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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야학(孤雲野鶴)
외로운 구름이요 들의 학이라는 뜻으로, 속세를 떠난 은사(隱士)를 가리키는 말이다.
孤 : 외로울 고(子/5)
雲 : 구름 운(雨/4)
野 : 들 야(里/4)
鶴 : 학 학(鳥/10)
출전 : 채근담(菜根譚) 후집(後集) 106章
번거로운 세상사를 잊고 초야에 묻혀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것은 대부분 선비들의 만년의 희망이었다.
처음부터 은거를 택한 사람도 있고, 수신제가(修身齊家)한 뒤 세상을 이끌려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아 낙향을 택하기도 했다. 이런 전통은 아마도 중국 전설시대의 허유소보(許由巢父)까지 올라갈 듯싶다.
요(堯) 임금이 왕위를 물려주려고 하자 영천(潁川)에서 귀를 씻고, 소에게도 그 강물을 먹일 수 없다고 했던 은자들이다. 폭군 주왕(紂王)이라도 멸할 수 없다며 반대한 백이숙제(伯夷叔齊)는 수양은사(首陽隱士)가 됐다.
난세를 피해 숨었던 죽림칠현(竹林七賢), 울타리에서 국화를 꺾었던 채국동리하(采菊東籬下)의 도연명(陶淵明), 매화와 학을 벗 삼았던 매처학자(梅妻鶴子)의 임포(林逋) 등도 이름났다.
이런 명사들 말고도 은자를 나타낸 말에는 그림 같은 묘사가 많다. 몇 가지만 보자.
산서곡음(山棲谷飮)은 산속에 살면서 계곡의 물을 마시고, 암거천관(巖居川觀)은 바위굴에 살며 냇물의 흐름을 바라보는 은사이며, 전원후포(前園後圃)는 앞에는 동산이요 뒤로는 가꾸는 밭이 있는 풍경을 즐긴다.
양가죽으로 된 갖옷을 입고 물고기를 낚는 양구수조(羊裘垂釣)의 태공도 있다. 여기에 외로이 떠 있는 구름(孤雲)과 무리에서 벗어나 들에 있는 학(野鶴)이란 뜻의 성어는 속세를 떠나 한가로이 숨어 지내는 선비를 이른다.
명(明)의 홍자성(洪自誠)이 쓴 경구집 '채근담(菜根譚)'에 있는 실려 있다. 후집(後集) 106장의 내용이다.
山居胸次淸洒, 觸物皆有佳思.
산중에 살면 가슴 속이 맑고 시원하니, 대하는 것마다 모두 아름다운 생각이 든다.
見孤雲野鶴, 而起超絶之想.
외로운 구름과 들의 학을 보면 속세를 초월한 듯하고,
遇石澗流泉, 而動澡雪之思.
계곡에 흐르는 샘을 보면 마음의 때를 씻어주는 듯하다.
조설(澡雪)은 마음의 때를 깨끗하게 한다는 뜻이다.
당(唐)나라의 전설적인 한산(寒山)의 다른 묘사도 좋다.
茅棟埜人居, 門前車馬疎.
초야에 사는 오막살이집 아무도 찾는 이 없네.
林幽偏聚鳥, 谿闊本藏魚.
깊은 숲속 새들이 모여들고 너른 시내엔 물고기들 노니네.
우리의 선조들도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여 학문을 닦고 제자를 양성한 선비들이 많았고, 초가삼간 지어 달과 청풍과 함께 산다며 풍류를 노래했다.
오늘날의 가요도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거나 정든 땅 언덕 위에 초가집이라도 지어 여생을 즐기는 것을 희망했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소수이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 밀려 귀향하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한다. 생활에 쫓기면 외로운 구름이나 하늘을 나는 학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라 안타깝다.
채근담(菜根譚) 후집(後集) 106章
채근담(菜根譚) 후집(後集) 106章의 내용에 있는 말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山居, 胸次淸洒, 觸物皆有佳思。
산중에 살면 가슴 속이 맑고 시원하니
접촉하는 사물마다 모두 아름다운 생각이 든다.
