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북한산(北漢山) 국립공원이 가까우니 산책 겸해서 가게 된다. 초등학교 때 부른 노래 중에서 "북한산 단풍 한창이겠지 요담엘랑
단풍잎을 입에 물고 오너라"하는 기러기에게 단풍잎을 물고 오라고 부탁하는 가사가 생각이 나곤 한다.
어렸을 때에는 북한산은 어디 있을까? 어떤 산이길래 노래에도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한적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북한산을 뒷 동산으로 삼아 언제든지 오를 수 있으니 참 좋은 곳에 산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시내 버스를 타고 정거장 여섯개(1.2km) 지나면 탐방지원 센터(구 매표소)가 있고 거기서부터 산행은 시작된다.
내 걸음걸이로 대성문(大成門)까지 1시간 20분 내지 30분이 걸리는 거리인데 이정표상으로는 3km 정도 된다.
서울시내와 붙어 있어 수많은 등산객이 사시사철 끊이지 않는다.
예전에는 삼각산(三角山)이라고 하였으나 지금은 북한산이라고 한다고 모두 알고 있는데, 강북구에서는 삼각산이 맞다고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고 실제로 삼각산 고등학교라는 명칭의 학교도 있고 강북구의 상징 마크도 삼각산을 형상화 했다.
삼각산이라 하면 제일 높은 백운봉(白雲峰).만경봉(萬傾峰), 그리고 인수봉(仁壽峰)을 말한다.
세 봉우리가 뿔같은 형상이라고 삼각산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예전에는 북한산을 부아악(負兒嶽-- 아이를 업은 산)이라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실제로 북한산은 삼국시대부터 불리어 왔다는 문헌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어떤 명칭이 먼저인지 말해주는 전문가는 없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충주호는 제천시에 가면 충주호가 아닌 청풍호다. 충주호라고 하면 좋아 하지 않는다.
청풍호라고 해야 맞단다. "淸風明月"이라는 말이 여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청풍면과 주변 지역이 거의 호수로 잠겼기 때문이다.
호수 면적을 봐도 제천시 면적이 훨씬 넓다고 한다. 내 아이가 청풍면에서 1년동안 공중보건의사로 있어서 안 사실이다)
명칭을 보면 어떤 이름이 먼저인지 헷갈리게 된다.
북한산 국립공원에 포함된 북한산은 도봉산까지 포함하지만 바위 산이라 험악하다.
북악산(北嶽山)아닌가. 산에 악(嶽)자가 붙으면 험악한 산이라고 봐야 한다. 관악산, 치악산, 설악산, 월악산 등등.
청명한 가을 날씨에 선선한 바람도 불어 북한산에 올랐는데 사람도 많고 워크샵을 왔다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젊은이들
수백명이 있어 왁자지껄하였다. 대남문 앞에 해마다 피는 노란 들국화는 이제 꽃망울이 봉긋하게 생기고 있었다.
향기가 무척이나 좋은 가을 들 국화꽃이다. 가을 산의 정취는 어느 때보다도 산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준다.
모처럼 대남문(大南門) 아래에 있는 문수사(文殊寺)에 들렸다.
고즈넉한 조그마한 절집이 가을 햇살에 보기에 좋다. 작년부터 보수공사를 하여 마당도 주황색 벽돌로 새로 단장하였고
아늑하여 등산객들이 잠시 쉬어 가기에도 좋은 곳이다.
겨울에도 문수사 마당에 있는 나무 의자에 앉아 바로 앞에 높이 솟은 보현봉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기기에 좋기 때문이다.
동지날이나 석가탄신일에 가면 동지죽도 먹을 수 있고 절밥도 먹을 수 있다. 그런데 등산객이 너무 많아서 여러개의 긴 나무 의자가
앉을 데가 없다.
문수사 바로 밑으로 내려 가면 종로구 구기동, 평창동이며 이북 5도청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구기동으로 내려가는 길은 험한 곳이 많고 거리가 2.5km다. 경치는 아주 좋은데 너무 힘드는 길이다.
절에 가면 의외로 불교 신자가 많다는 걸 느낀다. 몇번씩 절을 하고 나오는지 모르지만 젊은 남자 등산객이나 여자 등산객들이
계속 법당에서 나오고 들어가곤 한다.
나는 종교에 관심이 적어 대웅전 불상을 쳐다보지도 않지만 조용한 분위기의 산사의 풍경이 좋아 찾아가곤 한다.
참 신앙심이 깊은 사람도 많기도 하구나 하고 느낄 때도 있다. 높은 산속에 있는 절을 다니며 신앙심을 다지니 말이다.
북한산 문수사는 강원도 고성(固城)에 있는 문수사, 오대산 상원사(上元寺)도 문수보살을 모시는 문수사다.
그리고 북한산 문수사 이렇게 대한민국 3대 문수사가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 갔던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 입구에
문수보살을 모시는 절이라고 큼직하게 돌비석을 세워 놓은걸 본 적이 있다. 예전에는 없던 비석이다.
