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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 e w L i f e
“야, 이은성 이게 무슨 일이야…?”
“시발, 나한테 묻지 말고, 저기 누워있는 멍청한 한아인한테나 물어봐.”
아니, 근데 왜 저 자식은 자꾸 나한테 멍청하다는 거야?
더군다나 내 이름도 아닌 남의 이름이나 나한테 갖다 붙이면서!
저거 웃긴 녀석이네?! 따끔하게 한마디라도 해줘야겠어!
“야! 이은성!!”
초지일관으로 너희들이 누군지 난 모른다고 말하던 아인이가 크게 은성이의 이름을 외치자
네 명의 아이들의 행동이 일시정지라도 한 듯 멈춰버렸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모든 시선이 아인이에게로 향해있었다.
특히 지금 아인이의 몸 속에 ‘강하지’ 라는 영혼이 들어와있다고 알리 없는 그러니까
완전히 아인이 기억을 잃은 것이다. 라고 알고만 하고 있는 은성이의 표정이야말로 가관이였다.
아이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걸 느낄 새도 없이 은성이에게 아인이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니가 뭔데 자꾸 나한테 멍청하대? 너 내 머리가 멍청한지 안 멍청한지 어떻게 알아!
그리고 너희들 말이야. 단체로 미친 거 아냐?
자꾸 나한테 한아인, 한아인 이러는데, 난 너희들이 아는 한아인이 아니거든요?”
작은 기대감으로 아인이를 바라보던 은성이의 표정이 ‘역시 그럼 그렇지.’ 하며
실망으로 뒤덮였고 은성이 아인에게 물었다.
“…뭔데…?”
“뭐?”
“니가 한아인이 아니고 뭔데?”
“이제서야 묻냐? 너희들 똑-바로 들어! 내 이름은 강하지야. 알았어?
그리고 난 고등학생은 예~전에 졸업한 23살이라구!”
“…….”
“…하, 하하하하!”
아이들의 표정은 오히려 ‘너야 말로 미친 거 아니야?’ 라는 의미를 내포한 채
아인을 바라보는 듯 했다.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건 아마도 실성한 듯 웃어대는 은성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환장 할 쪽은 하지도 마찬가지였다.
실성한 듯 웃어대는 은성이와 자신을 어이없게 바라보는 저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그제서야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 하지였다.
저 아이들이 미치도록 시력이 좋지 않고서야 본인이 그렇게 아니라고 우기는데
주위사람들이 그 사람이 맞다고 계속 우기는 건 뭐란 말인가,
게다가 ……
쪽팔리지만 난 왕따였단말이야!
라며 속으로 외치는 하지였다.
“와, 현건우. 들었냐? 얘 이제 농담도 할 줄 안다. 지가 한아인이 아니래, 지 이름이 강아지래.”
강하지야! 이 바퀴벌레 똥구녕 같은 놈아!
“한아인.”
“강하지라고!”
“니가…이 병원에 실려온 이유…기억나냐?”
은성의 질문에 아인이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가지가지한다.
대체 한아인이란 애가 누구길래 이 녀석은 날 이렇게 못 살게 괴롭히는 거야!
게다가 왜 23살이란 말은 그냥 무시하고 반말이나 찍찍 뱉고 있냐구!
도대체 녀석이 이렇게 애타하는 한아인이라는 아이가 누구인지 정말 궁금해지는 하지였다.
이렇게 잘생긴 놈이 목 매다는 여자애라면 그 여자애가 정말 이쁘지 않고서야 이 애가 이렇게
애타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지는 생각했다. 이것의 가능성은 제로일 것이라고.
그 아이와 자신이 이렇게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닮았다면 그건 그 애도 자신처럼 평범하게
생긴 얼굴 일 테니 말이다.
대체 걘 무슨 꼼수를 써서 이런 얠 옆에 두고 있었던 거야?!
“빨리…빨리 대답해봐.”
혼자서 열심히 투덜거리고 있을 때 다시 한번 더 은성이가 말했고 은성이의 목소리는
아주 살짝 떨리고 있었다.
아인이를 바라보는 은성이의 눈동자가 매우 애처로워 보였다.
하지가 어릴 적 키웠던 강아지 뽀삐가 자신의 어미와 헤어질 때처럼….
“당연하잖아….옥상에서 떨어져서 병원에 실려왔지….”
으으. 강하지! 역시 넌 어쩔 수 없는 꽃미남오덕후였어!
그 애처로워보이는 눈동자 한방에 녀석의 분노게이지가 이렇게 내려가다니…!
“아인아, 니가 정말 옥상에서 떨어져서 병원에 실려왔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때 뒤에서 묵묵히 둘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한 아이가 아인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 남자아이 역시 꽃미남 오덕후인 하지의 심장을 두근두근 거리게 할 만큼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였고, 은성이 달갑게 여기지 않던 홍우연이였다.
하지만 잘생긴 건 둘째치고 이제 스트레스까지 밀려오는 하지였다.
젠장할, 언제까지 내가 설명을 해줘야 알아듣는 거야!!!
