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 재계1위의 삼성가 맏딸인 이부진 사장(당시 전무)이 결혼한다는 소식에 남편이 누구인가에 온통 관심이 쏠렸다. 이 사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쏙 빼닮아 재계의 관심은 더했다. 이 회장도 평소 이부진 사장을 제일 아꼈다. 연애결혼보단 집안끼리 정략결혼을 선호하는 삼성가답게 이 사장의 남편도 재벌가 집 자재나 도련님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작용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평범한 샐러리맨 출신인 임 전무였다. 장남인 이 사장이 대상가 자녀와 인연을 맺은 것만 봐도 당시 임 전무의 등장은 삼성가에 여러모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 전무가 삼성과 인연을 처음 맺은 것은 1995년. 삼성에 입사하여 에스원의 사업기획실에서 전산 업무를 담당하면서 부터다. 이런 임 전무가 이 사장을 만난 곳은 사회봉사 단체에서였다고 한다. 임 전무의 부서가 격주말로 사회봉사 활동으로 찾아간 곳이 마침 이 사장이 소속된 사회복지재단에서도 봉사 활동을 펼치는 곳이었던 것. 둘은 봉사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나 사귀게 됐다.
집안의 반대도 당연히 만만치 않았다. 알려졌다시피 임 전무는 단국대 전자계산학과 출신이었다. 결혼이후 곧바로 미국 MIT로 유학을 떠난 그를 두고 일각에서는 삼성가의 기준에 어느 정도 맞추기 위해 유학을 보낸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결혼 후에도 이건희가 대놓고 무시하고 인정 못받고 승진도 제일 느렸으니, 참다못한 이부진은 가족 모임에서 이건희한테 자기 남편 무시하지 말라며 단단히 충고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