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강하지! 강하지는 어디 있어?
대체……거울 속에 있는 넌 누구야!!
뉴 라이프 New Life
“설마, 이게 나라고?”
하지는 거울 속에 비춰진 자신의 얼굴이 아닌 다른 여자의 얼굴에 경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거울 속의 여자 표정 또한 기겁한 모습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시추에이션이란 말인가.
기가 막히고 코까지 막혀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이였다.
분명 그 녀석이 병실에서 나가고 그제서야 혼자만의 시간을 갖을 수 있었던 나는
아직 늦지 않았겠지, 라는 작은 기대감에 다시 천국으로 가기 위해 잠을 청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나를 기다려주기 싫었는지 결국 하루 동안 잠만 잔 꼴이 되어버렸다.
결국 나의 천국 행은 그 자식 때문에 저 멀리 날아가버린 지 오래인 것 같았다.
그러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히 고민을 하며 침대에 누워있던 나에게 생리현상
이란 것이 찾아왔고, 난 본능에 따라 화장실을 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목에 깁스를 한 탓에 내 몸이 보이진 않았지만 15층 건물 옥상에서 떨어진 것 치고 의외로
몸이 잘 움직여서 의아함이 생겼지만 그냥 무시해버렸던 나였다.
그래, 그리고 무심코 화장실 거울을 쳐다본 게 문제였다.
그냥 무심코 쳐다본 거울엔 다가온 생리현상도 잊을 만큼 커다란 충격이 나의 머리를
강타하게 만들었다.
거울 속에 비친 나는 내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나 ‘강하지’가 아닌 다른 여자가 서 있었다!
“하.하.하. 설마…내가 꿈을 꾸나?”
제발 꿈이길 바라는 이 상황에서 하지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세게 볼을 꼬집었다.
제발 아프지 않길 바랬다.
하지만 하지에게 되돌아오는 것은 찌릿하는 아픔과 눈에 고인 눈물이었다.
아아아…, 눈에 고인 눈물마저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물론 자신에게 보내는 찬사가 아니었다.
거울 속에 비춰진 공주님 같은 여자아이에게 보내는 찬사였다.
섹시한 구릿빛 피부도 아닌 어중간하게 까무잡잡했던 피부와, 쌍커풀도 없던 눈.
조금이나마 있어 보이는 콧대와 핏기가 없던 입술, 그리고 얼굴에 있던 뾰루지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자신의 얼굴과는 달리 거울 속의 여자아이는 아기 같은 뽀송뽀송한 흰 얼굴에
오똑한 콧날, 크게 진 쌍커풀 눈, 어떻게 바라봐도 약간은 도도해 보이는 얼굴은
길거리에서 꽤나 주목 받을 만한 이쁘장한 외모였다.
게다가 그나마 긴 생머리가 생명이었던 하지가 원래 가지고 있던 머리와는 달리
이 여자아이는 자신에게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 단발머리를 귀엽게 소화해내고 있었다.
그래, 이 공주님 같은 아이가 절대로 나 일리 없다.
그런데……왜 내가 움직이는 거랑 거울 속의 저 애랑 똑같이 움직이는 거냐고!!!!
결국 한참을 고민하던 하지가 내린 결론은….
“…그럼 이 얼굴이 원래 내 얼굴인 건가…?”
강하지 멍청이! 그럴리가 없잖아!
자신의 머리,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몸이 아닌 다른 여자아이의 머리카락을 쥐어 뜯으며
고민하던 하지의 머릿속에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고, 그 생각은 곧 하지의 행동을
순간 멈추게 만들었다.
그리고 거울 속에 비친 여자아이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헐….설마 나 내 몸 버리고 다른 애 몸으로 들어 온 거니?
지금…, 영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얘기가 나한테 일어난 거야?
그, 그런 거야? 응? 내 영혼아, 말 좀 해봐!
살고 싶은 거 아니였잖아! 너도, 나도! 죽고싶었잖아!!!
그런데 왜 다른 애 몸 속으로 들어 온 거야!!!!
# N E W L I F E
“하아…, 돌아버리겠네. 어떡하지?”
난감했다. 난감하다 못해 미칠 지경이었다.
결국 하지는 왜 자신이 이 여자아이의 몸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인지 해답을 얻지 못 했고
다시 침대에 앉아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서야 아까 그 아이들의 행동과 시선이 이해가 가는 하지였다.
이 여자애가 한아인이였어…,
난 강하지의 몸에 있는 게 아니라. 한아인이란 애의 몸에 내가 있었던 거 였어….
하지에게 부모라곤 친 부모님이 자신을 버리고 거둬준 양 아버지밖에 없지만,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아까 그 아이들이 이 아이를 아껴주는 것처럼
자신에게는 그럴 친구도 없을 뿐더러 심지어는 자신을 지탱해 주었던 남자친구마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 이 몸에서 새롭게 살아가게 된들 지장이 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의 몸은 발견한 목격자에 의해 신고되어서 119차에 실려가 병원 냉동창고에 들어가고
그게 끝 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몸에서 새롭게 살고 싶지 않아…. 내겐 더 이상 살아 갈 이유가 없어,
“어머, 깨어있었구나?”
이젠 자신의 몸이 되어버린 아인이의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쥘 때였다.
하이톤의 젊은 여자목소리가 들려왔고 고개를 들자 병실 문에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세련된
젊은 여성이 하지, 아니 아인이를 향해 웃고 있었다.
