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중이염 치료 못받아 자살한 훈련병, 지난달 야간행군뒤 패혈증으로 숨진 훈련병
軍, 소대폐쇄-소대장 대기조치… 민간병원 진료 쉽게 훈령 고쳐
지난달 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에서 야간 행군 뒤 패혈증에 따른 급성호흡곤란 증세로 사망한 노모 훈련병(23)이 올해 2월 중이염 증세로 민간병원 진료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는 편지를 남기고 자살한 정모 훈련병(21)과 같은 소대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 13일자 A1면 부모 가슴에 못 박는 구멍난 軍의료
A3면 체중 40kg 줄었는데 두달넘게…
불과 2개월 사이에 같은 소대에서 훈련병 2명이 잇달아 숨지자 군 당국은 두 훈련병이 속한 소대를 폐쇄하고 소대장에게도 지휘를 중지시키고 대기 조치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정 훈련병은 올해 2월 중이염과 이명(耳鳴) 증세가 계속되자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훈련소 측은 관련 훈령에 따라 국군대전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했다. 정 훈련병은 가족에게 ‘훈련소에서 민간병원 진료를 허락해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편지를 남긴 뒤 훈련소 내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졌다.
이 사건 후 국방부는 육군훈련소의 의료시스템을 점검하는 한편 훈련병이 민간병원 진료를 원할 경우 훈련소장이 판단해 승인하도록 훈령을 고쳐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기존 훈령에 따르면 육군훈련소 훈련병은 국군대전병원의 군의관이 승인을 해야만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현역 장병이 민간 의료기관을 이용할 경우 국방부가 내야 하는 건강보험 부담금을 줄이려는 취지 때문이었다.
군 소식통은 “육군훈련소의 1만5000여 명에 달하는 훈련병을 국군대전병원에서 모두 떠맡기 힘들고 진료 수준도 한계가 있어 훈령을 개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달 뒤인 지난달 23일 정 훈련병과 같은 소대의 노 훈련병이 야간 행군 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군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더 팽배하고 있다.
▼ “軍의료 시스템 전면수술” ▼
원유철 국방위장 “즉각 추진”… 金총리 “진상 철저하게 조사”
오진과 늑장 치료로 인한 군 장병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면서 국회와 정부가 군 의료실태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원유철 국회 국방위원장은 13일 국회 브리핑에서 “이제 ‘땜질식 처방’으론 우리 아들들의 생명을 지키고 군 의료시스템의 체질을 변화시킬 수 없다”며 △군 의료사고 진상조사 소위원회 구성 △국방의학원 설립 재추진 △관련 예산 확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08년 국방의학원 설립 법안을 대표 발의한 한나라당 박진 의원도 “올해 3월 무산된 국방의학원 설립 법안을 다른 여야 의원들과 뜻을 모아 다음 달 국회에서 반드시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다시는 이런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대비책을 강구하고 군 의료체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