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잠(四勿箴) - 정이(程頤)
顔淵 問仁子曰克己復禮爲仁.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 爲仁 由己 而由人乎哉. 顔淵 曰 請問其目 子曰 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
顔淵이 仁에 대해 물으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자기 사욕을 이겨내고 본연의 禮로 돌아가는 것이 仁이다. 하루라도 자기 사욕을 이겨내고 본연의 예로 돌아간다면 천하가 그의 仁을 인정할 것이다. 仁을 행하는 것은 자기에게서 나오는 것이지 어찌 남이 간여할 수 있는 것이겠는가. 안연이 말하였다. “그 실천 조목을 묻겠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禮가 아니면 보지 말고, 禮가 아니면 듣지 말고, 禮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禮가 아니면 행하지 말아야 한다.”
위는 논어(論語) 안연(顔淵) 1장의 기록인데, 정이(程頤)는 공자의 이 말씀을 토대로 아래의 사물잠(四勿箴)을 지었다.
시잠(視箴)
其視箴曰: ‘心兮本虛, 應物無迹. 操之有要, 視爲之則. 蔽交於前, 其中則遷. 制之於外, 以安其內. 克己復禮, 久而誠矣.’
心兮本虛, 應物無迹. 마음은 본래 비어 있어 사물에 응함에 자취가 없다.
操之有要, 視爲之則. 그것을 잡음엔 요령이 있으니, 보는 것이 법칙이 된다.
蔽交於前, 其中則遷. 사물의 가림이 눈앞에서 어우러지면 마음으로 옮겨진다.
制之於外, 以安其內. 그러니 외부에서 제어하여 내면을 편안히 해야 한다.
克己復禮, 久而誠矣. 극기복례(克己復禮)하기를 오래하면 성(誠)하여 지리라.
청잠(聽箴)
其聽箴曰: ‘人有秉彝, 本乎天性. 知誘物化, 遂亡其正. 卓彼先覺, 知止有定. 閑邪存誠, 非禮勿聽.’
人有秉彝, 本乎天性. 사람에겐 떳떳한 올바름이 있어 천성이 본래 그리 하는 것이다.
知誘物化, 遂亡其正. 허나 그릇된 앎이 유혹하고 사물이 동화하여 마침내 바름을 잃게 됐다.
卓彼先覺, 知止有定. 우뚝한 저 선각자는 그칠 줄을 알고 심기가 안정되어있다.
閑邪存誠, 非禮勿聽. 그래서 간사함을 막고 성(誠)을 보존하여 예가 아니면 듣질 않는다.
언잠(言箴)
其言箴曰: ‘人心之動, 因言以宣. 發禁躁妄, 內斯靜專. 矧是樞機, 興戎出好, 吉凶榮辱, 惟其所召. 傷易則誕, 傷煩則支, 己肆物忤, 出悖來違. 非法不道, 欽哉訓辭!’
人心之動, 因言以宣. 인심이 동하면 말로 선포된다.
發禁躁妄, 內斯靜專. 말 할 때 조급하고 망령되지 않도록 하면 내면이 고요하고 전일하다.
矧是樞機, 興戎出好, 吉凶榮辱, 惟其所召. 말이란 사물의 중요한 부분으로 싸움을 일으키기도 하고 관계를 풀기도 하여 길함이나 흉함과 영화로움이나 욕됨이 오직 말로 시작된다.
傷易則誕, 傷煩則支. 쉽게 말하면 궤탄한 말이 되고, 번거롭게 말하면 지리한 말이 된다.
己肆物忤, 出悖來違. 함부로 말하면 거슬려 답이 오고, 말이 어긋나면 오는 말도 위배된다.
非法不道, 欽哉訓辭! 법에 맞지 않으면 말하지 않아야 하니, 공경스럽구나, 훈계의 말이여!
동잠(動箴)
其動箴曰: ‘哲人知幾, 誠之於思; 志士勵行, 守之於爲. 順理則裕, 從欲惟危; 造次克念, 戰兢自持. 習與性成, 聖賢同歸.’”
哲人知幾, 誠之於思; 철인(哲人)은 기미를 알아 생각함에 성실히 하고,
志士勵行, 守之於爲. 지사(志士)는 힘써 행하여 행위를 함에 지킨다.
順理則裕, 從欲惟危. 이치에 순종하면 여유롭고, 욕망을 따르면 위태롭다.
造次克念, 戰兢自持. 習與性成, 聖賢同歸. 잠시잠깐이라도 생각하여 전전긍긍하며 스스로 보지(保持)해야 한다. 이로써 습관과 본성이 이루어지면 성인과 현인과 같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