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단전호흡이라든가 국선도, 마음수련, 기체조등으로 병을 치료하는 일이 있다고 하는데, 서양에서도 다우징(dowsing : 신체의 에너지를 탐색하는 일)으로 치료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부여여중에 있을 때 한 여선생님이 누구한테 전화를 걸어 대화없이 한참동안 가만히 있어서 "뭐 하시는거냐?"고 물어보니 자기 몸 상태가 안 좋아서 국선도 선생님께 전화로 '기'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선생님께 '기'를 받았더니 몸이 좋아졌다고 했습니다. "이거 참!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대놓고 할 수도 없고 속으로만 '별 사람들이 다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기'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있다고 해도 과연 전화로 그것을 전달할 수 있는지도 문제고, 요즈음은 무선전화 시대이니 스마트폰으로 기를 전달할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음양오행설'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때 제나라의 추연이라는 사람이 정리했다는 제자백가 중의 한 학설인데, 이 음양오행설이 도교와 결합하고 유교와도 결합하여 동양의 우주관 또는 세계관을 설명하는 학설이 되었습니다. 음양오행론이 현대 물리학이나 천문학이 설명하는 과학적 세계관과는 맞지않는 이론이고, 과학이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시대의 원시적 이론이라고 치부해도 되지만, 문제는 한의학에서는 이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 치료를 한다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오장육부에서 시작되는 기가 경락을 따라서 온몸을 순환한다는 것입니다. 혈관을 따라 피가 순환하는 것은 의학적, 과학적으로 밝혀졌지만, 기가 맥을 따라서 순환한다는 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김봉한이라는 학자가 토끼를 가지고 실험을 해서 경맥의 실체를 발견했다는 논문을 60년대에 발표했지만 그 후에 이를 뒷받침하는 후속 연구가 없어서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한의학이 실제로 병을 치료한 임상 증거는 넘치도록 많아서 비과학적이라고 무조건 부정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수지침 요법은 몸의 경맥에 흐른다는 기가 손에서 축소된 형태로 흐른다는 이론에 따라 손에 침을 놓아 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유구중학교에 있을 때, 체육선생님이 학생들이 배가 아프다고 하면 손에 침을 놓아 치료한다고 해서 속으로 '말도 안돼. 배가 아프면 배에다 침을 놔야지 왜 손에다 침을 놓지?'라고 생각해서 수지침을 근거없는 사이비 치료법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수지침 요법은 유태우 박사가 만든 치료법으로 1970년대 어느날 두통이 심해져서 침으로 직접 머리에 침을 놓아도 낫지 않은 상태였는데, 꿈에 신령님 같은 노인이 나타나서 "손을 몸이라고 생각해서 침을 놔봐라"는 말을 해서 꿈을 깬 다음에 가운데 손가락 끝마디를 머리라 생각하고 그 부분에 침을 놓으니 두통이 멈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랜 연구 끝에 수지침요법을 발표하고 보급에 나섰던 것입니다.
1992년인가에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인 박광수 선생님이 전교조 지회를 돌아다니면서 수지침 강의를 했었는데 부여에도 와서 3~4일 정도 강의를 했었습니다. 유태우 박사가 수지침의 이론에 대해 저술한 '고려수지침강좌'라는 아주 두꺼운 책이 있는데, 예산여고 영어교사 였던 박광수 선생님에게 영어 번역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영어 번역을 위해 수십번 책을 읽다 보니 저절로 수지침의 명인이 되어서 수지침 강사가 되어 강의를 하게 된 것입니다. 나중에 박광수 선생님은 수지침 요법에 인도의 전통의학를 접목해서 '색채치유요법'이라는 새로운 치료법을 창안해서 보급 활동을 했었는데, 그 강의는 박광수선생님이 논산지회에 왔을 때 들었습니다.
