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9일 화요일 아침 어느 모임에서 김지현 KAIST 교수의 <제조와 서비스의 혁명적 만남, 프로비스>라는 제목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프로비스(Provice)란 김 교수가 Product와 Service를 결합하여 만든 신조어입니다. 그는 프로비스 트렌드가 기존 제조업 그리고 유통 금융 농업 마케팅 등 다양한 산업에 위기와 기회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고 하면서 1. Data Technology, 2. SW
replace HW, 3. Drone, Robot, 4. New Screen(VR 등), 5. AI(인공지능)의 다섯 개 분야로 나누어 설명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용어는 들어 본 것이었지만 이렇게 정리한 강의를 들어보니 정말 이런 시대가 성큼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이 실감되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도 그 다음날인 4월 20일 수요일 아침 또 다른 모임에서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 교수로부터 <인공지능과 알파고>라는 강의를 들었습니다. 지난번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을 중심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연이틀 미래의 변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강의를 들은 것입니다. 저는 그 다음날부터 묘한 질문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너는 이런 시대에 과연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실제로 이 시대의 변화를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가?"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요. 며칠을 궁리하다가 이런 미래를 직접 체험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드론>을 사겠다고 마음먹은 것입니다. 사실 뉴스에서 많이 보기는 했지만 드론은 저에게는 먼 세상에 있는 기기였습니다. 모형 헬기를 날리는 동호인들처럼 그런 특별한 동호인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두 번의 강의를 듣고 드론을 미래를 직접 체험해보는 기기로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어떤 종류의 드론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지, 드론은 과연 작동하기 쉬운지, 카메라는 장착되어 있는지 등 기본적인 사항을 공부하였습니다. 그런데 공부해보니 드론은 용도에 따라 종류가 많고 누구나 손쉽게 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항공 사진 촬영'을 목표로 삼고 그에 적합한 기종을 찾았습니다. 의외로 선택은 간단하였습니다.
항공사진 촬영용 드론은 중국 DJI(大疆創新·다장촹신)사의 팬텀이라는 제품이 이미 평정을 한 상태였습니다. 2015년 4월 8일 출시된 팬텀3은 삽시간에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해 버려 드론계의 애플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DJI사가 2016년 3월 2일 전 세계에 팬텀4라는 괴물을 내놓았습니다. 팬텀4의 가장 큰 장점은 무인자동차의 핵심기술인 충돌회피 기술을 적용하였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난 4월 24일 아들과 같이 홍대 부근에 있는 DJI 플래그십 스토어를 찾아 4월 1일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하였다는 가장 따끈따끈한 최신 제품 팬텀4를 구매하였습니다. 간단한 비행교육을 받고 집으로 오는 길에 어디에서 날려볼 것인지 궁리하였습니다. 드론은 아무 데서나 날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서울 전역은 대부분 비행 금지구역이고 야간에는 비행할 수 없고 고도 150m 이상도 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낮에 경기도 지역에서 날려야 하였습니다. 그날 저녁 약속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드론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당장 날리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거실에서 날려보기로 하였습니다. 비행교육에서 배운 대로 조정기에 핸드폰을 장착하고 조심스럽게 시동을 걸었습니다. 4개의 프로펠러가 윙하고 소리를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서서히 조종간을 움직여 드론을 공중에 띄웠습니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스무스하게 작동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방향감각을 착각하여 점점 벽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곧 부딪칠 것 같아 조종간을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꽝하는 소리와 함께 드론은 벽에 부딪쳐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외관상 피해는 프로펠러 한 개가 부러진 것 정도였습니다. 문제는 내부가 충돌 충격으로 망가지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밤중에 서울 서초구 방배동 집 부근에서 날려 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가족들은 내일 확인해보라고 하였지만,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혼자 드론을 싸 들고 경기도 기흥에 있는 시골집으로 향했습니다. 밤 11시 집 마당에 외등을 켜고 자동차 헤드라이트도 켜 드론을 날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든 다음 마당 가운데 드론을 놓고 작동을 시작하였습니다. 누가 보면 드론 제작자가 신제품을 밤에 몰래 시험해 보는 줄 알았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배운 대로 준비하고 드론을 작동시켰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4개의 프로펠러 중 한 개가 드론에서 이탈하여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고 남은 3개의 프로펠러만 작동되자 드론이 균형을 잃고 제자리에서 엎어져 버린 것입니다. 두 번째 사고가 난 것입니다. 프로펠러를 드론 몸체에 꽉 끼우지 않아 빠져버린 것입니다. 다행히 몸체는 좀 흠집이 났을 뿐 괜찮아 보였습니다. 다시 마음을 진정시키고 세 번째 드론 날리기를 시도하였습니다. 윙하는 소리와 함께 드론이 공중에 날았습니다. 다행히 정상 작동하였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5분간의 비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미래를 체험하는 데에는 통과의례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 후 낮에 경기도에서 드론을 날려 찍은 사진은 저의 인식 구조를 완전히 바꾸어 버렸습니다. 수십 미터 상공에서 찍은 사진들은 평소 우리가 수평으로만 찍던 사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지평이 열린 것입니다. 아마도 이 시선은 개인의 사고 체계를 완전히 바꿀 것 같습니다.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우리가 그 미래를 체험하지 않을 뿐이지요. 저는 아들에게 가상현실이라는 또 다른 미래와 만나기 위해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기기 중 가장 호평을 받고 있는HTC사의 VIVE를 미국에서 구매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광고 문구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나는 미래를 기다린 적이 없다. 나는 언제나 그 시대의 미래였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6.5.2. 조근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