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화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중학생 때도 계속 미술이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좀 진지한걸 알았는지 엄마는 선생님과 함께 미술은 대학가면 복수전공으로도 배울 수 있다고 하며 절 설득했었습니다.
그 때 우리 가족 네식구 반지하 단칸방에서 살았었지요.
화가를 포기하니 이번엔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습니다.
중학교 방송반에 들어가 아나운서도 하고, 당시에 유행하던 이브의 모든것에서의 김소연 목소리랑 비슷하다는 친구들의 얘기도 들으면서 아나운서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되니 아나운서는 일단 공부를 엄청 잘해야 하고, 예쁘게 생겨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포기했습니다.
공부하는 것도 엄청 싫어하고, 얼굴도 크고 예쁘지도 않았으니깐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전 소설을 쓰고 있었습니다.
사실 대학에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일찍이 내 점수로는 인서울은 힘들겠다 싶어 고 2 때 부터 문학선생님 따라다니며 여기저기 백일장 기웃거렸습니다.
백일장 10번 나가면 그중에 세번을 탈까 말까 였습니다. 그것도 장려상으로.
어쩌다 문화일보에서 장원을 얻어 지금 대학 국문과에 문학특기자 수시로 입학했습니다.
대학 서열 중위권이라고 하기엔 약간 민망하고 중하위권 이라고 하기엔 살짝 기분나쁜 뭐 그냥 그렇고 그런 대학입니다.
입학하고 드라마가 좋아서 드라마 관련 잡지, 책들도 많이 읽었습니다.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대부분의 작가가 공모전 당선이나 유명한 작가 아래서 새끼작가로 시작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중 극소수의 작가만 성공을 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러기엔 단막극이나 시간 때우기용 몇부작 드라마를 쓰는 위치까지 가는 데는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엄청나게 드라마를 쓰는 데 재능이 있지 않은 이상.
그래서 방송구성작가로 눈을 돌렸습니다. 여기엔 방송아카데미에서 방송작가는 대입,대졸자를 뽑지만 드라마작가는 학력이 상관 없다는 점도 살짝 작용했습니다. 일단 대학생이라고 혼자 재는 거였죠.
방송구성작가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이게 또 엄청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중2 때 몇달 간 EBS에서 중학생 토론 프로그램에 나갔던 적이 있는데, 그 때 우리 햄버거나 김밥 사다주고 온갖 시다바리 역할을 하던 오빠가 구성작가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소문을 들으니 방송일은 안하고 다른 회사에 취직했다고 하더군요.
메인작가가 되는데 최소 5년~7년이라고 하더군요. 처음엔 그래도 좋아 성공하면 돼 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 불안했습니다. 방송작가 몇년 하다가 맞지 않아서 때려치면 그 뒤에 난 어떻게 되는거야??
PD는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PD는 무조건 소위 SKY 대학만 나온 사람들이 하는 줄 알았습니다.
EBS 토론방 PD였던 분도 그 당시 고려대를 나왔다는 얘기에 저와 제 친구들은 그분을 상당히 우러러 봤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랑에 가입한 후 부터
계속해서 PD에 욕심이 나기 시작합니다.
솔직히 가장 큰 이유는 지상파 방송국에 들어가면 연봉도 높다는데 있었습니다.
방송작가 뼈빠지게 한달 일해서 100만원도 못받을바엔 미친듯이 공부해서 PD되가지고 나도 3000대 연봉 받는 사람이 되보자 심보였습니다.
삼성다니고 학교교사 하는 사촌 오빠, 언니 둔 큰엄마 앞에서 우리엄마 콧대 높아지는건 당연지사요, 영어잘해 미국가서 공부하고 외교관 되겠다는 이종사촌 동생과 그 아래 영재교육 받고있는 동생들 둔 이모 앞에서 그나마 우리엄마 기죽진 않을겁니다.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 돈을 보고 선택하면 안된다구요?
아 예,
그런데 PD..
드라마PD? 전 그 많은 스텝들을 거느릴 자신 없습니다. 시사교양PD? 전 하다못해 메트로도 안봅니다.
방송기자? 몰상식 그 자체입니다 오락PD? 아유 못합니다 그건 그냥
라디오PD?
