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9월, 서태지는 컴백했고, 그 시작은 화려 했으며 그 이름만으로도 사람들은 열광했다. 서태지의 컴백은 두가지 극단적인 시선으로 나뉘어 졌다. 하나는 서태지가 새로운 장르를 들고 나왔다는 것에 표절이니, 도전이니 운운해도 역시 서태지라는 다소 우호적인 시선과, 원래 있었던 장르를 마치 새로운 장르인양 도입해와 서태지라는 이름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배타적인 시선이 바로 그것이다. 서태지 '울트라맨'들은 분노와 열광을 동시에 보여줬고, 그 외의 기타 사람들은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처음과는 달리 채 한달이 지나지 않아 방송에 얼굴을 보이지 않는 서태지 열풍은 사그러드는 듯 싶었으나 다른 이유로 서태지의 이름은 또한번 거론되기 시작했다. (물론 그의 이름이 데뷔이후 한번도 사그러든 적이 없긴 하지만 말이다) 방송 출연과 공연에 관한 문제였다. 방송 출연을 하지 않고 사전 녹화만으로 매체 출연을 하겠다는 그의 단호한 입장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른 것이다.
: '끼'에서 서태지에 대하여 다루는 것은 서태지의 행동이나 그의 주관을 논하여 판단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가 우리나라 가요계에 미친 영향에 대하여 두 필진에 대한 생각을 보여줌으로 해서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이다. (이어 나올 두 글은 필진의 개인적인 생각의 필력이며 '끼' 편집부의 견해가 아님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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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저히 배타적인 서태지, 그의 사전녹화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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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녹화'? 아직도 이 단어가 생소한가?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우리나라 방송연예계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쟁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tv의 아이돌스타의 팬들이 있다면, tv밖에서는 tv를 위한 녹화현장에 발 부르트도록 뛰어 다니는 '서태지'의 팬이 있다. 얼마 전 사전녹화 특혜 시비 운운하며 조성모가 딴지를 거는 바람에 일반인에게도 어느 정도 알려진 이 일련의 '행사'의 잘잘못을 여기서 가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 태지팬 외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이 '행사'(물론 방송 관계자들은 관삼이 많았겠지만)가 끝난 마당에 한번 되짚어 보려는 것이다. 10년이 지나고 20년 지나면 이 '행사'를 둘러싼 모든 신경전이 너무나 우스운 것이 되 버릴지도 모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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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지 요새 뭐하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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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에 어느 정도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고는 요새 물어보는 말들이 있다. 서태지 요새 뭐해? 사실 8월말 떠들썩한 공항입구과 9월9일 화려한 컴백쇼 이후 태지를 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얼마전 인터넷 생중계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서태지는 너무나 조용히 지내는 걸로 여겨졌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 태지는 지금껏 라이브를 해왔다. 아니 그럼 숨어서? 이런, 사존녹화를 통해 팬들과의 라이브를 하느라 말이다. 사전녹화는 가요프로그램에 직접 나가서 연주하기 힘든 락그룹같은 경우 '외부에서 별도로 무대를 연출'하는 것을 말한다. 락음악을 하기에는 열악한 현재의 방송 시스템에서 '제대로'된 락 공연을 연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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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그렇게 많은 사전녹화를 했어?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면.. 태지는 컴백쇼 이후 지금까지 총 6차례의 사전녹화를 통해 15,000명의 팬들과 만났다고 한다. 화려한 컴백 쇼에서 있었던 20% 립싱크로 불거진 립ㅂ싱크 파문이 주홍글씨가 되어 서태지를 따라 다니는 와중에 100% 연주와 골수 팬만으로 이루어진 관객과의 완벽한 교감은 수많은 진풍경을 남겼다. 매주 공연이 열리는 사전 녹화장은 철저한 비밀에 싸여져 있으며 몇 시간 전에 '전용사서함'을 통해 공개되었다. 선착순 입장원칙이라 수많은 팬들은 '밤샘노숙'오 마다 않았고, 이에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걱정된 주최측은 '몇 시간 전 표배부'로 방식을 바꾸기도 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기동성이 뛰어난 지하철역에서 대기하는 팬들 덕에 지하철역이 북적대는 사태가 생긴다. 매회 수많은 에피소드를 남기면서 진행된 사전녹화(물론 관심있는 사람만 알겠지만)는 점점 물 흐르듯 유연한 진행을 보였고, 안과 밖으로 많은 결과물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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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녹화가 남긴 것. 첫째, 공연장에 직접가서 몸으로 락스피릿을 배운 태지팬들이다. 이들의 진가는 이화여대에서 열린 2000하드코어 페스티발에서 나타났는데, 지금까지 락공연장의 관객 물갈이의 주역이 될 전망이다.(중요한건 태지가 떠나봐야 알겠지만) 그들은 현재에도 자기들만의 공연을 만들어 '한번 맛들인'슬램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 둘째, 주말 오후 우연히 tv를 시청한 사람들이 '한국에서는 보기 힘듬직한' 라이브 광경을 보고 받은 문화적 충격이다. 특히 메사 팝콘과 스튜디오2000 같은 공연은 무대연출과 관객의 호응, 편집 등에서 웬만한 라이브 실황을 능가하는 화면을 보여주었으며 이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기대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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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이런 문화적 충격이 방송문화 전반에 변화로 다가올까? 현재까지는 원래 서태지가 의도했던 그 결과에 못 미치는 듯 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전녹화'에 대한 이해와 현 가요방송프로그램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는 것 말이다. 아직도 서태지 사전녹화에 대해 '특혜'운운하며, 심지어 왜 혼자서만 튀려고 하느냐.. 하는 말도 들리고 있는 실정이니. 그리고 여전히 풀지 못할 방송사와의 껄끄러운 문제. 실제로 서태지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진행된 사전녹화분, 찍어놓고 방송사를 잡지 못해 공중분해 될 뻔한 아찔함이 잇었다.