見孤雲野鶴, 而起超絶之想;
외로운 구름과 들의 학을 보면, 속세를 초월한 듯하고,
遇石澗流泉, 而動澡雪之思;
바위틈에 흐르는 샘물을 만나면, 속된 것들을 씻어 주는 듯 하며,
撫老檜寒梅, 而勁節挺立;
늙은 전나무와 차가운 매화를 어루만지면, 굳센 절개가 꿋꿋이 세워지고,
侶沙鷗麋鹿, 而機心頓忘。
모래 벌 갈매기와 사슴들을 벗 삼으면
마음의 동요를 문득 잊게 된다.
若一走入塵寰, 無論物不相關, 卽此身亦屬贅旒矣。
그러나 만약 한 번 속세로 뛰어들게 되면,
외물과 접촉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 몸은 역시 쓸데없는 존재가 되고 말리라.
(菜根譚 後集 106章)
산거흉차청쇄(山居胸次淸灑)
숲속에 살면 가슴 속이 맑고 시원해진다.
나무와 숲이 인간에게 주는 이로움은 참으로 많다. 나무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산소를 주는 것은 물론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을 주기도 한다.
채근담(菜根譚)은 숲의 고마움에 대해 이렇게 알려주었다.
山居胸次淸灑, 觸物皆有佳思.
숲속에 살면 가슴속이 맑고 시원하니, 사물을 대할 때마다 모두 아름다운 생각을 갖게 한다.
見孤雲野鶴, 而起超絶之想.
홀로 떠가는 구름과 들판의 학을 보면, 속세를 초월한 듯하고.
(下略)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은 마음의 안정을 필요로 한다. 삶의 여유와 자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숲속에서 찾는 힐링의 가치가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효용성을 갖고 있음에도 훼손에 관한 일말의 우려가 있음도 사실이고,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 또한 필요한 때이다.
사실 국토의 64%를 덮고 있는 우리 산림이 6·25전쟁의 잿더미로 부터 임목(林木)을 축적해 선진국 수준의 근사치까지 육박하게 된 데에는 전국 산림 면적의 70%를 소유하고 있는 크고 작은 민간 산주 및 임업인들의 무수한 피와 땀과 애환이 서려 있다.
이렇다 할 소득도 없이 그냥 심고 또 심고, 가꾸고 또 가꾼 결과가 오늘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전후 산림 복구를 가장 잘한 나라로 독일과 함께 우리나라를 꼽게 했다.
이 정도의 푸른 산과 숲이 없었다면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엄청난 자동차 매연가스들로 악화된 대기오염을 누가 어떻게 정화시킬 수 있을까.
맹자(孟子)는 일찍이 숲은 가꾸어야만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가르쳤다.
人見其濯濯也, 以爲未嘗有材焉, 此豈山之性也哉.
사람들이 민둥산을 보고, 나무가 자란 적이 없다고 여기지만, 어찌 산의 본성이 이런 것이겠는가.
苟得其養, 無物不長,
苟失其養, 無物不消.
만약 자양분을 얻는다면, 자라지 않는 사물이 없고; 자양을 잃으면, 소멸하지 않는 사물은 없다.
내일은 식목일이다.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자. 후손에게 물려줄 고귀한 자산이다.
