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인 섬 비진도, 선유峰탐사
(경남 통영시 한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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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마지막 절기인 상강이지난지도 꽤 되었다.
계절은 가을과 겨울의 경계에서 서로가 힘자랑을 하고 있다.
날씨가 싸늘해지면서 여름내 잃어버렸던 식욕이 되살아났다.
무엇을 먹어도 소화가 잘되고 식욕이 왕성해지는 요즘 자칫하면
체중이 불어 비만이 되기 쉽다.
오후만 되면 피곤함과 허기짐을 느껴 일이 손에 안 잡힌다거나,
저녁식사를 했어도 간식을 먹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이 같은 증상이 계속된다면 “탄수화물 중독”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것은 정제된 탄수화물식품을 습관적으로 먹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비만과 성인병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밥의 양을 줄이고 채소와 견과류, 육류, 달걀 등을 더 많이 먹자.
포만감이야 덜하겠지만,
비만을 부르는 탄수화물 중독에서는 해방 될 수 있다.
며칠 전에 한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는데 비만으로 나왔다.
이번 주는 보배로운 섬 비진島, 섬 산행을 하는 날이다.
면적 2.8㎢, 해안선길이 9㎞, 인구 300여명 정도의 작은 섬이다.
“미인도”라고도 부르며 大매물도, 小매물도. 한산도(閑山島)와
근접하고 있다.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이 왜적과의 해전에서 승리한 보배로운
곳이라는 뜻에서 비진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며,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다.
그제는 10월의 마지막 밤 이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 시월에 마지막 밤을 /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 우리는 헤어 졌어요, /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 그대의 진실인가요,”
가수 이용의 노래 “잊혀 진 계절”이 절로 흥얼거려지는 날이다.
스산한 바람에 “와르르!”
진저리치는 늙은 은행나무가 노란 잎을 털어낸다.
마당 귀퉁이에서 홀로 웃고 있는 노란국화가 얄밉다.
산기슭 말갛게 핀 연보라 쑥부쟁이 꽃이 깊어가는 가을을 알리며,
콧속을 찌르는 마른 풀냄새,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비진도(比珍島)는 경남 통영시 한산면에 속하는 작은 섬이다.
통영 남쪽 10.5㎞지점에 한산도에서 남쪽으로 3㎞ 떨어져 있다.
모양과 크기가 비슷한 남, 북 두개의 섬이 사주로 연결되어 있다.
섬의 최고봉은 외항의 외산(313m)이며 일명 선유峰이라 부른다.
사주(沙柱)길이는 550m이며,
해안은 사주가 있는 중앙의 지협部를 제외하고 가파른 해식애로
이루어져 있어 수심이 대단히 깊다.
온화한 기후로 아열대성 식물이 생육하며,
생달나무, 동백나무, 후박나무, 마삭 줄(마삭나무), 광나무, 곰솔(해송)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특히 천연기념물(제63호)로 지정된 팔손이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온화한 기후와 절경을 이루는 한려해상국립공원 한산도지구 내에
위치하여 피서, 피한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섬의 사주해안은 수온이 적합하여 피서객이 많이 찾아든다.
사주(沙柱)란
하천에 의하여 바다로 유입된 토사가 파랑과 연안류에 의하여 해안과
평행하게 퇴적된 해안 지형을 말한다.
사주가 발달하여 섬과 연결되면 육계사주,
육지와 연결된 섬은 육계도(陸繫島)라고 한다.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벌써 11월이라니.
시간은 강물처럼 흐르는데 흐르지 않는 것은 섬(島)이다.
우리의 삶을 통해 다 흘러가도 거기 흐르지 않고 남아 두고두고
뒤돌아 보여 지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시간 속의 작은 섬이다.
봄비가 탄생을 상징한다면 가을비는 생명의 소멸을 암시한다.
비온 뒤 찾아오는 따뜻한 가을햇살은 반가워도,
문턱 너머에는 겨울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현실을.
감정의 실타래가 잘 풀리지 않을 때나 소슬한 밤바람에 쉽사리 잠이
오지 않을 때에는,
따끈한 차(茶) 한 잔에 시(詩) 한 편의 여유를 가져보는 게 어떨까?
