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감사와 믿음
모든 일에 감사하는 것이 하느님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인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이다(1테살 5,18). 감사할 일이 생겨서 감사하는 게 아니라 감사하면 감사해야 할 것이 보인다고 한다. 모든 일에 감사하라고 한 걸 보면 감사는 내가 받은 좋은 것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의지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그 나병환자 열 사람은 멀찌감치 서서 예수님께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청했다. 율법에 따라 그들은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면 안 되고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야 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가서 그들의 몸에 손을 대고 싶으셨겠지만 그들이 거리를 두고자 하니 그들의 뜻을 존중하며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 몸을 보여라.” 하고 이르셨다. 그들이 가는 동안에 몸이 깨끗해졌다. 그 중 한 사람, 외국인인 사마리아 사람만이 예수님께 돌아와 감사했다. 나머지 아홉은 아마 운 좋게 병이 그냥 나은 줄 알았거나 자신이 기도하고 노력해서 그렇게 된 줄 알았나 보다. 사실 예수님이 아무런 치료나 주술 행위도 하지 않았는데 그분이 자신을 낫게 해주었다고 생각하기 어려웠을 거 같다. 그들을 이해할 만하다. 반면에 그 사마리아 사람은 예수님이 낫게 해주셨다고 생각해서 돌아와 그분께 감사드렸다. 믿고 안 믿고 그 둘 사이 어떤 연결점도 찾기 어렵다. 그가 그렇게 믿게 된 이유를 알 수 없다. 믿음은 정말이지 하느님이 주시는 참 좋은 선물이다.
청원하며 하느님을 찾는다면 감사하며 하느님을 만난다. 그 사마리아 사람이 돌아와 감사하며 구세주 하느님을 눈으로 뵙게 된 거처럼 말이다. 무릎을 꿇고 감사하는 그에게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어두운 마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가던 그의 발길을 돌리게 했던 그의 믿음은 예수님의 이 말씀으로 더욱 굳건해졌을 거다. 믿음은 계속 자란다. 더 굳건해지고 깊어지고 순수해진다. 하느님이 하느님이시니까 흠숭과 감사를 드린다. 내 청원을 들어주시거나 행운을 갖다주셔서가 아니라 내가 당신을 알게 해주시고 예수님을 통해서 당신과 인격적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한다. 밭에서 돌아와 바로 주인의 밥상을 차리고 시중을 드는 생활이어도 내가 그 주인의 종인 걸 감사하는 거처럼, 정말 쓸모없는데도 여전히 나를 당신 집에 두시는 것에 감사한다(루카 17,7-8.9).
예수 그리스도,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시다.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 나를 구원하셨다. 나는 나를 구원할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안다. 수십 년 노력해도 잘 안되고,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거니와 결정적으로 속내를 들여다보면 바꿀 마음이 없다. “그러나 우리 구원자이신 하느님의 호의와 인간애가 드러난 그때,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한 의로운 일 때문이 아니라 당신 자비에 따라, 성령을 통하여 거듭나고 새로워지도록 물로 씻어 구원하신 것입니다(티토 3,4-5).” 하느님께 감사하고 감사하고 감사한다. 그 아홉 사람은 몰랐고 그 한 사람은 알았다. 그래서 예수님께 돌아와 감사했고 그의 믿음은 더 커졌다. 그는 하느님과 더 가까워졌다.
예수님, 새로운 하루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것저것 청합니다. 제가 청하기도 전에 제게 필요한 것을 이미 다 아시고, 저보다 주님이 그들을 더 아끼시고 사랑하시는 줄도 아는데도 이렇게 똑같은 걸 계속 청하는 건 제가 주님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감사하는 걸 훈련하기 위함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의 오른손을 따라 예수님께로, 하느님께로 한 발 더 다가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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