▶️ 孤(외로울 고)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아들 자(子; 어린 아이)部와 음(音)을 나타내며 동시에 적다는 뜻을 가진 瓜(과, 고)로 이루어졌다. 아버지를 여읜 의지할 곳 없는 아이, 고아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孤자는 '외롭다'나 '의지할 데가 없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孤자는 子(아들 자)자와 瓜(오이 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瓜자는 덩굴줄기에 매달려 있는 열매를 그린 것이다. 孤자는 이렇게 열매가 덩그러니 매달려 있는 모습을 그린 瓜자에 子자를 결합한 것으로 '외롭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열매가 홀로 매달려 있는 모습을 외롭고 고독한 아이와 연관시킨 것이다. 그래서 孤(고)는 (1)왕후(王侯) 자신(自身)의 겸칭(謙稱) (2)고려(高麗) 25대 충렬왕(忠烈王) 2년 이후 짐(朕)의 고친 이름 등의 뜻으로 ①외롭다, 의지할 데가 없다 ②떨어지다, 멀다 ③고아로 만들다 ④불쌍히 여겨 돌보다, 염려하다 ⑤버리다, 벌하다 ⑥저버리다, 배반하다 ⑦작다 ⑧고루(固陋)하고 무지하다 ⑨어리석다 ⑩고아(孤兒) ⑪나랏일을 하다 죽은 이의 자식(子息) ⑫늙어 자식(子息)이 없는 사람 ⑬벼슬의 이름 ⑭나, 왕후(王侯)의 겸칭(謙稱) ⑮단독(單獨) ⑯홀로, 하나, 외따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홑 단(單), 외로울 혈(孑), 홀로 독(獨)이다. 용례로는 홀로 의지할 데가 없음을 고개(孤介), 한 자루의 칼을 고검(孤劍), 멀리 보이는 하나의 빛을 고광(孤光), 번성하지 못하여 외로움을 고단(孤單), 외따로 있는 성을 고성(孤城), 부모없이 홀로 된 아이를 고아(孤兒), 외로운 나그네를 고객(孤客), 외딴 섬을 고도(孤島), 홀로 시름함을 고수(孤愁), 쓸쓸하고 외로움을 고적(孤寂), 홀로 잘 때의 외로운 베개를 고침(孤枕), 외롭고 쓸쓸한 생각을 고회(孤懷), 외롭고 가난하여 궁핍함을 고궁(孤窮), 주위에 마음을 함께 할 사람이 없어 혼자 동떨어져 있음을 느끼는 상태를 고독(孤獨), 남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가 되는 것을 고립(孤立), 보고 들은 것이 없어 하는 짓이 어울리지 않고 용렬함을 고루(孤陋), 일가 친척이나 뒤에서 지원해 주는 사람이 없는 외로운 사람을 일컫는 말을 고근약식(孤根弱植), 외로운 홀몸을 일컫는 말을 고독단신(孤獨單身), 고립되어 도움을 받을 데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고립무원(孤立無援), 외롭고 의지할 데 없음을 일컫는 말을 고립무의(孤立無依), 외롭고 의지할 데 없는 형세를 일컫는 말을 고립지세(孤立之勢), 외딴 성이 해가 지려고 하는 곳에 있다는 뜻으로 도움이 없이 고립된 상태 또는 남은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쓸쓸한 심경을 이르는 말을 고성낙일(孤城落日), 외손뼉은 울릴 수 없다는 뜻으로 혼자서는 어떤 일을 이룰 수 없다는 말 또는 상대 없이는 싸움이 일어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고장난명(孤掌難鳴), 후원이 없는 외로운 군대가 힘에 벅찬 적군과 맞서 온힘을 다하여 싸움 또는 홀로 여럿을 상대로 싸움을 일컫는 말을 고군분투(孤軍奮鬪), 서릿발이 심한 추위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홀로 꼿꼿하다는 뜻으로 충신 또는 국화를 일컫는 말을 오상고절(傲霜孤節), 닭의 무리 가운데 한 마리의 학이란 뜻으로 많은 사람 가운데 뛰어난 인물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계군고학(鷄群孤鶴) 등에 쓰인다.