: 뮤지션위에 군림하려는 방송사의 권위주의와 '바뀌려는 정신'이 없는 한 서태지의 지금의 시도는 말 그대로 "서태지 한번"에 끝나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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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락음악팬들은 전문 락방송에 대해 꿈꾼다. 그렇다면 이리저리 장소 옮겨다니면서 사전녹화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주말 가요프로그램이 따분해서 이리저리 채널 돌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뮤지션이 잭없는 기타들고 나와서 립싱크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실력 없는 뮤지션은 나가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대한 가장 적절한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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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태지가 인터뷰에서 '인디 뮤지션들은 자기를 딛고 이용하라'고 하였다. 상당히 선동적이지만 백번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락 뮤지션들은 서태지팬들을 끌어들여 이용하라고 말하고 싶다. 수많은 사전녹화를 통해 락음악의 재미를 알아버린 팬들, 태지가 떠난 후 갈곳을 제공해주자. 그렇게 된다면 다음번 서태지가 돌아왔을 때 지금보다는 나이진 '음악환경'이 그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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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녹화 일정]
: 1차 mbc 공개홀
: 2차 메사 팝콘
: 3차 88체육관
: 4차 스튜디오 2000
: 5차 워커힐 수영장
: 6차 트라이포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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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내 곳곳에서 진행됨
: 매번 다른 모양의 무대가 연출됨. 공연장, 수영장, boxing장, 고압전선 철조망.
: 최소 700명에서 3.000명까지 다양한 수용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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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드코어 2000, 서태지면 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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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25일 토요일 저녁 7시. 서태지가 이화여대 강당에서 공연했다. 정확히 말하면 서태지의 단독공연이 아닌 '하드코어 락 페스티발'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하드코어'와 '페스티발'이란 타이틀을 달기엔 서태지를 제외한 대형밴드가 없다는 부분, 힙합밴드까지 출현했다는 부분 등에서 다소 어울리지 못한 감이 있으나, 하드코어라는 장르 자체의 국내 인지도를 고려해볼 때, 그만하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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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공연은 모닝힐('자유'로 대표되는 사회참여적 성향의 공연물을 기획했던 뮤직센터21의 후신)과 롤링 스톤즈(신촌 소재의 대표적인 록클럽으로, 공연기획을 병행하고 있다) 그리고 서태지의 합작품이다. 10월 중순경 서태지는 모닝힐로 먼저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그는 '인디음악의 대변자로서 나서 다양한 가요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의도를 밝히며 공연을 제의해 왔다. 이런 연유도 서태지의 출연료도 2천만원선에서 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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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치 않았다.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예상했던 바이지만)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천여명으로 추정되는 관중들이 서태지를 보다 가까이 보기 위해 전날부터 자리를 지켰다고 했다. 공연장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기 위해 바닥에 붙여진 포스터엔 똑같은 부분이 칼로 도려내어져 있었다. 원래 서태지의 얼굴이 인쇄되어 있던 부분. 팬들이 '태지오빠가 밟히면 안된다'며 도려내어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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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자가 있어야할 이대강당으 l층은 텅 비어있었다. 학교측에서 공연을 위해 의자를 모두 들어냈고, 때를 맞춰 공연날짜를 잡은 것이다. 그래서 1층은 관중들의 '액션'이 가능한 스탠딩으로 이루어졌고 2층은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서태지가 무엇을 하든 그는 다양한 연령대의 팬층을 몰고 다닌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 관중석의 연령대는 20대 초, 중반(으로 보이는 층)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초등학생에서 아줌마부대까지, 곳곳에서 보이는 의외의 연령층은 서태지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입증하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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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서와 서태지가 미는 하드코어밴드로 언론플레이된 실버스푼. 멜로디라인이 강조된 대중적인 하드코어를 선보였다. 오랜 염원이던 '일본진축'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디아블로는 '한국음악을 사랑해 달라' , '일본밴드에지지 않겠다'는 애국(?)적 당부를 반복하며, 오랜 연륜의 밴드답게 공격적이고 힘있는 무대로 강당 안을 눌러댔다. 기타리스트 (최창록, 안성훈)의 서태지 합류로 단숨에 유명세를 탄 닥터코어911의 무대는 평소 '잘하는'팀 답게 휭키한 리듬감으로 관중석을 뒤집어 놓았다. "최근 공연을 잘 안했는데 좋은 무대가 있어 나왔다"
