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어버이 날을 맞으니,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난다
벌써 반백여년 전에 돌아 가셨지만
아직도 내 머리속에, 가슴속에 깊이 박혀 있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하나있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시절,
우리 시골집 마당엔 큰 감나무옆에 커다란 우물이 있었다.
옛날에는 그 우물이 우리집을 중심으로한,
인근 동네에 유일한 식수원(食水源)이었다.
물을 길러다 식수도,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그랬다.
어느 토요일 오후, 친구집에 놀다가 집에 오니,
동네 아저씨들이 우리집 우물주위에 삥 둘러있기에 뭔가 싶어 가보았는데,
아버지께서 우물안에 들어가 계시기에, "아버지! 뭣해요?" 하고 내려다 보며 물었더니,
무얼 중요한 것(무어라고 말씀했는데 기억나지 않음) 빠뜨렸는데,
급해서 우물안에 들어 왔다가 지금 찾아서,
내려 놓은 사다리 타고 위로 올라간다 하신다.
그때 우물 깊이는5~6m되는데
사다리 길이는 4m남짖하여 누군가가 손을 잡고 끌어 당겨야 올라 올수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주위에 있던 아저씨들이 손을 밑으로 내밀고,
"내 손잡으세요"하고 말했는데도, 아버지는 이를 모두 물리치고
어린 나에게 "네손 이리 다오"하고 내손을 잡았다.
나는 뭘 생각할 경황도 없이, 그야말로 죽을 힘을 다해 아버지를 끌어 올렸다.
나는 그때 손과 팔이 너무나 아퍼서 울었다.
곧 이 이야길 들은 어머니가 아버지께 불평을 했다.
"아니 주위에 장정(젊은 사람)들이 잡아 주겠다고 손을 주는데도 뿌리치고,
어린 애 손을 잡고는 울리고 그러세요?"
그때 아버지께서 하신 말,
"저 젊은 사람들은 나를 끄집어 올리다가 힘들면, 잡았던 손을 놔 버리지만,
쟤는 힘이 부쳐 팔이 빠지는 경우라도, 잡았던 손을 절대로 놓지 않을것 아닌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비록 어리지만,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절대적인 신뢰이었다.
세월은 벌서 70년이 넘는 긴시간이 지났지만,
종종 그말이 생각 날때마다 "나를 향한, 아버지의 신뢰"가
가슴속에 찡하게 밀려와 눈시울을 적시며, 아버지가 그렇게 그렇게 보고파진다.
또한, 그간 긴 세월 삶을 살아오면서,
세월의 무게와 상황의 굴곡 그리고 삶의 질곡 등 수많은 역경을 만날 때마다,
그때의 어린 자식에게 보낸 아버지의 신뢰가 일생을 통하여
나를 지탱시키며 역경을 극복한 힘의 큰 줄기가 되었슴을 솔직히 고백한다.
나의 네아이들은 장성하여 모두 가정을 이루어, 지금 나의 곁에는 아무도 없지만,
나는 그 자식들을 키울때, 사랑한다는 말은 수없이 했지만,
아버지께서 나에게 보내어준,
그러한 신뢰를 나는 내자식들에게 보내어 주었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후회되고 후회된다--
내가 다시 자식들을 키운다면,
"사랑한다"는 말보다,"믿는다"는 말을 수백배 수천배 더 할것이다!
자식들은 "어머니의 사랑"과 "아버지의 신뢰"를 먹고, 강하게 자란다는 사실을
그 옛날 우물가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어버이 날을 맞아 한번더 깊이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