“…은성아, 아무래도 아인이는…”
“홍우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인상만 찌푸리고 있는 아인이의 모습을 바라보던 우연이는
애써 은성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걸지만, 우연이의 이름을 부르는 은성이의 목소리와
시선은 날이 시린 듯 차가웠다.
“………”
“당장 이 병실에서 꺼져. 니가 이 병실에 있는 거 상당히 불쾌해.”
“야, 이은성!”
“현건우. 끼어들지마. 그리고 홍우연, 넌 다시 한아인 앞에 나타나지마.
진짜 한아인 눈에 다시 띄는 날엔 죽여버릴 줄 알아.”
우연이의 멱살을 잡은 채 당장이라도 주먹을 날릴 기세로 서 있는 은성이의 어깨를 잡으며
말려보는 건우지만, 은성이의 매서운 말투에 미간을 찌푸리며 어깨에 올린 손을 내리며
‘젠장’ 하며 고개를 휙 돌려버린다.
그리고 우연이는 은성이의 말을 잠자코 듣고만 있다가 자신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게
이해 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아인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병실을 나섰다.
그의 뒤를 이어 건우도, 한비도 병실을 빠져나가자 병실 안에 남은 건 은성이와 아인이 뿐이었다.
“……”
“저, 저기?”
“이은성.”
“어?”
“이은성이라고. 내 이름 다시는…잊어먹지마.”
잊어먹으려해도, 니 놈 때문에 천국 못간 거 생각하면 절대로 잊어먹을 수 없는 이름이거든요?
“도대체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무슨 일이 있었길래, 니가 전부 다 잊어버린 거야…?”
“………”
“미안해. 아인아…. 울던 너를 그냥 무시해버리고 간 거, 그날 니 전화 받지 않은 거,
전부 다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그러니까…그러니까…제발….”
하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힘없이 바닥으로 주저앉는 은성이에게 말하고 싶었다.
난 너보다 누나니까 반말하지 말라고
그리고 난 니가 착각하는 한아인이 아니라 강하지야. 라고 다시 한번 더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은성이의 표정에 그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넌 그 아이를 많이 사랑하는구나….
그저 지금은 동정밖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 N e w L i f e
“서원장. 우리 아인이는 어떤가?”
“교통사고 당했을 때 큰 상처는 없었네. CT결과도 나쁘지 않고.
그런데…아무래도 기억상실증에 걸린 모양이야…”
“…이럴수가…”
서원장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깔끔하게 정장차림의 중년남자가 땀이 송글송글 맺힌 이마에
손을 짚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있었다.
서원장은 축 쳐진 그의 모습에 뭔가 위로의 말이라도 건내려 했으나
지금 그에겐 어떤 위로의 말도 안 통할 것을 알고 있기에 그를 묵묵히 지켜보며
한아인이란 환자의 상태에 대해 설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자세히 말하자면 부분기억상실증인 장기기억상실증일 가능성이 크네.
교통사고를 당했다지만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지 않은 이상 이렇게 될 순 없지.
게다가 본인이 무의식적으로 가상인물을 만들어내어 그 인물이 자신이라 주장하고 있어.
또 다른 나를 만들어 낸 거지.”
“그래서 부모 인 나도 못 알아 본다…이건가?”
“그래. 아인이는 지금 자신이 만들어낸 가상인물이 자신인 줄 알아.
아인이가 만들어낸 가상인물에겐 또 다른 부모님이 존재하겠지.
아마 아인이는 그들이 자신의 부모라 생각할 거야.”
-쾅!
“이런..말도 안 되는 일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한 회장!”
주먹으로 서원장의 책상을 내려친 한 회장이라 불린 중년남자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한석훈 회장, 아신 그룹의 주인이며 소란스러웠던 505호병실의 주인인 한아인의 아버지였다.
8년 만에 얻은 귀한 딸이었다.
8년 만에 얻은 사랑스러운 딸의 탄생에 이어 바로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에 슬퍼해야 했지만
자신을 향해 웃는 딸의 모습에 한석훈은 하루하루 슬픔에만 매여 살 수 없었다.
그렇게 딸의 미소만 바라보며 혼자서 10년 동안 키워왔다.
하지만 사실상 아인이는 자신의 바쁜 업무 때문에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았고,
혼자 남겨진 아인과 함께 있는 건 집에 있는 가정부 아줌마뿐이었다.
어느 날 아인이가 엄마를 원한다는 가정부 아줌마의 말에 아인에게 엄마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석훈은 새로운 부인을 맞아드렸고, 아인 또 한 인상 하나 찌푸리지 않고 그녀를 받아주었다.
그렇게 또 다시 새로운 식구를 맞이한 채 어느덧 살아 온지 6년.
그런데…눈에 넣어도 안 아플 하나뿐인 딸이 어떻게!
“아인아…”
그날 아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모르는 한석훈은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첫댓글 헉...영혼이 뒤바뀐줄 알았는데 아닌가요...? 이거 혼란스럽네. 아무튼 우리 하지 화이팅!!!
영혼이 뒤바뀌는 방법도 있었군요.......ㅎ.ㅎ 연이어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