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과 1의 미궁 외 2편
정황수
1. 해킹
침투한 낯선 코드, 과녁처럼 뚫린 화면 암호화된 조각들을 손끝으로 꿰맞춰도 화면엔 재만 남긴 채 명령행도 입 닫고 봉인된 압축파일, 판도라 상자인지 텅 빈 창만 깜박이고 허공 속 헤매다가 영과 일, 그 미궁 속에 내가 되래 갇혔네.
2. 웜부팅
넘볼 수 없는 벽에 고개 꺾인 모도리는 다시 한번 명령어를 손가락이 더듬는데 멈춰진 커서 끝자락 타는 침만 삼키고 블루스크린 잿빛 벽에 이마를 짚고 서서 로딩 중인 모래시계 벼랑 끝에 매달린 채 '수술 중' 붉은 메시지, 처방조차 가뭇없네.
現, 수라계 어름에서
1. 뱀의 혀 침 흥건한 턱주가리 찢어진 눈 날카롭다 감출 수 없는 흔적 뭉개려는 말 비침에 백태 낀 긴 혓바닥이 구린내로 날름대고.
2. 개 떼 습격 재갈 마냥 물려놓고 탈탈 턴 떼거리에 주인으로 떠받는 척 엉너리로 얼넘겨도 덴가슴 우렁잇속은 응어리가 척졌다.
3. 망나니 칼날 명줄 쥔 헛소문에 피를 맛본 악귀처럼 마구잡이 몰이꾼들 들쑤시고 혼을 빼네 맙소사! 인공지능마저 눈치 못 챌 속임수로.
4. 사자死者의 서 곤두선 머리칼로 말문 잠겨 우련하니 역마살 여윈 잠을 우두커니 배웅하며 몽불성夢不成 겨워, 겹다고벼려 뜬눈 우묵하다.
맹꽁이
맹꽁이가 사라졌다, 짝짜꿍 쇠고집이 "맹~" 하면 "맹~" 하래도 "꽁~" 하고 딴청 부려 몰이꾼 으름장에도 눈 하나 꿈쩍 않고.
한목소린 외곬이라 "맹~" 하면 "꽁~" 해야만 쿵짝 맞아 사이좋게 잘살 거라 외치다가 시멘트 땅속 깊숙이 숨 막힌 채 갇히었다.
장맛비 요란 떨던 그해 그 여름 뒤끝 꽉 막혔단 윽박에도 따라 하길 거부했다 맹꽁이 한철 소리마저 느닷없이 지워졌다.
- 정황수 시조집『기울어진 날의 알레그로』 2026. 시산맥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