북한산 문수사는 서기 1109년(고려 예종 4년) 대감탄연국사(大鑑坦然國師)가 창건하였다고 하는데 그 역사에는
조선 후기의 유명한 어사 박문수의 아버지가 후사가 없어 열심히 기도하여 아들 문수를 낳았다는 기록과
이승만 전 대통령 어머니도 문수사에서 열심히 기도하여 대통령 아들을 얻었다는 기록도 있다.
정릉에서 출발하여 영취사(靈鷲寺)에서 윗쪽 일선사(一詵寺)를 지나서 800m 정도 가면 대성문(해발 626m)이 나오고 거기서
서쪽으로 300m 쯤 더 가면 대남문이고, 대성문에서 동쪽으로 600m 쯤 더 가면 輔國門, 보국문에서 600미터쯤 가면 大東門이다.
대동문에서 우이동쪽으로 내려가면 4.19 국립 현충원이 있고 큰 절 도선사도 만날 수 있으며,
대동문에서 20분 쯤 가다 보면 북한산성의 산장이 나오고 거기서 샘물을 마실수도 있고 북한산장에서 1시간쯤 더 가면 백운봉에 닿는다.
대성문에서 서쪽으로 2.5km를 더 가면 비봉(飛峰)이라고 해서 신라 진흥왕 순수비가 있다. 신라가 한강 이북까지 영토를 확장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데 몇년 전 원 비석은 중앙 박물관으로 옮겨가고 모조 비석을 그 자리에 세워 놓았다.
북한산을 오르면 서울시내 전경을 거의 다 볼 수 있다. 서쪽으로 은평구 진관동 신도시에서 부터 일산, 강남, 북쪽 상계동, 의정부까지.
한번은 가을에 직원들과 평창동 독박골(1506년 연산군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은 박원종 일당이 중종반정을 일으킬 목적으로 역적 모의를
한곳으로 알려진곳이다)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사모바위를 지나고 청수동암문을 지나 문수봉(727m), 대남문까지 등산을 한적도 있다.
또 한번은 우이동 153번 버스 종점에서 우이암을 지나 도봉산 만장봉 밑까지 간 일이 있는데 오봉(五峰)을 지날 때 쯤 되니 너무 지쳐서
쓰러질뻔 한적도 있다. 길은 험하지 계속 오르락 내리락하는 산 길을 5시간 정도 걸었으니 지쳐서 한 발자국 떼기도 버거울 정도였다.
북한산은 그리 높지 않지만 계곡이 많고 산세가 수려하여 사시사철 어느 때 올라가도 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가을 단풍은 별로 볼것이 없다. 단풍나무가 드물고 소나무, 신갈나무, 굴참나무, 팥배나무, 산벚나무 같은 나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북한산에는 임금이 행차 때 머물렀다는 행궁이 2곳 있었고 창고 9곳, 저수지가 26곳, 우물이 99곳이 있었다고 역사에 전한다.
그리고 전쟁 때 장수가 지휘대로 삼은 동장대와 북장대, 남장대가 있고 암문(暗門)이라고 하여 지금도 비밀문이 6곳이 있다.
북한산은 서울시, 의정부시, 고양시가 둘러 싸고 있어 오르는 길이 수없이 많다.
1년에 전국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이 3천만명이라는 통계도 있다. 북한산 등산객은 900만명 정도라고 한다.
북쪽으로 삼각산이라고 부르는 백운봉(836m)과 만경봉을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서있는 암벽 등반의 명소 인수봉(818m)은 보이지 않는다.
인수봉은 강북구 쪽이나 의정부 쪽에서 봐야 뽀족하게 대머리진 모양을 볼수 있다.
북한산의 어지간한 높은 곳에 오르면 팔당 댐에서 흘러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을 볼 수도 있고, 그리고 북쪽으로 보면 도봉산과
수락산, 그 옆으로 불암산이 대머리 모양을 하고 서 있다. 불.수.도.북이라고하여 노원구 불암산에서 수락산, 도봉산을 거쳐 북한산까지
종주하는데 12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대단한 체력을 요하는 산행이다.
북한산의 단풍은 아직 들지 않았지만 산 꼭대기의 단풍나무 잎이 붉어지고 있었다.
오늘이 10월 7일이니 10일 후쯤이 되면 붉은 단풍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맑은 가을 햇살이 따사로워 즐거운 산행을 할 수 있었다.
북한산성은 1975년부터 다 허물어진 것을 헬리콥터를 동원하고 35년 동안 보수 공사를 하여 형태만 만들어 그런대로 모양을 갖추었다.
평양성 같이 높고 웅장하게 성을 쌓은 것이 아니라 서울 전경을 볼 수 있도록 사람의 눈높이 만큼 얕으막하게 축성한 것이다.
옛날 고구려, 백제,신라가 뺏고 뺏기던 치열한 시대의 성곽 모양은 아니어도 성을 만들어 서울이 옛 성곽으로 둘러싸인
도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서쪽 인왕산 부근에서는 성곽 복원이 계속되고 있다. 총18.1km 중 10.5km가 복원되었다고 한다)
첫댓글 너무 길다 ; 아무튼 잘보고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