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내린 비를 아랑곳 하지 않고 아침부터 온몸을 강타하는 설렘으로 마음이 바쁘다.
그러나 사실은 바다 건너 미국에서 돌아가신 친정아버님-95세-을 현충원에 모시고자 친구가 고국을 찾고
서울 언저리 친구들이 함께 동행한다는 전언을 받고 부터 사실 설렘, 그러하기는 했다.
친구가 몇번의 한국행을 하였어도 개인적으로 바빴던 터라 특별히 시간을 내어 만나지 못했던 지난 날들이 있었던 고로
이번에는 정말이지 꼭 만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여고시절을 함께 하면서 그것도 항상 붙어 살던 친구와 같은 반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면식이 있고
늘 친구들을 통해 자주 언급되던 친구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 어떠한 이유와도 상관없이 그저 같은 한 울타리 친구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만나야 할 이유는 충분했던 것.
하지만 최근에 친정아버지를 여의고 애달아 할 친구를 만나 이런저런 위로의 다담을 나누고자 하였으나
결국엔 미국발 친구를 빙자한 서울 언저리 친구들의 만남이 우선이 된 듯
간만에 밀린 이야기 하느라 주객이 전도 된 이상하고도 야릇한 만남이었지만 와중에도 다들 웃느라 시간이 바삐 흘렀다.
물론 아버지 잃은 친구에게 마음을 다해 위로를 해도 모자랄 마당에 같이 웃고 떠드는 괴이한 시간이 되었는가 싶어도,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분위기상 허튼 소리를 하며 웃고 시간을 남발하는 듯 하였어도 이심전심.
알게 모르게 우리는 친구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다독이면서도 표현을 하지 않거나 못했거나.....
결국엔 참다 못한 영득이가
"우리는 늦된 고아가 된 친구를 위로해야 하는 것 아니야? 우리끼리 너무 즐거운거 아니야?" 라고
후회막심의 발언을 하였어도 이미 때는 늦으리 이었고 그 분위기는 그런대로 웃픈 현실을 넘나들며
마음 아플 우아한 미국발 친구를 곁에 두고 위로는 커녕 그저 우리끼리 밀린 수다를 떨며 희희낙락하느라
제정신은 잠시 저당잡혔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픔과 즐거움 사이를 절묘하게 곡예를 하며 우린 또 그렇게 친구지간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뭐 그런 말이다.
원래 함께 찾아들겠다던 양희와 혜란이가 각자에게 벌어진 돌발상황에 동행하지 못하는 사연은 있었지만
그래도 화영이를 비롯하여 영득이, 순희 재희와 나눈 그 시간이 참으로 귀하기도 하였다.
어쨋거나 화영이와 주재희는 이른 아침에 찾아들어 한택 식물원을 바람처럼 휘리릭 돌아들고
직접 네리를 통해 빠릿하게 찾아든 영득이라 모두안성 금광호수 주변에 자리한 가마솥 들밥집에서
채소를 유난히 좋아한다는 화영이를 위해 각종 나물로 이뤄진 성찬 점심을 해결하고
무설재로 들어오는 길에 문화의 격을 높이기 위해 잠시 도예가 김한사 선생님댁을 들렀다.
당연히 사전 허락을 구하고 찾아든 발걸음이긴 하였어도 작업시간을 빼앗는 듯 해 미안한 마음은 있었지만
그런 것은 잠시 고이 접어두고 휘리릭.
간만에 찾아들었더니 그동안 몇번의 전시를 거치는 동안 채 눈에 담지 못했던 많은 작품들이 전시를 통해
새로운 주인을 찾아가버려 아쉬웠으나 남겨진 작품만으로도 충분히 작품 감상을 하기도 하고 작가와의 만남도 흔쾌하였다.
물론 첫 대면이었어도 스스럼없이 친구들에게 자신의 작품에 대해 친절하게 소개해주신 김한사쌤과 더불어
눈과 귀와 입이 호강하는 시간이 참으로 행복하였다는....잠시 즐감.
드디어 무설재로 입성을 하여 무성한 초록으로 무장을 한 정경에 환호하고
아침에 새로운 식구를 탄생시킨 무설재 명견 꽁꽁이에게 찬사를 하며
차실에 앉아 쉴새없이 시공을 초월한 수다 삼매경을 시작하나니 그 시간이 어찌 흐르는지 모르겠더라.
좌우지간 먹고 마시고 떠들고 3위 일체는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을 만큼 그저 수더분한 줌마들의 끊임없는 복중 삼매경은 지칠 일이 없다.
그러나 시간은 어찌 그리 야속하게도 빨리 후다닥 지나가버리는지 많은 이야기가 오고가며
서로를 더욱 진하게 느끼고 이해할 시간 즈음이 되니 각자의 공간으로 귀소본능을 챙겨야 할 시간이 되었다.
많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서는 친구들에게 오래도록 건강하게 잘 살아내자는 말로 마무리 인사를 하자니
울컥, 웃고 떠드는 와중에 이 나이까지 와버렸어 가 실감나던 하루....
인생 후반부 세월은 멀리 있지 아니하도다 뭐 그런.
마음이 지치고 힘듦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들과 웃으며 마음을 다잡았던 미국발 친구 화영에게
친정아버님의 명복을 빌면서 한켠으로는 덕분에 고마웠다는 마음도 전한다.
무사히 잘 돌아가 다시 카톡 세상에서 만나지길 희망한다는.
첫댓글 화영이 아버님 호상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주님앞에 구원의
확신이 있으셨던 분이라 슬픈 마음보다는 환송식 해 드려야지~!
게다가 현충원에 모셔지는 영광스러움은 아무나 누리지 못하는
대단한 일이시지~! 암튼 이러나저러나 난 원님덕에 나발불고 즐거웠다는~! ㅎㅎㅎ
오랫만에 화영이랑 재희, 여주, 순희랑 만나 참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화영이는 여전히 곱고 재희의 입술은 더욱 섹시하게 보여 부러웠다.
순희가 점심을 샀지.
김한사 선생님 작품속에서 마신 에스프레소는 최고였다.
여주네 귀하디 귀한 88년산 보이차를 끝도없이 마시면서 그 부드럽고 깊은 맛에 감동도 했다.
재희는 또 얼마나 재밌게 말하던지..
아버님을 보내드린 화영이의 아픔에 쭈뼛대면서 나는 그 화영이로부터 40주년 기부금 천달러까지 받아들었다.
참 좋은 친구들.
불러준 여주랑 순희에게 감사한다.
천달라가 감사혔던건 아니구~? ㅋㅋ 난 안곱구? 내입술은 안 섹시하고 ~? 즘심 괜히 샀네 ㅜㅜ
어머나? 화영아! 아버님 소천하셨구나^^
95세를 잘 지내시다가 하늘나라로 이사가신 아버님의 삶이... 이제는 만지며 느낄 수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어머님과 자녀들의 마음속에 든든한 버팀목으로 남기우고 가심이 충분히 축제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해^^ 오랫동안 잊고 지낸 까페에 자주 들어와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
화영이네는 딸부자집의 본을 보여주는 듯이 부럽더라! 어머님이 많이 허전하시겠네^^
자주 들어와~! 여기서도 만나니 무쟈게 반갑구만~! ^ ^
순희, 그대 없으면 모임이 되는가... 위로 천사!. 무설재가 이젠 자리를잡았네, 풍성한 초록의 향연이 정겹고 품위 있어 보인다. 다녀온지가 8년 된것 같아.
무설재 주인의 넉넉함이 엿보인다. 부러워라...
맞어 무설재 주인의 풍성한 인심 덕분에 우리 모두가 즐거웠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