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행복하고 존경받는 나라
[수미산정] 노인이 행복하고 존경받는 나라
아광(阿光) 고광록
신도회장을 맡기 전에도 이따금 산사를 찾았다. 다담(茶談)을 나누며 토로하는 스님들 고민 중 하나가 신도 고령화 문제였다. 부처님오신날 등 사찰 큰 행사에 가보면 노보살님이 많다.
다른 종교와 비교해 보아도 두드러진다. 인구 구조가 달라지고, 과학이 종교를 대신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사회에 대한 고민은 비단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사회를 유지하는 중차대한 의제가 된 지 오래다. 의료기술 발달과 영양섭취, 건강관리로 인간수명은 120세까지도 가능하다고 한다.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분류한 것은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였다. 1889년 최초로 사회보험제도를 실시하면서 수혜자를 구분해야 할 필요때문이었다. 당시 독일의 평균수명은 49세였다. 단순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평균수명 84.1세를 감안한다면 110세 이상에게만 노인 우대 혜택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현재 우리나라 고령화 비율은 15.7%이며, 강원도는 20.1%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화 속도도 최근 10년간 매년 4.4%씩 증가하고 있다. 이대로 두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기우만은 아닐 것이다.
며칠 전 아는 교수님으로부터 책 하나를 선물 받았다. 정년 퇴임 후 평생 교육원에서 그림을 배운 친정 아버님의 작품집이었다. 기타와 색소폰 연주, 라틴댄스를 추는 정겨운 모습도 담겨 있었다. 사진을 취미로 하고 소박한 시를 쓴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새삼 행복한 노년이 부러워졌다.
대부분 노인들은 아무 준비 없이 은퇴를 맞는다. 과거에는 자식 농사만 잘 지어도 노후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고, 장성한 자녀가 부모 모시는 것을 당연시 했다.
이제는 인생을 이모작, 삼모작 개념으로 접근해야 할 때이다. 노인에게는 건강, 아내(특히 남자노인에게 더 절실한), 재산, 일자리, 친구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냥 우스개 소리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사회정책의 화두라는 생각이다. 그 중에서도 경제적 빈곤은 가장 큰 문제이다. 우리나라 노령빈곤율은 43.3%로 OECD 평균의 세 배가 되며, 노인부양 문제는 세대갈등으로 까지 표출될 정도다.
연금기능 강화나 일자리 확대도 중요하지만, 개별 정책만으로 완전히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개인이 처한 환경의 문제로 치부할 일은 더욱 아니다. 사회 전체의 인식을 전환하고, 공동체의 미래가 달린 사회적 합의 차원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노인이 행복하고 존경받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좋은 사회를 만드는 일에는 불교계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타행(利他行)을 실천하여 세상을 이롭게 하는 정신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사람답게 사는 사회는 공존의 지혜를 통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
▓▓▓▓▓▓▓▓
▣아광(阿光) 고광록(1961~) 강릉 출생
강릉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법무법인 율곡/대표 변호사
·불교신문 논설위원
·오대산 월정사 신도회장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
환수위원회 집행위원장
·2023 강릉 세계합창대회 민간협의회장
·강릉시 사회갈등조정위원회 위원장
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