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0. 9. 18. 금요일.
오후에 아내한테 바람이나 쐬러 나가자고 말했더니만 어제 올림픽공원에서 걸었기에 몸이 피곤하다며 거절한다.
어디로 갈까?
송파구 석촌호수, 잠실 한강공원, 강남구 양재천, 선릉?
마땅한 곳이 떠오르지 않기에 그냥 지하 5호선 삼전역으로 나가서 보훈병원 앞산 일자산이나 산보하자고 나섰다.
아파트에서 벗어난 지 15분쯤 걸려서 전철역에 도착했고, 또 20분이 채 안 되어서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역에 도착했다.
3번출구를 빠져나온 뒤 건늘목을 건너서 '동남로'를 따라서 한강변(고덕역)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나로서는 처음 걷는 동남로.
직선의 대로에는 자동차가 엄청나게 양방향으로 질주한다.
걷는 도로 폭이 무척이나 비좁다. 겨우 한 사람이나 지나가는 통행로이다. 사람보다는 차량 위주로 만든 대로이다. 오른쪽은 일자산.
내가 스쳐서 지나가면서 메모한 장소 이름들이다.
일자산제2체육관, 잔디광장, 일자산제1체육관, 강남구 도시농업공원, 보릿골 음식점, 생태공원 앞 사거리, 광장지구, 야외 전시장, ....
대명초등학교 입구 사거리에서 우회전.
상암동의 상암로를 따라서 걷었다.
길 건너편에는 고급 주택단지가 이어진다.
효성빌라, 대림빌라, 주몽재활원, 강동구 친환경체험교육장, 동아파트 앞 교차로, 화훼단지(꽃가게)의 간판들이 즐비하다.
※ 혜성농원 : 강동구 천호대로 213길 9 (02 -428- 5659) : 관엽식물, 분재, 란, 도매전문.
용담화원, 희망농원를 지난 뒤 다시 천호대로를 따라서 보훈병원 방향으로 가는 대로를 따라서 걸었다.
도로변에는 화훼단지가 이어진다.
일자산 쪽으로 들어섰다. 산 하단에 있는 냉동종조기계 등의 공단지역이 길게 이어진다.
대사골, 동명사(절)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일자산으로 올랐다.
이제는 내가 아는 지역이기에 거침없이 산행을 시작했다.
''해맞이공원'에서 조금 걷다가는 이내 보훈병원으로 가는 안내판을 보고는 하산했다.
보훈병원역 전철 1번출구로 들어가서 송파구 잠실로 가는 전철을 탔다.
전철 안에서 오늘 산행한 메모지를 읽는데... 일반행이 아닌 급행?
일반역인 삼전역은 멈추지도 않고는 그참 잠실종합운동장역으로 질주한다.
종합운동장역에서 내린 뒤 2호선으로 갈아 탔다.
전철을 바꿔 타려면 걸어야 할 역사 안이 무척이나 복잡하며, 길이가 길었다.
종합운동장역 - 잠실새내역은 고작 한 정거장 거리인데....
잠실새내역에서 내린 뒤 잠실3단지 아파트 사이를 지나서 4단지로 돌아왔다.
오늘은 집에서 나선 지 3시간 40분이 걸렸다.
쉬지 않고 걸었더니만 또 무릎팍이 욱신거린다.
오늘 도보여행기를 다시 압축한다.
보훈병원역 3번 출구를 빠져나온 뒤 직선 도로의 인도를 따라서 길동 생태공원 쪽으로 걸었다.
- 내가 이 지역의 대로를 따라서 걷는 것은 처음이다.
사거리 건너편에 있는 길동생태공원에서는 오후 4시 이후에는 출입하지 못한다며 할머니 안내원이 출입을 막았다. 소변을 보겠다고 말하니 온도계로 내 이마의 체온을 잰다. 나는 처음으로 체온 경험을 한 뒤에 화장실에 들렀다.
생태공원 건물 뒤편의 숲은 승상산.
나중에 한번 산행해야겠다.
오늘은 처음으로 산의 위치만 확인했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해 한다.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한 일자산 주변에는 야산들이 많다.
인근 주민들이 쉽게 접근하여 산행할 수 있기에 큰 혜택일 게다.
산행 코스도 무척이나 다양하고, 산길도 안전하도록 잘 설치했기에 외지인이라도 걷는 데에는 아주 쉽고 무난했다. 길 잃어버릴 일이 전혀 없으니까.
산길 바닥에 떨어진 밤톨 하나, 상수리/도토리 여러 개를 주웠다.
작은 밤톨 한 알은 어찌할까?
상수리와 도토리 열매는 서해안 시골로 가져가서 텃밭 가생이에 묻고 싶다. 나중에 싹이 트거든 텃밭에 심어서 크게 키우고 싶다.
20 ~30년 뒤에는 거목이 되겠지.
그때쯤이면 나는?
끝을 알 수 없는 저너머 세상에서 지구라는 작은 별을 내려다볼까?
내가 대전에서 초중고를 다닌 뒤 서울에 올라왔을 때는 1960년대 말이었다.
서울에서 산 지도 제법 오래되었는데도 2020년 9월인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강남시에 소재한 '일자산' 북측 하단 길을 따라서 길게, 직선으로 걸었다.
나한테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숱하게 걷는 길일 터.
남들은 많이도 경험을 해서 잘도 아는데도 나만 전혀 몰랐다는 뜻.
내가 '아는 것이란 지극히 보잘것 없고, 편협하다'는 사실을 또 깨닫는다.
아는 체를 덜 해야겠다며 반성하는 날이 되었다.
도보여행 병이 또 도졌나?
무릎이 아픈데도 요즘에는 강동구, 강남구, 송파구의 도심지 안에서 나무와 숲을 찾아서 걸었다.
걸으면서 좌우로 살펴보니 종교기관, 종교시설이 무척이나 많다는 느낌이다.
서울은 '신들의 세계'인가 하는 생각조차도 든다.
강동구와 하남시의 경계로 나눠졌고, 직선으로 내뻗은 천호대로 양편에는 꽃가게, 농원들이 엄청나게 많다.
조경수, 가정용 화초를 재배 판매하고, 식물을 사서 차에 실고 가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뜻.
나는 건달농사꾼, 엉터리농사꾼이기에 전문적인 꽃재배 시설과 기술에는 흉내도 못내겠다.
아쉽다면 이들 가게에 파는 식물은 한국 토종이 아닌 외국식물이 대부분이다. 토종식물을 개량, 육성, 보급했으면 싶다.
서울과 수도권 안에도 많은 산과 숲이 있고, 나무와 풀도 있다.
나는 오늘도 글감은 얻었다.
산문-일기를 썼기에, 더 다듬으면 산문-여행기가 될 게다.
생활 속에서 건져올리는 문학... 이기를 바란다.
'오늘이 내 남아 있는 일생 가운데 가장 젊은날이다'라는 사실을 또 확인한다.
2020. 8. 18.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