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가 친구들 모임이 일요일 점심에 있다하여 토요일에 광주로 가
일요일에 에이스의 남덕유산행에 갈까를 생각하지만, 조그마한 오봉산행 후 취해
토요일에 가지 못한다.
바보의 차를 운전해 증심사 주차장까지 가니 11시 반이다.
점심을 먹기 조금 이르지만 식당을 기웃거린다.
중머리재 김밥 국밥집은 임대를 내 놨다.
윗쪽에 가면 혼자 먹기 난감하겠는데 그래도 올라가 전원일기에 들어간다.
김치찌개를 말하니 2인 이상이어야 한다며 보쌈정식을 시키란다.
간단한 점심에 보쌈 정식 14,000원짜리를 주문하고 기다린다.
혼자 먹는 이도 보쌈을 먹고 있다.
나오는 보쌈을 보니 김이 모락하고 양념도 보기 좋아 소주 한병을 달라한다.
어제 과음했지만 잠을 많이 잔 탓인지 몸은 소주를 받아들인다.
세잔 마시고 일꾼 몰래 술병을 배낭에 숨긴다.
안 마시던 밀크커피를 째 들고 식당을 나오니 12시다.
증심사 당산나무로 오르는 길에 지친다.
내려오는 이들은 더러 아이젠을 하고 있다.
아파트에 들러 아이젠을 가져와야 했나?
눈이 녹아 질척이는 구간도 있지만 구대피소를 지나니 본격적인 눈구간이다.
혼자 올라가는 날 보고 내려오는 이들이 이제 어디까지 가려나 묻기도 한다.
중머리재까지는 한시간이 걸렸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잘 걸어왔다.
사람들이 가득한데 표지석 앞에 젊은 부부가 젖꼭지를 문 아이를 세워 놓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람들이 모두 감탄하며 같이 찍는다.
난 멀리서 찍고 바로 용추봉으로 올라간다.
용추봉 비탈을 내려오는 사람들이 여유가 있다. 난 고개를 처뱍고 낑낑대며 오른다.
바위 소나무에 앉아 물한모금 마시고 술은 참는다. 서석대가 하얗다.
쉬고 난 힘으로 중봉에 올라간다.
중봉에도 사람이 많다. 서석대와 정상쪽으르 바라보며 하얀 눈이 힘을 줘 힘차게 내려간다.
바람이 없다.
목교를 지나 서석대로 오르는 길은 미끄럽다.
그래도 발자국이 잘 찍혀있어 밟고 힘을 낸다.
아이젠 없는 이들은 미끄럼을 타며 내려오기도 한다.
눈 터널에서 걸음을 옮겨 하얀 눈나무 사이에 서서 날 찍는다.
서석대의 윗돌은 눈을 뒤집어 썼고 철쭉들도 그렇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 사진을 찍고 나온다.
윗쪽에 오르는 길에서 또 눈나무 아래 서서 날 찍는다.
부르튼 입술을 감출줄 모른다.
서석대에서 따뜻한 햇볕에 서서 인왕봉을 올려다 본다.
갈까말까 하다가 오랜만에 왔으니 걸음을 옮긴다.
철조망과 안테나는 하얀 눈에 굵어졌다.
경상도 말씨를 쓰는 이들이 오빠를 부르면서 사진을 오래 찍고 있다.
멀찍이서 셀카를 찍고 서석대와 중봉도 보고 내려온다.
서석대에서 인증을 하고 입석대로 내려가며 남은 소주 마실곳을 찾는다.
내려가는 이들은 거으 없고 가끔 혼자 올라오는 이들이 있다.
입석대 위에 발자국을 따라 들어가 바위위에 앉아 배낭을 벗는다.
바위 위에 술병과 초코파이와 곳감을 놓으니 제상차리는 것 같아 혼자 속으로 기도한다.
뭘 기도하지? 튼튼한 무릎을 유지해 달라고, 산으로 가 마음을 수양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술을 비우고 일어나난다. 입석대 부근에서 외국인들이 미끌리며 내려간다.
안에 들어가 눈 녹은 돌 앞에서 찍고 나온다.
장불재를 지나 너와나목장으로 내려간다. 눈이 많이 녹아 미끌림은 금방 끝난다.
곰적골은 눈이 남아 있다.
징검다리 건너 폭신한 길로 들어서는데 계곡 건너에서 소리가 들린다.
한 사나이가 다시 올라오며 길이냐고 묻는다.
그가 올라오기를 기다린다. 젊은이다. 길을 잘못 들었다 한다.
그 쪽에 스님의 토굴이 있기는 하지만 길이 없을 거라고 한다.
따라올 줄 알았더니 금방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진다. 한두번 기다려 주다가 길 잃을 염려 없을거라 생각하고
내려온다.
논밭사이로 내려오니 해는 서쪽 하늘을 물들이기 시작한다.
5시가 지나간다.
바보에게 전화하니 차르 가지고 오겠다기에 운동삼아 걸어 마중오라고 한다.
아스팔트를 터벅터벅 걷는데 바보가 올라온다.
집 앞 안들러본 식당에 들러 삼겹살을 먹는다.
비닐 하우스 안은 따뜻한데 우리만 낭ㅈ아있어 조금 미안하다.
계산하고 나오는데 마당에도 장작불 화로가 있어 사진을 찍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