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소망이 있습니다.
저희가 사는 아파트는 입주 33년 된 오래된 아파트이지만 오래되었기에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파트에 심겨진 벚나무들이 아름드리나무로 자라 봄에는 화려한 벚꽃과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을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던 벚나무의 잎들이 추위와 바람과 비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바닥에 수북이 쌓여만 갑니다. 마지막 잎이라도 남아 있는가? 마지막 잎새를 기대하며 올려다보니 야속하게도 한 잎도 남아있지 않고 회색빛 아파트 건물 옆에 황량하게 서있는 벚나무는 가늘어진 검은 손을 이리저리 흔들며 서 있어 쓸쓸함을 더하게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님을 나무도 알고 나도 압니다. 이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오면 검고 가느다란 가지마다 새잎이 나오고 화려한 꽃이 피고 벌들이 날아오는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것을........
어제는 이런 저런 일로 뵙지 못했던 어머니를 뵈러 갔습니다. 어머니는 눈도 뜨시지 않습니다. 그저 넣어드리는 귤 조각을 오물거리실 뿐입니다. 땅거미가 찾아오듯 어머니의 얼굴 피부는 점점 검은 빛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가느다랗게 변해버린 손을 휘저으시는 어머님의 모습에 아파트의 겨울벚나무가 겹쳐 보입니다.
지난번 보다 많이 쇄약해지시고 휠체어에 기대어 계시는 것조차 점점 힘들어 보여 그 모습을 바라보는 저의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인생이 다 가는 길이려니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을 스치며 휘돌아가는 차가운 바람에 마음이 아파오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소망이 있습니다. 아버님으로부터 시작된 우리집안의 믿음의 지킴이셨고 주님의 몸 된 교회에 한 평생 삶을 바치신 어머님 안에 예수님의 생명이 있고 그 생명은 새 하늘과 새 땅인 하나님의 나라를 열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것이 인생의 끝이 아님을 어머니도 알고 나도 압니다. 이 땅의 겨울이 지나고 나면 주님 앞에서 활짝 핀 벚꽃처럼 아름답게 서실 어머님을 생각하면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성도여러분! 우리에게 부활소망이 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주님의 대강절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