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시장에서 재개발·재건축은 희비가 엇갈렸다. 재개발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간 반면 재건축 시장은 서울 강남권 단지를 중심으로 살아나는 기색을 보였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4·1대책, 8·28대책 등이 쏟아졌지만 재개발시장에 미치는 약발은 미미했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재개발 구역 지분가격이 약보합세를 지속한 것이다. 서울·수도권에서 재개발·뉴타운 출구전략을 통해 옥석 가리기를 위한 구조조정을 실시했지만 매몰비용 처리에 난항을 겪으면서 불확실성을 키웠다.
재건축 시장은 강남권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일찌감치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해당 단지들은 들썩였다. 일부 단지는 호가와 실거래가가 모두 수천만원씩 올랐다. 다만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의 경우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고 집값도 내림세를 나타냈다.
재개발 지분가격, 뚜렷한 반등 기대 어려워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재개발 지분가격(지난달 기준)은 보합권에서 오르내림을 반복했다. 서울과 인천은 각각 3.3㎡당 2469만원, 1332만원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올랐다. 반면 경기도는 하락하며 3.3㎡당 1486만원을 기록했다. 세 곳 모두 정부의 4·1대책 이후 소폭 반등했다가 3분기 이후 가격이 떨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서울의 경우 출구전략이 시행된 지난해 3.3㎡당 지분가격 2500만원 선이 무너진 뒤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매도인들은 부동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호가를 올리고 있는데 반해 매수인들의 관심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을 이끌어줄 호재가 없는 데다 개발사업에 사용됐던 매몰비용의 부담을 누가 지느냐에 관한 장벽에 부딪혀 구조조정 속도가 지지부진하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강동구 천호뉴타운, 동대문구 전농·답십리재정비촉진지구, 성북구 장위재정비촉진지구 등은 올해 지분가격이 7~10%가량 빠졌다.
▲ 자료: 부동산114
다만 관리처분, 이주·철거 등 사업 안정화 단계에 있는 사업장은 거래가 비교적 활발한 모습이다. 이주·철거 단계에 이른 성동구 금호 13구역, 옥수 13구역은 재개발지분에 5000만~1억원의 웃돈(프리미엄)이 붙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무산된 용산 전면2·3구역은 수요 문의조차 뜸했다.
내년에도 재개발 시장의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이렇다 할 호재요인이 없어서다. 전문가들은 "사업 추진이 결정된 사업장에 대해서는 행정·제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구역지정이 해제된 곳은 도시환경 정비사업 같은 대안사업으로 유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재건축, 강남 위주로 '숨통'
재건축시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올해 서울 재건축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1.63% 올라 4년 만에 반등했다. 입지여건이 좋은 송파구 등 강남권 단지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힘을 실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와 재건축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와 강남구 개포동 주공단지, 강동구 둔촌동 주공단지 등은 건축심의를 통과하고 사업시행 인가를 신청하는 등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이들 단지는 매매거래가 꾸준히 이뤄지면서 호가도 수천만원씩 올랐다.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형이 올 들어 1억7000만원가량 오른 10억5000만~10억7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개포 주공2단지 전용 25㎡형은 3000만원 오른 4억2000만~4억4000만원 선이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등 핵심 법안이 국회에 묶여 있는 점은 여전히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 최고 50층, 총 5890가구로 재건축될 예정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경. [황의영 기자]
변수는 내년 4월 시행되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이다. 정부가 15년 이상 된 아파트 건물 위로 최대 3개 층(14층 이하는 2개 층)을 더 올리고, 가구수를 15%까지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다만 재건축을 준비하던 단지가 리모델링으로 돌아설 공산은 크지 않아 보인다. 시장 상황이 녹록하지 않은 데다 강남, 분당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조합원이 떠안아야 할 추가부담금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부담 요소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흐름을 띨 것으로 내다봤다. 사업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지역 위주로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다. 우리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팀장은 "강남권의 경우 입지에 대한 기대감과 풍부한 대기수요로 인해 올해보다 시장이 나아질 수 있다"며 "하지만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은 사업성이 불안정해 시장이 살아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