▶️ 雲(구름 운)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비 우(雨; 비, 비가 오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云(운)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雨(우)는 천체(天體)에 관계가 있다. 云(운)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수증기가 하늘에 올라 자욱이 퍼지는 모양에서 구름을, 雲(운)이 생긴 후로는 云(운)을 말하다란 뜻으로 썼다. ❷회의문자로 雲자는 ‘구름’이나 ‘습기’, ‘덩어리’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雲자는 雨(비 우)자와 云(이를 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云자는 뭉게구름이 피어오른 모습을 그린 것으로 소전까지만 하더라도 ‘구름’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해서에서는 날씨와 관련된 글자임을 뜻하기 위해 雨자가 더해지게 되었다. 구름은 하늘 높은 곳에 떠 있으므로 雲자는 높음을 뜻하기도 하지만 금세 사라지기도 하기에 속되고 덧없는 것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간체자가 보급된 이후 다시 옛 글자인 云자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雲(운)은 성(姓)의 하나로 ①구름 ②습기(濕氣) ③높음의 비유 ④많음의 비유 ⑤멂의 비유 ⑥덩이짐의 비유 ⑦성(盛)함의 비유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구름이 오고가는 길이라는 운로(雲路), 구름처럼 많이 모임을 운집(雲集), 사람이 구름처럼 많이 모임을 운둔(雲屯), 구름과 안개를 운무(雲霧), 구름과 진흙이란 뜻으로 차이가 썩 심함을 운니(雲泥), 구름이 덮인 바다를 운해(雲海), 기상이 달라짐에 따라 구름이 움직이는 모양을 운기(雲氣), 구름 낀 먼 산을 운산(雲山), 구림이 걸친 숲을 운림(雲林), 구름 밖이나 구름 위를 운표(雲表), 외로이 홀로 떠 있는 구름을 고운(孤雲), 이상한 모양의 구름을 기운(奇雲), 하늘에 떠 다니는 구름을 부운(浮雲), 저물녘의 구름을 모운(暮雲), 엷은 구름을 경운(輕雲), 머리털이나 새털 모양으로 보이는 구름을 권운(卷雲), 여름철의 구름을 하운(夏雲), 빛이 몹시 검은 구름을 흑운(黑雲), 구름과 진흙 차이란 뜻으로 사정이 크게 다르다는 경우에 쓰는 말을 운니지차(雲泥之差), 구름 같은 마음과 달 같은 성품이라는 뜻으로 맑고 깨끗하여 욕심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운심월성(雲心月性), 남녀가 육체적으로 어울리는 즐거움을 일컫는 말을 운우지락(雲雨之樂), 구름처럼 합하고 안개처럼 모인다는 뜻으로 어느 때든지 많이 모임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운합무집(雲合霧集), 구름이나 안개가 걷힐 때처럼 산산이 흩어져 흔적도 없이 됨을 이르는 말로 의심이나 근심 걱정 등이 깨끗이 사라짐을 비유하는 말을 운소무산(雲消霧散), 구름처럼 어느덧 흩어지고 새처럼 자취 없이 사라짐을 일컫는 말을 운산조몰(雲散鳥沒), 구름이 열려 해를 본다는 뜻으로 지금까지 구름처럼 꽉 막혔던 것이 비로소 열림을 이르는 말을 운개견일(雲開見日), 속됨을 벗어난 인간의 고상한 기질과 성품을 일컫는 말을 운상기품(雲上氣稟),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맑게 갠다는 뜻으로 병이나 근심이 씻은 듯이 없어짐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운권천청(雲捲天晴), 구름은 용을 좇고 바람은 호랑이를 따른다는 뜻으로 의기와 기질이 서로 맞음을 이르는 말을 운룡풍호(雲龍風虎), 탐스러운 귀 밑머리와 꽃 같은 얼굴이라는 뜻으로 미인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운빈화용(雲鬢花容), 구름이나 연기가 순식간에 눈앞을 스쳐가고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는 뜻으로 한때의 쾌락을 오래 마음에 두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운연과안(雲煙過眼), 구름이 아무 생각 없이 일고 흐르듯이 인생을 유유히 삶을 이르는 말을 운출무심(雲出無心), 큰 가뭄에 구름과 무지개를 바란다는 뜻으로 희망이 간절함을 이르는 말을 운예지망(雲霓之望), 구름 속을 나는 두루미라는 뜻으로 고상한 기품을 가진 사람을 이르는 말을 운중백학(雲中白鶴), 구름이냐 산이냐는 뜻으로 먼 곳을 바라보며 산인지 구름인지 분별하지 못하여 의심함을 이르는 말을 운야산야(雲耶山耶) 등에 쓰인다.