그리고 여성의 손에는 과일바구니가 들려져 있었고, 또 다른 손에는 비싸다는 샤넬 핸드백이
쥐어져 있었다.
“누구….”
“우리 아인이, 기억상실증이라더니…. 엄마도 잊었구나….”
엄마? 엄마아?!!!!
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저 젊은 여자가 한아인의 엄마라고?
저 몸매가. 저 얼굴이. 저 패션이. 고등학생 엄마…맞아?!!!!!
“저,정말 한아…아니 내 엄마라구요?”
“어머, 당연하지. 우리 이쁜 딸!”
젊은 여자, 아니 아인의 엄마라는 여자의 이름은 송혜정. 한석훈 회장이 6년 전 새로 맞이한
새 부인이였다. 혜정은 연신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으며 과일바구니를 내려놓고 나를 품 안에
꼭 안은 채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라기엔…, 이거 너무 젊은 거 아니야?!!
“야. 한아인 나왔…”
그때 또 다시 병실 문이 열리면서 은성이 들어왔고 은성이는 아인이를 껴안고 있는 혜정을
보더니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고 혜정을 보는 은성이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은성이 왔니?”
“…네. 안녕하세요. 왠일이세요?”
“왠 일이라니, 내 딸이 병원에 입원했는데 엄마가 오는 게 당연하잖니?”
“당연…하다구요?”
“그러엄! 당연하지, 그나저나 천만다행이야.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크게 안 다쳐서….”
“그러게요. 정말 천.만.다.행.이.죠.?”
가시가 돋아있는 은성의 말투에 혜정이 은성을 향해 살짝 비웃어보였다.
이를 본 은성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고, 어느새 냉기가 흐르는 방안 분위기에 아인은 어색한지
헛기침을 내뱉었고 다행스럽게도 먼저 어색함을 깨트려준 건 혜정이였다.
“아인아, 친구도 왔으니까 엄마는 이만 먼저 갈게. 내일 퇴원 할 거니까, 오늘 하루 푹 쉬렴.”
“네….”
언제 은성을 향해 비웃었냐는 듯, 싱긋 은성을 향해 웃어보이며 혜정은 병실을 나섰고
그런 혜정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은성에게 아인이 말을 걸었다.
“넌 어제도 와놓고 왜 또 온 거야? 학교는 안 가?”
“하루 왠 종일 잠만 자니까 시간 개념이 없냐? 지금 시간 5시거든? 학교 끝나고 온 거야. 멍청아.”
이 놈은 싸가지를 밥에 말아먹었나!
역시 잘생긴 놈들은 하나같이 성격이 드럽다더니! 이 놈을 두고 한말이었어!
지 잘났다는 듯이 말하는 은성의 행동에 아인의 인상이 찌푸려지자 은성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야, 한아인. 너 정신 들고나서부터 계속 나만 보면 인상 쓰는 거 알아?”
“널 보면 짜증나서 그렇다. 왜?”
“뭐? 와, 골 때린다. 내 얼굴만 보면 그렇게 좋아하던 한아인이 이젠 날 보면 짜증난다고?”
“그래! 예전의 난 어땠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전~혀 아니거든?”
그래그래. 내가 미쳤다고 싸가지, 니 얼굴만 봐도 좋아하겠냐?
한아인 얘도 그래. 남자 얼굴만 보고 좋아하나? 얼굴도 이쁘장하게 생겼으면서
더 괜찮은 남자를 많이 만날 수도 있는데, 왜 하필 이렇게 싸가지 없는 놈을 좋아했데?
내가 아무리 꽃미남 오덕후여도 성격 싸가지 없는 앤 싫어한다! 이 자식아!
“이은성. 정신 사나우니까. 얼른 가. 나 심각히 지금 고민 해야 할 게 있어.”
“뭔데?”
“너 같은 어린 놈에게 멍청하단 소리나 찍찍 들어가며 살아가야하나.
아님 다시 죽어야하나. 그 고민 하고 있다. 왜!!”
“뭐?”
“뭐, 뭐야! 왜 노려보는데…”
은성이의 매서운 눈초리에 움찔하며 말끝을 흐리는 아인이였다.
하지만 이렇게 매번 쫄고있을 수 만은 없는 법! 다시 한번 딱 부러지게 말해야겠어!
“이은성. 이번에도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니가 날 미친 여자 취급하겠지만. 다시 한번 말할게.
난 정말 니가 생각하는 한아인이 아니야. 강하지라고. 게다가 나이도 23살이야.”
“그래서?”
“어? 아, 아니…그러니까 함부로 마,막말하지말라…앗! 이게 아니라…
나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영혼이 깨어나보니 이 몸에 들어와있었어.
그래서 난 지금 이 아이의 인생을 내가 이어가며 살까, 아니면 다시 죽을까 하는
심각한 고민에 휩싸여 있어. 그러니까 날 더 이상 방해하지 말고 가줘.”
“……”
“저, 저기?”
“니가 정말 한아인이 아니라면…왜 강아지는…죽으려하는데? 힘들게 얻은 삶을?”
강하지라고, 이새끼야.
“어째서야?”
은성의 검은 눈동자가 아인을 주시했다. 아인의, 아니 하지의 마음을 꿰뚫듯이 –
어째서냐고?
어째서 왜 힘들게 얻은 삶을 살고 싶지 않는 거냐고?
그건…오빠가 내 옆에 없잖아. 내 옆에 있지 않잖아…
“……강하지에겐 더 이상…살아 갈 이유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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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ㅜ연속으로 댓글 달아주신 러브콤님 정말 감사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