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라이온 킹 절친 '품바'… 실제로는 사자 먹잇감이래요
혹멧돼지
혹멧돼지는 다른 멧돼지보다 위쪽 송곳니가 길어요. 등은 사자의 갈기처럼 생긴 털로 덮여 있답니다. /위키피디아
어렸을 적 월트 디즈니의 만화 영화 ‘라이온 킹’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주인공 심바의 아버지인 사자왕 무파사의 이야기를 다룬 실사판 영화가 곧 개봉한다고 합니다. 영화 포스터엔 감초 캐릭터인 멧돼지 ‘품바’도 반갑게 등장했죠. 입 밖으로 이빨이 뿔처럼 솟아 있는 품바는 아프리카에 사는 ‘혹멧돼지’라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만화와 영화에서 품바는 사자 가족의 둘도 없는 친구로 그려지지만, 사실은 사자의 먹잇감이랍니다. 사자뿐 아니라 표범·치타·하이에나도 혹멧돼지를 잡아먹죠.
멧돼지는 뛰어난 적응력과 강인한 생존력으로 세계 곳곳에서 번성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혹멧돼지는 탁 트인 벌판이 많은 아프리카 사바나의 환경에 맞춰 진화해왔어요. 몸길이는 최장 1.5m, 어깨높이는 최고 85cm로 우리나라 멧돼지와 비슷한데 두드러진 차이점이 몇 가지 있답니다.
혹멧돼지는 눈 아래 양 볼에 커다란 혹이 한 쌍, 그리고 주둥이 위에 좀 더 작은 혹이 또 한 쌍 솟아있어요. 이 혹은 피부가 부풀어오른 것으로 특히 수컷에게서 잘 나타나죠. 과학자들은 이 혹이 수컷들이 암컷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며 얼굴을 맞부딪칠 때 다치지 않도록 완충재 역할을 해주는 것으로 보고 있죠. 우리나라에 사는 멧돼지도 다 자라면 입밖으로 송곳니가 삐져 나오는데, 혹멧돼지는 이런 모습이 더 두드러져요. 30cm까지 자라는 기다란 위쪽 송곳니는 구부러져 있고, 약 13cm까지 자라는 짧은 아래 송곳니는 일직선이에요.
혹멧돼지의 등에는 사자의 갈기를 연상시키는 기다란 털이 돋아있어요. 특히 다리는 다른 멧돼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편인데요. 이런 기다란 다리 때문에 최대 시속 55㎞까지 속도를 낼 수 있어요. ‘스피드’는 혹멧돼지의 생존 수단이랍니다. 혹멧돼지는 땅돼지 등 다른 동물들이 파놓은 땅굴을 집으로 삼는데요. 천적을 피해 질주하는 습관이 들어있다보니 굴속에서 밖으로 나올 때는 용수철이 튕기는 모습이 연상될 정도로 재빠르게 튀어나오곤 해요.
맹수에게 따라잡혀 목숨이 위험하게 되면 양옆으로 뾰족하게 난 송곳니를 앞세워 반격을 하기도 해요. 혹멧돼지는 걸어다닐 때는 꼬리가 아래로 처지지만, 달릴 때는 하늘을 향해 꼬리를 바짝 쳐든답니다. 치켜든 꼬리는 동료들을 향해 ‘여기 천적이 있다’고 알려주는 경고 역할을 하죠.
만화 속 품바는 곤충의 애벌레를 아주 맛있게 먹는 걸로 그려져요. 실제로 혹멧돼지는 주로 땅에 돋아있는 키 작은 풀의 잎과 꽃·줄기 등을 먹는답니다. 여느 돼지들과 마찬가지로 후각이 아주 발달했어요. 좋아하는 풀뿌리 냄새를 맡으면 앞발로 무릎을 꿇은 뒤 코로 땅을 파헤친답니다.
아주 드물게 맹수들이 먹고 남은 초식동물 사체를 먹기도 해요. 혹멧돼지는 암컷과 새끼들을 중심으로 40마리 안팎의 무리를 구성하는데, 수컷들은 짝짓기를 하면 곧바로 암컷을 떠난대요. 한 배에 보통 세 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지만 많게는 여덟 마리까지 낳는답니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