▶️ 野(들 야, 변두리 여, 농막 서)는 ❶형성문자로 埜(야)는 고자(古字), 墅(야)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마을 리(里; 마을)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予(여, 야)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予(여, 야)는 물건과 물건을 강제로 떼어놓는 일이나 침착하여 초조하지 않음을 나타낸다. 里(리)는 사람이 사는 곳, 野(야)는 마을에서 떨어진 곳, 넓고 넓은 곳을 나타낸다. 도시의 언저리를 郊(교)라고 하고 郊(교)의 언저리를 野(야)라 한다. 옛 글자체는 숲(林)과 흙(土)을 합(合)한 것(埜)이며 나무가 난 곳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野자는 '들판'이나 '교외'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野자는 里(마을 리)자와 予(나 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予자는 실을 감는 '실패'를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여, 야'로의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런데 野자의 갑골문을 보면 土(흙 토)자와 林(수풀 림)자가 결합한 埜(들 야)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흙과 나무가 많은 곳을 표현한 것으로 숲이 우거져 있는 '들판'이나 '교외'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소전에서부터는 里자가 교외 지역의 의미를 대신하게 되었고 予자는 발음역할을 하게 되면서 지금의 野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野(야, 여, 서)는 먼저 들 야의 경우는 ①들, 들판(야) ②민간(民間: 일반 백성들 사이)(야) ③문밖, 마을, 시골(야) ④성(城) 밖, 교외(郊外)(야) ⑤구역(區域), 범위(範圍)(야) ⑥별자리(야) ⑦야생(野生)의(야) ⑧질박하다(꾸민 데가 없이 수수하다)(야) ⑨촌스럽다, 꾸밈새가 없다(야) ⑩길들지 않다(야) ⑪서투르다, 익숙하지 못하다(야) ⑫거칠다(야) ⑬등한하다(무엇에 관심이 없거나 소홀하다), 사리에 어둡다(야) ⑭비천하다(야) ⑮미개하다(야) ⑯방종하다, 자유분방하다(야) 그리고 변두리 여의 경우는 ⓐ변두리, 교외(郊外)(여) 그리고 농막 서의 경우는 ㉠농막(農幕: 농사짓는 데 편리하도록 논밭 근처에 간단하게 지은 집)(서)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아침 조(朝), 더불 여(與)이다. 용례로는 지능이 미개하고 문화가 극히 뒤떨어진 상태를 야만(野蠻), 들에서 나는 나물을 야채(野菜), 크게 무엇을 이루어 보겠다는 희망을 야망(野望), 산이나 들에 저절로 나서 자람을 야생(野生), 마을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는 들을 야외(野外), 들 가까이에 있는 나지막한 산을 야산(野山), 야망을 이루려는 마음을 야심(野心), 농사를 짓는 사람을 야민(野民), 야심을 품은 욕심을 야욕(野慾), 들에서 하는 싸움을 야전(野戰), 성질이나 행동이 야하고 비루함을 야비(野卑), 좋지 못한 목적 밑에 서로 어울림을 야합(野合), 들에 친 진영 또는 거기서 하는 생활을 야영(野營), 교양이 없고 거친 사람을 야인(野人), 어떤 갈래에 달린 범위나 부문을 분야(分野), 여당과 야당을 여야(與野), 눈의 보는 힘이 미치는 범위를 시야(視野), 지표면이 평평한 넓은 들을 평야(平野), 아득하게 너른 벌판을 광야(廣野), 나무가 무성한 들을 임야(林野), 초야에 파묻혀 있음을 재야(在野), 두더지의 혼인이라는 뜻으로 허영심 또는 동류는 동류끼리 잘 어울림을 비유하는 말을 야서혼(野鼠婚), 현명한 사람이 모두 등용되어 민간에 인물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야무유현(野無遺賢), 아무렇게나 지은 시골집을 일컫는 말을 야옥촌사(野屋村舍), 집의 닭을 미워하고 들의 꿩을 사랑한다는 뜻으로 아내를 소박하고 첩을 좋아함 또는 흔한 것을 멀리하고 언제나 새롭고 진귀한 것을 중히 여김을 일컫는 말을 가계야치(家鷄野雉), 집의 닭을 미워하고 들의 물오리를 사랑한다는 뜻으로 일상 흔한 것을 피하고 새로운 것 진기한 것을 존중함을 비유하는 말을 가계야목(家鷄野鶩), 성벽을 견고히 지키고 들의 작물을 거두거나 가옥을 철거하여 쳐들어오는 적에게 양식이나 쉴 곳의 편의를 주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우세한 적에 대한 작전 수단을 이르는 말을 견벽청야(堅壁淸野), 외로운 구름이요 들의 학이라는 뜻으로 속세를 떠난 은사를 가리키는 말을 고운야학(孤雲野鶴), 산꿩과 들오리라는 뜻으로 성미가 사납고 제 마음대로만 하려고 해 다잡을 수 없는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산계야목(山鷄野鶩), 이리 새끼는 사람이 길들이려고 해도 본래의 야성 때문에 좀체로 길들여지지 않는다는 말로서 흉폭한 사람이나 신의가 없는 사람은 쉽게 교화시킬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낭자야심(狼子野心), 산 속에 자리 잡은 넓고 편평한 땅을 일컫는 말을 산중개야(山中開野), 두 다리의 여우라는 뜻으로 마음이 음흉하고 욕심이 많은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을 양각야호(兩脚野狐), 기름진 들판이 천 리에 달한다는 뜻으로 끝없이 넓은 기름진 들판을 이르는 말을 옥야천리(沃野千里), 산과 들에 가득히 뒤덮임을 일컫는 말을 만산편야(滿山遍野), 끝이 없이 넓은 들을 일컫는 말을 무변대야(無邊大野), 한가로운 구름 아래 노니는 들의 학이란 뜻으로 벼슬과 어지러운 세상을 버리고 강호에 묻혀 사는 사람을 나타냄 또는 한가로운 생활로 유유자적하는 경지를 이르는 말을 한운야학(閑雲野鶴) 등에 쓰인다.