라디오PD
한때 DJ가 너무 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아나운서의 꿈을 키우던 이유 하나도 DJ라는데 있었죠
인터넷 방송 해보겠다고 엄마 졸라서 헤드셋도 사고 하루 종일 프로그램 다운받고 노래 찾고 난리를 친 적도 간혹 있었습니다.
사실 라디오는 잘 듣지 않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골라서 아이튠으로 듣는게 더 좋습니다
라디오 PD에 마음이 계속 가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욕하실지 모르겠지만 라디오PD 하면 뭔가 그냥 좋아보입니다. TV보다. 그게 답니다.
예전에 한재석 때문에 꼭 챙겨보던 순수라는 드라마가 생각이 났던 적이 있었습니다. 류시원은 라디오 PD였고, 명세빈은 라디오 작가였지요. 그거 생각하면 또 라디오 작가가 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참 줏대없지요
압니다 제가 지금 맥락 없이 횡설수설 하고 있고 많은 분들이 이런 XX라고 생각 하실지도 모릅니다.
대학 3년을 마치고 4학년을 바라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참 한가한 소리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하루에서 거짓말 안보태고 열두번씩 PD에서 방송작가로 왔다갔다 합니다.
그렇게 공부하기 싫어하는 애가 몇년 미친듯이 공부해 PD가 될랑말랑 하던가
어떻게 어떻게 방송작가 되서 몇년 하다가 때려칠랑말랑 하던가
저 참 용기없고, 확신없고, 비관주의에, 소심하다는거 압니다.
이런 글 올려서 예민하신 분들 신경이나 더 확 긁어버리는 짓 하는 것도 압니다.
그래도 전 저 나름대로 대책없는 제가 너무 짜증나서
이렇게 글로라도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제 3년 대학생활을 하니 주위에선 슬슬 자기 갈 길을 찾아가는게 보이는데
전 아직도 갈팡질팡 하고 있으니 계속해서 불안하기만 합니다
초등학교 때 부터, 혹은 10년 전 부터 언제부터 난 PD,기자,아나운서만 생각하고 한 길을 달려왔다고 하시는 분들
솔직히 정말 부럽습니다.
금요일 밤에 목욕 잘 하고 와서 제가 왜 이런 글이나 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눈을 맞아서인가 봅니다.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거냐구요,
예 저도 모르겠습니다
첫댓글 글을 정말 잘 쓰시는 듯 해요. 좀더 힘을 내보세요.
저도 그래요. 어떤 책을 읽는데 멘토가 없다는 건 꿈이 없거나, 삶에 대한 열정이 없거나 둘 중 하나라고 하더군요. 저도 멘토가 없어요. 정말 존경하고, 그 분 생각만 하면 가슴이 뛰고, 그 분처럼 꼭 되고 싶다 그런 사람이 없죠. 늘 꿈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제 꿈이 아니었나봐요. 저도 여전히 방황중이랍니다. 언젠가는 내 꿈을 찾을 수 있을까요? 저도 모르겠네요.
저도 라디오가 너무 좋아서 라디오작가를 꿈꾸다가 언젠가부터 라디오피디를 바라고 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죠. 그러면서 또 가끔은 제가 상상하는 라디오피디가 하는 일들이 정작 현실에선 라디오작가가 하는 일들 같기도 하고.. 대체 뭘 꿈꾸고 있는건지 참 아리쏭다리쏭합디다요. 아.. 디게 멋진 대답을 해드리려 했는데, 저도 어찌 말해야할지 순간 모르겠네요. 님 마지막 말대고 뭐 어쩌자는 거냐구요, 글쎄요. 저도 모르겠네용. 다만 그냥 열심히 하다보면 뭔가는 되지않겠냐는 말을 생뚱맞게 건네보렵니다.. 히히
방송작가 한달에 1000만원 버는 분 있습니다. 작가들은 투잡쓰리잡 뛰거든요. 프리니까...웬만한 피디만큼 버는 분도 많아요~ 여자분이라면 작가 추천해 드립니다. 피디는 힘들어요~
그래도 쓰신 글이 지루할 새 없이 재미있는데요. 정말 조금 더 힘내서 고민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