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통령,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함께 생환하면 "진짜 내전"...운명의 주 4가지 시나리오 (1)(2) / 3/24(월) / 중앙일보 일본어판
정치권의 격랑을 부를 운명의 주가 시작됐다. 24일 헌법재판소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에 이어 26일 서울고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가 있다. 두 선고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전망 등으로 정치권에서는 각종 시나리오도 난무하고 있다. 아무도 앞으로를 예상할 수 없는 이른바 '시계 제로' 상태라는 것이다.
〈1〉 이대표=피선거권 박탈, 윤대통령=파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을 원하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항소심에서 1심(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같은 피선거권 박탈형이 유지되기를 기대한다. 그동안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으로 여야 모두 이 상황에 대비해 움직였다. 다만 먼저 윤 대통령 선고-나중에 이 대표 선고를 전제로 하는 예상이었다. 윤 대통령의 선고가 이 대표 항소심 선고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변수가 생겼다.
당황한 쪽은 민주당이다. 이 대표의 피선거권 박탈형이 유지될 경우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늦어지는 것은 큰 부담이다.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이 강조하는 공직선거법 강행규정 '6·3·3(1심 6개월, 항소심과 상고심 각각 3개월 이내에 종료)'에 따르면 이 대표 사건의 대법원 판단은 항소심 선고 3개월 후인 6월 26일까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 탄핵이 4월에 인용되면 조기 대선도 6월에 치러지게 돼 이 대표 사건의 대법원 판단이 대선 직전에 내려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런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 자체가 이 대표에게는 악재다. 비이재명파를 중심으로 후보 교체론 양보론이 부상할 수도 있다. 심지어 민주당이 대체 후보를 낼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는 반응도 나온다.
이에 따라 헌재의 신속한 윤 대통령 탄핵 결정을 촉구하는 야당 측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23일 자신의 SNS에 "내란 사태가 장기화하고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자영업자들은 매출 급감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헌재는) 더 이상 선고를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고 글을 올렸다. 광화문 천막당사 운영을 예고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헌재는 25일(이 대표 항소심 선고 전날)이라도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려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민주노총은 26일까지 헌재가 파면 선고 일정을 확정하지 않으면 27일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탄핵 선고를 25일로, 민주노총이 총파업 최후통첩일을 26일로 정한 것은 대한민국 사법시계를 이재명 한 사람에게 맞추라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불복 빌드업(준비) 차원에서 천막당사를 설치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2〉 이대표=피선거권 박탈, 윤대통령=기각 또는 각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기각 또는 각하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선고가 늦어지는 것은 논의할 쟁점이 많다는 것(나경원 의원)이라는 이유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가 26일 항소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이 유지된 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기각 또는 각하되는 상황을 최고의 시나리오로 여기고 있다. 조기 대선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8건의 사건 12건의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야당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12.3비상계엄 사태 직전 10%대의 낮은 국정 지지율을 보인 윤 대통령에게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이 내려질 경우 열성 지지층의 지지를 등에 업고 보수 진영에서의 입지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헌재에서 최후진술을 했듯이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을 적극 추진할 경우 야당의 거센 반발 속에서도 정국 주도권을 쥘 가능성도 있다.
다만 탄핵 찬성 여론이 60%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회적 혼란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윤 대통령이 복귀하더라도 정치적 권위와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며 "(기각이나 각하의 경우) 윤 대통령이 계엄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의 무언가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는 것을 야당 측 지지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아 사실상의 '광장 내전' 사태가 빚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3〉 이대표=피선거권 유지, 윤대통령=파면
반대로 이 대표가 항소심에서 무죄 또는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 두 달 뒤 치러질 대선에서는 이 대표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예측된다. 조기 대선 전에 대법원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사건이 덮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이 대표의 4건의 재판 중 위증교사 사건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나머지 3건의 재판은 아직 1심 선고도 없어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둘러싸고 진행 중인 재판을 중단해야 하느냐는 이른바 헌법 84조 논쟁도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후보 교체론이 완전히 약해질 것"이라며 "그 이후에는 대선 자체가 이재명이냐 아니냐의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 파면의 책임을 둘러싸고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의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4〉 이대표=피선거권 유지, 윤대통령=기각 or 각하
이 대표가 피선거권 박탈형을 피하는 동시에 윤 대통령도 직무에 복귀하는 경우다. 한마디로 여야 대표주자가 함께 사법적 심판을 뚫고 정치적으로 생환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여야의 극단적인 대립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2022년 대선부터 이어져 온 '윤석열 vs 이재명'의 대결 구도도 윤 대통령 임기 종료 때까지 이어진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여야 극단 대립의 2라운드가 시작된다"며 "심리적인 내전이 아니라 정말 내전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