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가 망치를 두드려
후동리 밤하늘에 구멍을 내고 있다
소쩍소쩍 두드린 자리마다
노랗게 별이 쏟아지는 걸 보니
아마 그리움을 건축하는 중인가 보다
황달을 앓으며 어머닌 별처럼 익어가셨다
어느 구름에 비 들었는지 모른다
세상사 조심해라, 시던 어머니
아버지가 잘못 밟아 터져버린 먹구름 솔기
등으로 그 빗줄기 묵묵하게 막아내던 어머니
어머니의 구부린 등 안쪽은
언제나 따뜻한 방이었고 옷이었고 밥상이었다
조심조심 구름을 살피며 발걸음 옮기다 보니
어느새 나도 정년을 바라본다
잘 살았다는 안도의 숨을 돌릴 겨를도 없이
흰 구름 되어 떠나신 엄마
자식을 위해 구부렸던 등을 이제야 하얗게 풀어놓으신다
소쩍새의 망치질 소리를 따라 세다가
솟아나는 별의 이마를 깨끗하게 닦아주다가
내 머리끝으로도 구름 한 자락
하얗게 내려앉는 새벽이다
-『김포신문/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2023.04.18. -
봄은 건축의 계절이다. 둥지를 만들고 아궁이를 만들고, 다가올 계절을 위하여 보수와 개축이 한창이다. 우리 마음도 보수를 해야 한다. 겨우내 잔뜩 움츠렸던 마음과 혹, 미움이나 애증이 있다면 이젠 털어내고 환한 사랑의 꽃을 피울 준비를 해야 한다. 미처 못 지운 그리움 하나 남았다면 그것도 놓아드려야 한다. 그 자리에 새로운 그리움으로 보수해야 한다.
어머니, 등의 안쪽은 따뜻한 방, 옷, 밥상이었다는 시인의 말이 그리움의 징표다. 나도 이제 누군가의 따뜻한 방이 될 때가 되었다. 그 준비를 하라는 듯 봄밤이 시끌하다. 밤하늘에 구멍을 파고 그리움을 건축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얀 그리움이 꽃으로 환생하는 계절이 완만하게 익어가는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