으신 그리스도의 고귀한 피로 해방되었습니다.>
▥ 베드로 1서의 말씀입니다.1,18-25
사랑하는 여러분, 18 여러분도 알다시피,
여러분은 조상들에게서 물려받은 헛된 생활 방식에서 해방되었는데,
은이나 금처럼 없어질 물건으로 그리된 것이 아니라,
19 흠 없고 티 없는 어린양 같으신 그리스도의 고귀한 피로 그리된 것입니다.
20 그리스도께서는 세상 창조 이전에 이미 뽑히셨지만,
마지막 때에 여러분을 위하여 나타나셨습니다.
21 여러분은 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시고 영광을 주시어,
여러분의 믿음과 희망이 하느님을 향하게 해 주셨습니다.
22 여러분은 진리에 순종함으로써 영혼이 깨끗해져
진실한 형제애를 실천하게 되었으니,
깨끗한 마음으로 서로 한결같이 사랑하십시오.
23 여러분은 썩어 없어지는 씨앗이 아니라 썩어 없어지지 않는 씨앗,
곧 살아 계시며 영원히 머물러 계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통하여
새로 태어났습니다.
24 “모든 인간은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꽃과 같다.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지만
25 주님의 말씀은 영원히 머물러 계시다.”
바로 이 말씀이 여러분에게 전해진 복음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보다시피 우리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고 있다. 거기에서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0,32-45
그때에 제자들이 32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앞에 서서 가고 계셨다.
그들은 놀라워하고 또 뒤따르는 이들은 두려워하였다.
예수님께서 다시 열두 제자를 데리고 가시며,
당신께 닥칠 일들을 그들에게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33 “보다시피 우리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고 있다.
거기에서 사람의 아들은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넘겨질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사람의 아들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그를 다른 민족 사람들에게 넘겨
34 조롱하고 침 뱉고 채찍질하고 나서 죽이게 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
35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께 다가와,
“스승님, 저희가 스승님께 청하는 대로
저희에게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고 말하였다.
36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내가 너희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하고 물으시자,
37 그들이 “스승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저희를 하나는 스승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 주십시오.” 하고 대답하였다.
38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너희가 무엇을 청하는지 알지도 못한다.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으며,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가 받을 수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39 그들이 “할 수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도 마시고,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도 받을 것이다.
40 그러나 내 오른쪽이나 왼쪽에 앉는 것은 내가 허락할 일이 아니라,
정해진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41 다른 열 제자가 이 말을 듣고 야고보와 요한을 불쾌하게 여기기 시작하였다.
42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가까이 불러 이르셨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라는 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43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44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45 사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어렸을 때, 아침이면 집안이 시끌벅적했습니다.
6남매이다 보니, 회사 출근과 등교 준비로 늘 바쁜 아침이었습니다.
이렇게 바쁜 아침에 문제가 생길 때가 있습니다.
바로 화장실 문제입니다.
가족 모두 이용해야 하는데, 화장실 숫자는 마당 구석에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화장실 앞에 줄이 서 있을 때, 저는 곧바로 앞 건물을 향해 뛰어갔습니다.
이 앞 건물이 바로 성당이었습니다.
1분만 뛰어가면 바로 성당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성당 화장실을 거침없이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 집처럼 편한 마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우리 집 화장실보다 더 많이 이용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모르는 사람 집에 들어가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을까요?
정 급하면 사정을 이야기하고서 화장실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웬만해서는 이용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성당은 제게 너무나 편한 곳이었습니다.
이렇게 편한 곳이 된 것은 그만큼 성당에 자주 갔기 때문입니다.
매일 미사를 했고, 또 복사를 서면서 성당은 집처럼 편해졌습니다.
주님과 편한 관계가 되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많이 주님을 만나야 하고, 주님과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이것이 주님과 가깝고 편한 관계가 되는 길입니다.
즉, 기도를 통해 대화하고, 신앙생활을 통해 주님을 만나야 했습니다.
그래야 어렵고 힘들 때, 주님께 얼른 달려가서 그 안에서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가 주님 안에서가 아닌 세상 안에서 위로와 힘을 얻으려고 합니다.
오늘은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의 동료 순교 복자들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들은 아직 성인품에 오르지는 않으셨지만,
주님을 증거하기 위해 자기의 목숨까지 바치셨으며 이로써
지금의 한국 교회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하신 우리의 선조들이십니다.
예수님께서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라고 말씀하시지요.
실제로 우리 순교 선조들은 자기 죽음을 통해
이 땅에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신 분이셨습니다.
자기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생명을
기꺼이 주님을 위해 내어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님께 대한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그 사랑이 너무 크기에 배신할 수 없었고,
그 사랑이 너무 편안해서 주님 뜻에서 벗어나는 것을 행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과거 우리 순교자들이 보여주셨던 주님께 대한 사랑을 우리 마음에 담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사랑을 가득 담을수록 주님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편한 분이 될 것입니다.
오늘의 명언: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過猶不及/과유불급)(논어 선진 편).
사진설명: 김형주(이멜다), 새벽빛을 여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