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생 딸이 있어요
아빠의 권유로 작년 8월에 사관학교 시험을 치렀는데 아슬아슬 .. 미역국 먹고...
올 수능을 치렀는데,
평상보다 긴장이 되어서 외국어영역을 평소실력대로 못 치르고 제법 망쳤지만서도
일전에 말했듯이
남편은 이 나라가 부동산땜에 학원땜에 망할 나라라고 맨날 혀를 끌끌 차는 사람인지라
우리 아이들.. 다른 아이들처럼 그 흔한 학습지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기냥.. 죽어라고 학교만 열심히 다닌셈치고
그런대로 성적이 잘 나온편이었습니다.
(시골살다가 서울왔을때 이 아인 친구들이 너무 불쌍하다했지요.
자기는 오디따서 인디언놀이하고 산으로 들로 뛰어놀고 앞마당 나무밑에 자리깔고 마음껏 뒹굴며 책읽고 개울에서
멱감고 놀때 서울 지금 친구들은 들어보니.. 유치원때부터 놀지도 못하고 이것저것... 지금도 밤늦게까지 학원에 과외에...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을정도니까.. 어지간히 자유롭게 자랐지요)
작년 합격선과 등급별 수능성적을 봐서 포항H대랑 흔히 말하는 Y대에 원서를 냈는데
가고픈 학과에 소신껏 지원을 못하고
좀 눈치를 보느라 하향지원해서 결과가 사상최대의 경쟁률에 일조했슴다..
ebs 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문제가 있었던것도 은근히 화가 나고..
영국에 있는 언니가 무조건 소신지원하라고 그렇게 일렀건만..
결과는 오히려 낙방했슴다...아....
요즘은 학교선생님들보다도 학부모들이 훨씬 전문가라고들합니다.
한번은 S대에 수시전형후 논술보러갔다가
거기서 만난 학부모들과 차한잔 마시며 이야길 나누다보니 남편과 나.. 어느새 혀가 쑤..욱 빠져나올정돕니다.
부모가 고지식하고 무식해서리
아이를 망친거같아서 미안하다는 생각뿐입니다.
근데, 문제는
마음을 다잡고 재수하기로 부모는 생각하고있는데..
아이가 오늘갑자기 폭탄선언을 합니다.
'중학교때부터 뮤지컬을 너무나 하고싶었는데
형편상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않아 말을 안했는데... 도전해야겠다고... 남경주뮤지컬 오디션에 원서내겠다고...'
이런 저런 장점을 들어 올해는 사관학교시험대비를 단단히 시킬려했더만...
어찌해야하누....으...
어딘들 험난하지않은 길이 있겠냐만은
예술의 세계란 1인자 2인자가 아님 살아남기 힘든 세계아니겠슴까...
어릴때부터 노래는 꽤 잘하는편이었지만
성악공부를 한것도 아니고
현대,고전,발레,재즈..춤을 배운것도 아니고...
연기공부를 한것도 아니고...
돈이 있어 팍팍 밀어줄 형편도 아니고...
아......
머리가 팡팡 아파옵니다..
아빠는 자기마음과 같을줄 알았던 딸이 갑자기 웬 뚱딴지같은 소릴하니까
갑자기 힘이 쫘악 빠져보이더니.
그냥 할 말이 없다는 듯 소파에 누워 눈을 감아버립니다.
그래도 조금더 차분하다하는 엄마랑 저녁에 따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다보니..
아이눈에 눈물이 계속 흘러나오는데
동요되지않으려고 애쓰는 내 마음은 매정하기도하지..
세월이 흘러... 투잡으로 , 프로못지않은 아마추어로 즐기고 살면 안되겠냐고.. 달래보지만....
(저도 사실은 투잡, 쓰리잡, 어쩜 포잡인지도 모르지만... 프로합창단을 비롯한 내가 좋아하는 몇가지일들을 곁들어하는데
아쉬운점도 있으면서도 그런대로 만족하고있거든요..
제가 잘아는 지인중에서도 은행의 지점장이면서도 아마추어예술가로서 최현수 박인수등 내노라하는 프로예술가들과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에서 자주 연주회를 같이 출연하여 즐기고있고.. )
아이는 눈물만 그저 흘립니다...
아...
이전에 아이들이 어릴때는 무엇이든 아이들이 원하는것이면 오케이할줄 알았습니다.
왜 이렇게 내 자신이 변해있는지.. 나도 나 자신이 맘에 들지않아 한숨만 나옵니다.
우리가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진 생활을 이제껏 해왔으니
사실 아이는 좀 더 주어진 조건속에서 누리는 생활을 하길 바라는것같습니다.
이러든저런든간에
내일모레는 재수생들을 위한 입시설명회를 가기로 했습니다
정작 작년한해는 수험생부모가 입시설명회라곤 한번 참석한 적도 없으면서...
아이도 이미 학교에서 들어서 알건 다 알고 있다고 갈 필요없다고해서...믿고 가지않았었는데..
이젠 발등에 불이 떨어진듯.. 2008년 입시는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방식으로 입시를 치른다하니...
그래서 다들 올해는 재수시키면 안된다고.. 다들 무조건 보내야한다고 했었는데..
뒤늦게 이게 뭐람...
아이가 스스로 기도할 때마다...
자기의 가고싶은 길이 떠올라 떨쳐버릴 수 없었다고...
가고싶은길이 따로 있는데..
사관학교시험을 위해 더욱 올인할 수가 없었다고...
아.........
이제와서....
더우기
언니가 밟았던 전철을 밟게될까봐...
언니가 앞서 너무 설쳐놔서 자기는 지레 부모에게 말도 못 꺼냈다고...
큰 딸의 휘황찬란한 이야기를 하자면 그 또한 무지 긴 이야기를 해야겠지만..