▶️ 鶴(학 학/흴 학)은 ❶형성문자로 鹤(학)의 본자(本字), 嶌(학), 鶮(학)은 동자(同字), 鸖(학)은 와자(訛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새 조(鳥; 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희다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 隺(학)으로 이루어졌다. 흰 새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鶴자는 ‘학’ 또는 ‘두루미’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두루미는 순수 우리말이고 한자어로는 ‘학’이라 한다. 고대부터 학은 신선이 타고 다니던 새로 알려져 있으면서도 선비를 상징했다. 길게 뻗은 흰 날개의 자태가 우아하고도 고상했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때 선비들이 즐겨 입던 옷도 학의 자태를 흉내 낸 것이니 학은 우리 선조들의 일상과도 친숙했었다. 고대 중국에서도 학은 고상함의 상징이었다. ‘고상하다’라는 뜻을 가진 隺(고상할 학)자와 鳥(새 조)자를 결합해 만든 글자가 바로 鶴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鶴(학)은 두루미의 뜻으로 ①학(鶴) ②두루미(두루밋과의 새) ③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학과 거북으로 둘 다 목숨이 길어서 오래 삶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는 학구(鶴龜), 높은 사람의 하얗게 센 머리털을 비유하는 말을 학발(鶴髮), 학의 날개를 학익(鶴翼), 학의 울음소리를 학려(鶴唳), 전해 주는 말이나 소식의 높임말을 학성(鶴聲), 학처럼 고개를 빼고 발돋움하여 바라본다는 뜻으로 간절히 바람을 이르는 말을 학망(鶴望), 학처럼 고개를 빼고 발돋움하여 바라본다는 뜻으로 간절히 바람을 이르는 말을 학기(鶴企), 학의 목으로 목을 길게 빼고 간절히 기다림을 비유하는 말을 학수(鶴首), 두루미의 나이 곧 오래 산 늙은이의 연령을 이르는 말을 학령(鶴齡), 다리와 목이 가늘고 길며 우는 소리가 큰 새의 하나로 두루미를 백학(白鶴), 춤추는 학을 무학(舞鶴), 푸른 빛깔의 학을 청학(靑鶴), 검은 빛깔의 학을 현학(玄鶴), 전설에서 누른 빛깔의 학을 황학(黃鶴), 우는 학을 명학(鳴鶴), 구름과 학을 새긴 무늬를 운학(雲鶴), 떼를 지은 많은 학들을 군학(群鶴), 봉황새와 두루미를 봉학(鳳鶴), 학처럼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린다는 뜻으로 몹시 기다림을 이르는 말을 학수고대(鶴首苦待), 닭이 많은 곳에 학이 서 있다는 뜻으로 눈에 띄게 월등함을 이르는 말을 학립계군(鶴立鷄群), 벼슬을 하여 뜻을 펴지 못하고 초야에 묻혀 있는 탄식을 학명지탄(鶴鳴之歎), 하얗게 센 머리에 찬찬한 어린이 얼굴이라는 뜻으로 신선의 얼굴을 형용하는 말을 학발동안(鶴髮童顔), 구름 속을 나는 두루미라는 뜻으로 고상한 기품을 가진 사람을 이르는 말을 운중백학(雲中白鶴), 한가로운 구름 아래 노니는 들의 학이란 뜻으로 벼슬과 어지러운 세상을 버리고 강호에 묻혀 사는 사람을 나타냄을 한운야학(閑雲野鶴)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