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 헤엄 치기...김종억
연일 비가 찔끔거리긴 해도 가끔씩 얼굴을 내민 햇님은 너무나도 강렬해서 아직도 여름의 한 중간임을 실감나게 만들곤 한다. 더구나 대기중의 습한 공기가 높은 온도와 뒤섞여 짜증을 불러오기 딱 알맞지만 그것조차도 여름을 굽이굽이 넘어가는 과정(過程)임을 어찌하랴!
토요일 오후에, 부랴부랴 고향으로 향했다. 고향 친구들이 그 날, 고향 냄새가 물씬 풍기는 해변가의 조개구이집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친구가 가족들과 함께 용유도 덕교리 부근 수영장으로 모처럼 시간 내서 가고 있으니 고향에 도착하면 그곳으로 오란다. 갯마을에 도착하니, 그 집 사장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검은 갯펄이 화들짝 드러난 앞 바다에는 멀찍이 물러간 바닷물이 일렁거리고 조개 캐는 사람들의 꼬므락 꼬므락 움직이는 모습이 아득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정녕 고향의 모습이로구나. 아련하게 떠오르는 옛 고향의 정취가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기도 하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몰려오니 끈적하던 더위는 사라지니 기분도 꽤나 괜찮다.
시장한 김에 바지락 칼국수를 시키니 손 큰 사장님 사모님, 세숫대야보다 큰 양푼에 한가득 끓여댄다. 늦은 점심을 먹고는 그 친구가 오라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앗싸! 산 중턱에 자리잡은 수영장, 이름하여‘파라다이스’다. 시원한 물을 보니 갑자기 수영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만인가! 초등학교 시절 알 친구들이 모여서 텀벙거리던 갯고랑! 그런데 우연히 오늘 그 친구들과 함께 수영을 하게 되었다. 한 친구는 어제 저녁에 너무 과음을 해서, 아니지… 농장에 농약 치고 풀 제거 하느라 힘이 다 빠졌다고 하면서 힘빠진 강아지처럼 첨벙거리다가 올라가곤 한다. 또 한 친구는 우리가 어릴적 즐겨하던 개헤엄으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간다.
개헤엄! 그 시절에 누구나 즐겨하던 개헤엄! 속도는 조금 늦을지 몰라도 물밖으로 고개를 쏙 내민 상태에서 신나게 발장구치던 개헤엄… 그 개헤엄을 치면서 한여름의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세월이 많이 흘러 지금은 한 친구가 자신의 손자 녀석을 튜브에 태우고 놀아주고 있다. 그러니 또 한친구가 개헤엄에 지쳤는지 그곳으로 합세해서 그 손자 녀석의 튜브를 밀면서 함께 놀아주고 있으니 영락없는 할아버지가 아니던가!
늦은 오후! 수영을 마치고 갯마을로 돌아온 우리들은 금방 잡은 우럭회에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느닷없이 폭포수 같은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하늘이 뻥 뚫린 듯 쏟아지는 비는 한동안 멈출 줄 모르고 설상가상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댄다. 바닷물은 마당앞까지 밀려와 철썩일때마다 물보라가 위로 튀어오른다. 실감난다.
그냥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에 고향의 또 한 친구를 불러내서 호프집에서 맥주잔을 기울이니 새삼 아련한 고향의 그리움속으로 쏜살같이 시간은 흘러 열두시를 넘기고 있었다. 결국은 열두시가 훌쩍넘은 시간에 난 빗속을 뚫고 서울로 향하고 있었다.
어찌나 바람이 세차던지 영종대교 하부 도로를 이용해서 서울로 향하는데, 가로등도 깜박 깜박 졸고 있다.
(그 날이 내 생일이라고 사무실 직원들이 준비... 사실은 음력인데....그래도)
(손자 녀석 고무 보트에 태우고...할아버지가...)
(나는 언제쯤 손자녀석과 수영장을 찾을까?...)
(귀여운 손자 녀석 성현이, 사진찍는다고 고개 들라고 하니...)
( 이 녀석이 갑자기 부끄럽다고 얼굴을 파묻는다. 귀엽다)
(드디어 폭포수가 쏟아지는 곳으로 밀고 갔다)
(여름의 한 때를 손자 녀석과 수영장에서 놀아주니 그것도 행복이련가?)
( 내 친구 종호... 농약치고 풀뽑느라고 힘이 다 빠졌다고 하면서...)
(누워서 송장헤엄으로 사브작 거린다.)
(내 고향 친구 병근이와 수영하던 도중에...)
(그나마 난 수영을 정식으로 배웠다. 오랜만에 하는 자유형이라 몸은 뻐근해도...)
(힘차게 물살을 가르는데, 숨은 언제 쉬나? 어쨌건...)
(폼은 엉성해도 배영으로 역주하고 있다)
(드이어 우리 친구 병근이의 개헤엄이 시작됐는데...)
(영락없이 앞발로 잡아당기는 게헤엄 맞다...강아지 같은가?)
(수영으로 지친 몸을 잠시 휴식하고 있는데...)
(이 분이 조병근 친구의 아내인데, 수영 정식으로 배워...자랑삼아 일명 물개라 불렀다. 남편이...)
(헉헉거리는 모습의 친구와는 대조적으로 아내는 신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