: 크로우는 의외의 면모를 보였다. 기존 이들의 선보였던 사운드와 차별화되는 힙합 리듬라인을 차용한 곳을 선보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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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등장한 서태지. 최근의 빨간 레게머리와 반팔셔츠를 입고 등장한 근느 그로울링 보컬(에 가까운) 강력한 발성으로 시작부터 관중석을 압도했다. 그의 소년같은 미성을 고려해볼 때 치열한 연습을 했을 부분. <울트라맨이야>,<너에게>,<탱크>,<인터넷 전쟁>을 부른 후 너무나 속보이는 퇴장이 있었고 다시 무대에 오른 서태지는 "이제 속보이는 짓 안할께요"라며 <오렌지>,<대경성>을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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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 관중들의 경우, 공연 내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에 규제를 받던 이들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일어났다, 가드들에게 혼나고 다시 앉는 일들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나 서태지가 무대에 등장한 이후엔 거의 동시에 벌떡벌떡 일어나 전좌석의 스탠딩공연이 이루어졌다. 1층의 경우는 처음부터 난리도 아니었다.
: 언제부터 한국에 이토록 많은 하드코어팬들이 있었을까한 의구심이 생길 정도로 모두들 제대로 였다. 제대로 과격했고 놀줄 알았다. 그리고 서태지는 이들을 제대로 놀게하는 지도자같은 느낌을 주었다. 관중들의 감각 하나하나, 신경줄 하나하나가 서태지에 꽂혀 있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과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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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페스티발은 케이블 방송(m.net)에서 녹화방송하기로 되어있다. 그러나 서태지의 공연부분은 사전에 녹화가 금지되었다. 또한 사진을 찍는것도 허락되지 않았다.(공연관련 사진을 게재하지 못함을 이해 바란다) 롤링스톤 기획자 김영만씨는 '이번 공연은 거의 홍보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서태지 팬들의 위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동시에, 언론을 등에 업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잇는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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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그렇고 서태지보다 하드코어를 먼저 들고 나온 밴드가 국내에 없던가?
: 그럴 리가. 이날 공연장에서 함께한 밴드들 대부분이 먼저 하드코어를 시작했고, 가까운 예로 (원래 공연예정이나 최종단계에서 취소된)노바소닉의 경우만 해도 어떻게 보면 선배다. 그러나 서태지가 하드코어를 선보인 이후, 그가 내놓은 음악이 하드코어라는 이유만으로 선후를 따질 것도 없이, 그 음악적 질을 따질 것도 없는 하드코어는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 이 공연은 다시 한번 그런 거대한 서태지의 영향력을 확인시켰다. 서태지 말고는 불과 4개월만에 하드코어라는 장르를 이렇게 확산시킬 인물은 없다. 하드코어라는 장르보다 서태지가 하드코어를 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문화적 엑스타시의 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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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태지는 '다양한 장르가 힘을 얻는데 일조하겠다'라는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의 행보가 기대를 모으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여타 뮤지션들에 대한 영향력의 측면. 서태지의 영향력은 신인급 대중가수들에서부터 김종서, 신해철 등의 원류가 비슷한 뮤지션들까지 보다 다양하고 인디적이며 록스피릿에 가까운 음악들을 선보이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예상이다. 이것이 국내 대중음악 시장에 또 하나의 큰 흐름을 만들어 낼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 마지막으로 묻는다. 서태지면 다냐? 그날 자리한 팬들에겐 '모든것'이 었을것이다. 최소한 11월 25일 저녁만큼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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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가 정말 열심히 친거예여. 오타가 있더라두 잘 봐주세여.
: 좋은 기사인거 같애서 이렇게 열심히 쳐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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