--무용을 하면 무용선생님이 무용을 전공시키라고...
신촌에서 대학로에서 페스티벌때마다 어린 숙녀를 꼭 끼워넣어 공연을 하고.
드럼을 하면 드럼교수가,
피아노교수님은 또 피아노를 전공하라고...
작곡선생님은 작곡하자고...
아이가 뮤지컬하겠다고 얼마나 설쳐대고 한바탕 풍파를 일으키고 지나갔는지...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인생의 좋은 경험들이었겠지만..
부모인 우린 너무 힘들었어요..
워낙 독립적인 성격이라
부모한테 손 벌리는걸 제일 싫어하는 성격이고
뭐든 자기가 알바해서 저축해서 쓰고,(어린 학생이 눈물겹도록 알바를 하더라구요.. 더운 여름날. 무거운 아이스크림통을 메고
다니며 팔러다니질않나, 동대문에서 새벽시장알바를 하며 그 가게 개장이래 최고매출을 올렸다고 자랑을 해대질않나,
뭐, 패스트푸드점허드렛일은 그냥 하는거고, 어떨땐 웃기기도 하지만 뭘 안다고, 이랜드체인점인 리미니 레스토랑에서 주방매니저를
하질않나- 그때 모른척 슬쩍 가봤더니 오픈주방에서 높다란 허연 머리모자를 쓰고 요리해대는 모습을 보며 대견하기도하고
웃기기고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워낙 집에서 퓨전요리를 척척하던 아이이긴했지만. 그 집에서는 뭘 믿고 매니저를 시키는지
자기보다 나이많은 언니 오빠들을 부리는게 진짜 이상하더라구요, )
작년에는 영국 vitalise라는 봉사단체에서
신체적 정신적지체인들을 캐어하는 일을 하면서
주말마다 나오는 용돈을 모아
밤기차를 이용 숙식을 해결하면서 유럽여행을 마치고
그 돈 모아 우리 선물까지사고
한국 떠날때 혹시 비상금으로 겨우
백오십만원 통장에 넣어줬더니
거기다 더 보태어 돌려주더이다.
기특하다면 기특하지만...
워낙 보통아이같지않고 큰 물결을 일으키는 아이라..
언제 어디로 튈지..
다른 아이들처럼 조용히 얌전하게
학교 열심히 다니며 조용히 대학을 가면 우리맘이 어땠을까 뭐라 말할 순 없지만,
변화무쌍하고 화려한 몇해가 지난 지금
아이는 실력이 딸리는데도 자기는 세계적 명문대에서 공부하고싶다나 어쨋다나..
짠순이라, 유학갈때도 절대 유학원의 만만찮은 수수료가 아깝다고.. vitalise에 봉사하러갈때도 그랬지만
직접 영국에 메일 또는 포스트로 서류를 보내고 받고 해서 혼자 모든걸 해결해서 가더이다
없는 형편에 .... 파운데이션코스를 밟게 해준것만 해도 너무 감사하다나..
요즘도 메신저할때마다
자기를 보내줘서 너무 너무 감사하다고
후회없이 공부하겠다고....
코스웍에서는 과목마다 distinction을 받아서 서광이 비치나하다가도
정작 중요한 시험에 가서는 영어가 딸려서(외국인을 위한 영어수업이 따로 없는 학교)
오히려 fail도 한 과목 나왔다네요.
지금까지의 성적은 10% 들어가고 앞으로 남은 시험이 또 중요하니까
눈코뜰새없이 공부하느라....정말....정신없더라구요...
큰 아이... 진작 마음잡고 공부에 매진했으면 또 얼마나 좋았을까,
이렇듯 긴 시간동안 난리법석을 떨다가 이제서야 한 자리 앉아서 공부하고있으니..--
우리 둘째아이도 그 언니처럼 그 모양새대로 시행착오의 시간들 보내게될까,,
그 들인시간이며 들인 돈이며 들인 열정이며...
젊어서는 고생을 사서도 한다하고, 돌고 돌아 제 자리만 잘 찾으면 되기야하겠지만,
그 뒷바라지를 해야하는 우리는 어쩌누...
비영리법인을 운영하는 우리는 그 대단한 뒷바라지는 사실 힘들다고 말하고싶지만...
정말 못난 부모다
정말 정말 화려한(?부모속은 문들어지는) 청소년기를 보낸 우리 큰딸 새봄이..
그 그늘에 가려 자기만큼은 부모속을 썩이지말아야지 생각했다던 착한 둘째 빛나..
그 빛나가 드디어 자기를 속일 수 없다고.. 자기 색깔대로 살고싶다고..울며 선언을 했는데...
아, 제발
이 아이만큼은 얌전하게 정코스대로 학교가주길 원했는데..
마음이 복잡하여
도저히 잠이 오질 않네요...
T.T
첫댓글 대단한 따님을 두셨는데 무슨 걱정을 그렇게 많이 하십니까 행복한 비명인것 같아 오히려 부럽기만 합니다. 제가 볼 때는 따님이 가고싶은 길을 가도록 배려하는것이 가장 바람직 할 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단한 따님이란 혹시 첫째아이를 두고 하시는말씀아니실까요 워낙 자기 하고픈대로 하고 사는 아이였으니까... 둘째 아이의 순하디 순한 모습만 보고 지냈는데.. 보장이 되어있지않는 불실한 미래, 뮤지컬배우의 길을 갑자기 어떻게 바라지를 해야하나... 없는 집에서는 공부해서 길 찾아가는것이 제일 쉬운데.. 그지요...T.T
근데 또 읽어봐도, 첫째 따님은 정말 대단하신거 같습니다~ 나중에 자서전 한권 집필해도 전혀 손색 없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