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海(샹하이)에서 읽은 중국의 한 英字紙(영자지)는 미국을 '금융이란 말을 탄 카우보이'라고 묘사했다. 대공황 이후 최대의 금융위기를 가져온 미국의 도박장식 돈놀이를 조롱하는 칼럼도 있었다. IMF나 월스트리트를 이용하여 세계의 금융질서를 장악한 그 카우보이가 落馬(낙마)사고를 일으킨 셈이다. 미국 달러를 1조8000억 달러나 보유한 중국이 쓰러진 미국에 손을 내밀 것인가가 관심사이다. 溫家寶(원자바오) 총리는 "우리가 금융위기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공헌은 중국경제를 잘 운영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중국이 세계 제1위의 달러보유액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금융위기의 추이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빈 서브라매니안 존슨 홉킨스대 교수는 미국이 중국으로 부터 달러융자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미국경제에 도움을 줌으로써 중국의 對美수출 길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 1978년 개혁 개방을 시작하기 전엔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되지 않던 빈곤大國이 이제는 미국이 도움을 요청해야 할 거대 경제 주체로 변했다. 중국이 미국의 달러 중심체제를 지지하면 미국 금융기관들이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자본의 對中투자와 미국시장의 중국제품 수입이 중국의 경이적인 경제발전을 도왔던 점에 비춰 이번 기회에 중국이 미국에 대해 報恩(보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이 금융위기에 처할 때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구제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이다. 필자가 최근 중국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뉴욕發 금융위기속에서도 자신들이 가장 작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낙관적 예상을 하고 있었다. 상해주식 시장의 경우 10월9일 현재 株價가 1년 전보다 60.2%나 폭락, 아시아 證市중 최악의 성적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잘 대처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경제의 기초가 크고 단단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연간 약800억 달러의 직접 투자를 받는 나라이지만 국내시장이 워낙 크다. 한국처럼 수출 일변도로 성장한 나라가 아니다. 자금의 여력이 많아 중국의 해외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1억8000만 달러의 외환보유고는 그 3분의 2가 미국의 國債 등에 투자되어 있다고 한다. 중국의 금융기관은 현금이 충분한데다가 정부가 외환흐름을 잘 통제하고 있다. 중국 은행은 미국 은행처럼 복잡한 금융파생상품을 판매하여 수익을 올리는 식으로 발달되지 않았는데 이런 점이 금융위기 때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중국의 내수 시장이 다소 위축되는 경향이다. 자동차 판매량의 증가속도가 한 자리 수로 내려 앉았다. 중국경제의 주요 동력원인 주택 매매가 50%나 줄었다. 4대 철강회사가 20% 減産(감산)을 발표했다. 막대한 위환 보유고, 거대한 국내시장, 정부의 금융통제, 국가지도부의 확고한 리더십이 중국을 금융위기의 波高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끌고 가고 있다. 미국의 투기적 금융행태를 멀리 해왔던 일본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위기를 이용하여 국제금융업체를 싼 값에 사들이는 전략을 보인다(중국도 그렇게 나올 것이란 예상도 있으나 현재는 방관하는 자세이다). 한국만 잘 버티면 東北亞 경제권이 미국과 유럽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적게 다치고 회복이 빨라 得을 볼지도 모른다. 이번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韓中日(한중일) FTA 협상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 전문가 인터뷰] "세계경제 내년 2분기부터 한·중·일 중심으로 회복" ⑤ 샤오 민제 日다이와소켄 이코노미스트 "한국 지금 흔들리는 건 실물경제 체력 약한 탓 3개국 FTA 체결해야" 도쿄=선우정 특파원 su@chosun.com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도에 휩쓸린 한국은 어디에서 안정과 회복의 길을 찾아야 하는가. 일본의 대형 경제리서치회사인 다이와소켄(大和總硏) 투자전략부 샤오 민제(肖敏捷)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9일 "중국의 경제 회복과 성장이 한국 경제에 밝은 신호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계로, 일본에서 동아시아경제 전문가로 활동하는 그는 "세계 경제는 내년 2분기부터 한·중·일 3개국을 중심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조급해 하지말고 큰 시각으로 3개국 FTA(자유무역협정)의 틀에서 회복의 열쇠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발 금융위기에 아시아는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나. "총체적으로 (금융회사가 큰 피해를 입지 않은) 아시아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단지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실물경제의 회복까지 최소 1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이 흔들리고 있는데. "한국 금융시스템은 1997년 경제위기 때와 비교하면 아주 강해졌다. 다만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고 내수가 약하다. 특히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전자제품의 세계 시장이 가장 부진한 상태다. 이런 환경이 한국에서 경상수지 적자로 나타나고 있다. 이 탓에, (미국발 금융) 위기가 없었어도 한국 통화는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수년간 경제성장률도 기대만큼 높지 않았다. 실물경제의 체력 약화가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비관적인가. "(한국 경제와 긴밀한 관계를 맺은) 중국은 재정 투입과 금융완화의 여유가 있고, 무엇보다 정치 체제의 의사 결정이 빠르다. 올해 상황이 안 좋다고 해도, 2005~ 2007년 3년을 보면 중국의 재정 수입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의 2배가 넘는다. 어제 금리를 인하했듯이 작년 10월부터 시작한 경제의 긴축 기조를 1년 만에 재검토하고 있다. 나는 최근 한국·타이완·중국·홍콩 등 동아시아의 지역 내 거래가 활발해지는 것에 주목한다. 중국 경제는 이번 3분기를 바닥으로 연말과 연초에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다. 아시아 전반의 어려운 상황이 1년 동안 지속돼도 중국·일본·한국은 내년 2분기부터 밝은 신호를 볼 것이다. 한국은 미국에서 얻는 부정적 영향을 중국을 통해 커버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흔들리는 기본 문제인) 경상수지 적자를 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도 '올림픽 이후' 전망이 어둡지 않나. "일부에선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최저 6%까지 보지만, 나는 중국 정부의 경제 대책이 나오면 9%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한·중·일 3개국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시작해야 하나. "(금융 차원의 논의를 넘어) 3개국 FTA(자유무역협정) 논의를 하루 빨리 시작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동아시아 3개국이 함께 하지 않으면 국면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의 성장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협력하느냐 에서 열쇠를 찾아야 한다. FTA를 하면, 3개국 경제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 경제의 회복 시기를 앞당길 것이다." ―이번 위기가 FTA를 포함한 3개국 경제 결속에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는가. "그렇다. FTA는 지금 시급한 금융 측면에서의 협력뿐 아니라 식품 안전 문제와 같은 현안들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을 가정한 질문이지만, 한국이 위기에 빠질 경우 중국이 구제(救濟)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만약의 경우가 생긴다고 해도 '구제'라는 인상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 중국이 구제한다는 말이 나오면 결국엔 '중국 위협론'이 대두될 것이다. 미국의 금융위기에서도 중국에 의한 구제론이 나오자 (향후 '중국 위협론'을 우려한) 중국이 몸을 움츠렸다. (FTA와 같은) 우호적 경제 교류의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