처음 박광수 선생님이 부여에서 수지침 강의를 할 때, 나는 수지침을 별로 믿지 않았지만 수강인원이 너무 적을까봐 인원 채우기 위해 의무감으로 들었습니다. 일요일 오후에도 수지침 강의가 있어서 강의를 듣다가 그 날이 숙직이라 중간에 나와 학교 숙직을 했습니다. 숙직 다음날 월요일 학교일과를 마치고 집에 오니, 집사람이 방바닥에서 떼굴떼굴 뒹굴고 있었습니다. 그 날 학교 직원 아버지 환갑 잔치에 가서 돼지고기를 먹었는데 체했는지 배가 아퍼서 끙끙 앓고 있었습니다. 집사람은 두달 전에도 체했었는데 열흘이 넘게 병원을 다녔었습니다. 갓난애인 딸을 동네 할머니께 맡길 때라 딸을 데려온 다음에 병원에 가기로 하고, 딸을 찾기 전에 어제 배운 수지침이지만 수지침 책에 나온 '상복통'치료법으로 집사람 손에 수지침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할머니 집에 가서 애를 데리고 집에 돌아오니 "세상에나!" 집사람이 멀쩡해져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거냐?"고 물어보니 수지침을 맞자마자 몸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너무 놀랍고 신기해서 가족들에게 다 전화해서 수지침으로 복통을 치료했다고 떠들었습니다.
그 다음 부터 나와 식구들, 학생, 교사들에게 수지침을 놓기 시작했는데, 복통, 다래끼, 감기, 변비, 눈병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운동기 질환인 발목 골절 같은 것은 별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수지침이 효과가 있어서 수지침 관련 책을 여러권 구입해서 읽었습니다. 읽다보니 진단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았습니다. 치료법은 상응요법이나 음양오행을 이용한 오치처방법이 있어서 책대로 치료하면 되지만, 환자가 무슨 병에 걸렸나가 문제였습니다. 간단한 복통이나 감기같은 것은 상응요법으로 치료하면 되지만, 무거운 병은 정확한 병명을 알아야 치료가 될 것 같았습니다.
한의학에서 전통적인 진단법은 손목 바로 아래에 있는 촌구맥을 잡아서 병명을 알아맞추는 진맥입니다. 수지침에서는 손목만 잡는 것이 아니라 손목의 촌구맥과 목 옆부분인 인영맥을 동시에 잡아 두 맥을 비교하는 '음양맥진법'으로 진맥을 합니다. 언젠가 유태우 박사가 대전에서 '음양맥진법' 강의를 한다고 해서 대전에 가서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론을 들은 다음 수강생들끼리 실제로 맥을 잡아봤는데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유태우 박사와 그의 수제자들이 수강생들의 맥을 잡아주고 어디가 좋지않다고 알려줬는데, 나같은 경우는 유태우 박사가 맥을 잡을 때 하고 수제자들이 맥을 잡을 때하고 다 다른 진단을 해서 '이게 뭐지?'했습니다. 유태우 박사의 수제자들도 수지침의 명인급일텐데 이런 사람들이 잡는 진맥이 유태우 박사와 다르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왜 이렇게 다 달라요?"하고 물어보니 "만명은 잡아봐야 정확하게 진맥이 가능하다."는 대답을 해서 맥이 빠졌습니다. 내가 만명의 맥을 잡을 수도 없고, 또 그때마다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데 어떻게 음양맥진법을 익힐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습니다. 한의학도 그렇지만 수치침도 표준화와 과학화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의사마다 다 진단이 다르고 치료법이 다르니 과학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요즘은 수지침에 대한 흥미가 많이 떨어져서 집에서 수지침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의학이나 수지침이 틀림없이 치료효과가 있어서 기치료를 한다는 사이비치료와는 다르지만, 어떨 때는 조금 의심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한의원에 가서 치료받을 때, 한의사들이 대충 치료하는 것 같아서 신뢰가 안갈때가 있습니다. 한의학과 수지침도 음양오행설이 아니라 현대과학에 맞게 실험하고 원리를 규명해서 이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