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넷플릭스 리미티드 시리즈 '언테임드'(6부작)가 공개되자마자 정주행하고 어제 2회까지 돌려 봤다. 믿었던 것들에 배신 당한 느낌이 드는 일이 적지 않았다.
기대했던 만큼 주 무대인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매력을 마음껏 음미할 수 없었다. 컴퓨터 그래픽(CG) 처리한 장면들이 제법 있었고, 산에서의 모험을 그려야 하는데 커트로 건너 뛰는 것들이 적지 않았다. 나중에야 로케이션 촬영 대부분이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진행됐다는 점을 알게 되자 배신감마저 엄습했다.
하지만 지난해 탐방객이 400만 가까이 됐다는 점을 알게 됐다. 요세미티는 가을과 겨울 발길이 거의 끊기고 봄과 여름에 탐방객이 몰리는 만큼 그들의 통제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점에 생각이 미쳤다. 2005년 7월 가족과 이곳을 찾았을 때 엘 캐피탄 근처 도로에 얼마나 차량들이 몰렸고 소란했는지 떠올리자 그럴 수 밖에 없었으리란 짐작됐다.
그 다음, 엘 캐피탄 위에서 추락해 두 암벽 등반가의 자일에 얽히고 설켜 매달리게 된 여성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사건의 얼개가 상당히 단순하고 예측 가능하다는 점이 스릴러의 재미를 반감시켰다. 한 외신이 "졸립다"고 혹평했는데 그럴 만하다. 나이가 제법 들어서인지 끔뻑 졸 때가 있다. 국립공원관리청(NPS) 산하 Investigative Services Branch(ISB)의 카일 터너(에릭 바나) 요원이 수사에 나서는데 그가 수사관이라기보다 원주민 추적자(트래커) 면모를 풍기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었는데 그렇다고 대단히 매력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다만, '트로이'의 그 바나가 풍기는 카리스마는 대단했다. 모든 진부한 스토리 전개, 속도감을 잃은 진행, 상투적인 반전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바나의 연기는 좋았다.
터너는 아들을 잃고 아내마저 떠난 '외로운 늑대'인데 그로데스크한 여성의 죽음 수사를 맡아 마치 삶의 의미를 되찾은 것처럼 행동한다. 그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캐릭터로 폴 사우터(샘 닐), 나야 바스케스(릴리 산티아고), 전 부인 질 보드윈(로즈마리 드윗)이 나온다. 사우터는 유일하게 터너의 재능을 알아주고 그 아픔까지 감싸준다. 바스케스는 남편의 폭력을 피해 이곳으로 전근해 왔는데 생각도 깊고 수사 경험도 있어 동료들과 충돌하기만 했던 터너를 알뜰히 챙겨준다. 전처야 당연히 아들을잃은 죄책감을 전 남편과 공유하며 그의 아픔을 위로해주려 한다.
그런데 이 주요 인물들은 믿었던 것들에 등을 돌리고 아픔을 주고 상처를 안긴다. 또 등 돌림으로 상처를 받고 아파한다. 돌이켜 보면 요세미티로 대변되는 자연과 야생마저 그렇다. 자연은 탐방과 모험의 대상으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날씨와 혹독한 시련을 인간에게 선사하기도 한다. 그 '길들여지지 않음'(untamed)을 이해하지 못해 준비되지 못한 이들은 혹독하게 당한다.
한 블로거는 이 시리즈가 그런 세계관을 보여줘 좋았다고 적었는데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리뷰였다. '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와 넷플릭스 '사나운 땅의 사람들'(American Primeval)을 집필한 마크 L 스미스가 딸 엘 스미스와 함께 극본을 썼다는 점에도 눈길이 간다. 부녀가 의견을 공유하며 써서 상당히 득 본 요소도 있지 않을까 싶다.
6회 초반에 일찌감치 살인 사건 수사가 일단락되는데 열심히 빌드업해 마지막 반전이 일어나긴 한다. 하지만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라 '마라 맛'과는 거리가 있다.
모든 실망스러운 점을 차치하고 요세미티의 풍광과 바나의 카리스마는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누구는 '이 정도 제작 예산에 배우진 투입해 (공산품처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딱 찍어낸 듯한) 만든 딱 어중간한 넷플릭스 시리즈'라고 평가했는데 어쩌면 정곡을 찌른 리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더위에 지쳐가는 밤, 약간 풀어진 느낌으로 정주행할 만한 시리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