가만히 마음에 귀 기울이고 싶을 때 詩가 우리에게 다가온다.
가을에만 즐길 수 있는 소박한 사치처럼 詩가 내게로 찾아왔다.
기상예보에는 날씨가 싸늘하다 했지만 춥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역 광장은 평소와는 달리 관광, 산행버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의 마지막 손짓에 단풍을 찾아 떠나려는 것일까.
오늘은 47명의 회원들이 산행에 참여했다.
산행버스는 통영에서 출발하는 11시30분발 비진도행 배 시간을
맞추기 위해 바쁘게 달렸다.
출발 30분전에 통영港에 도착해서 회원 47명의 승선수속과
비진도(한솔1호) 왕복요금으로(단체할인) 597,250원을 지불했다.
통영의 날씨는 매우 맑았으며 바람도 없이 포근하다.
항구는 생업에 쫒기는 사람들로 항상 바쁘고 분주하다.
키 크고 낯선 빌딩 무리 사이로 오래전 헤어진 친구처럼 다정하게
말 걸어오는 글 판이 있다.
길 잃고 헤매는 모두에게 위로를 건네는 간결한 문장.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과 초겨울의 경계에 서있는 당신의 마음을
다독여줄 오늘의 글귀는 무엇인가요.
“낙엽이 지거든 물어 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안도현의 시 “가을엽서”에서)
남도의 바다는 오밀조밀한 섬들로 바다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내륙에 있는 땜처럼, 넓고 큰 여러 개의 호수(湖水) 같은 기분이다.
배는 푸른바다를 힘차게 가르며 앞으로 나가며 햇살은 먼 바다에
부서져 은빛조각으로 반짝인다.
비진도는 통영에서 배편으로 40분 거리다.
양동매씨들은 선실에서 벌써부터 홍어회에 소주잔을 들이 킨다.
“멋 져 부러!”
선실 2층으로 올라가니 다른 모임의 여성분들이 가볍게 사교춤을
추며 흥을 돋고 있다.
40여분 뒤 한솔1호는 내항선착장에 들렸고,
산행1팀(13명)이 먼저 내렸는데 내, 외항산책로를 따라 외항마을,
소나무 숲 소공원을 지나 외항으로 오기로 했다.
오늘 산행은 외항선착장에서출발:-
제1전망대 -흔들바위 -제2전망대 -선유峰 -용머리해안 -수포마을
-후박나무자생지 -거미 끝 치 -비진 암 -동백나무군락지 -비진해수욕장
-소나무 숲 소공원 -외항선착장으로 오는 약 6km 코스다.
산행이사가 앞장서서 산행 길로 접어들었다.
섬은 크지 않아 오밀조밀하게 생겼으나 볼거리는 많았다.
외항과 내항을 연결하는 육계사주는 시멘트로 사람들이 다니기 쉽게
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서쪽은 백사장, 동쪽은 자갈밭으로 되어있어 여름이면 수상오토바이와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등을 즐길 수 있다한다.
서쪽 해수욕장 해변 언덕에 수령 100년 이상의 해송 수십 그루가
시원한 숲을 이루며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산행1팀과 양동매씨들이 모여앉아 점심을 먹었다한다.
선유대바위는 옛날 신선들이 구름을 타고 내려와 놀았다는 속설이
있으며,
선녀들이 무지개를 타고 내려와 놀았다하여 선녀대라고도 한다.
난대식물인 팔손이나무자생지(천연기념물 제63호),
바닷가 산지에서 자라며 높이 15m, 지름 1m의 나무껍질은
회 흑백인 모밀잣밤나무 군락지,
수포里 작은 마을에 있는 암자인 비진암, 조용하고 고즈넉하여
스님들이나 고시준비생들이 찾는 곳이란다.
섬을 한 바퀴 도는 산행 길은 비좁고 해안은 급경사로 바닷가에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산에 오르면 공기의 양이 적은 탓에 기압이 낮다.
집에서는 섭씨100도에 끓던 물이 90도에도 보글보글 공기방울을
쏘아 올린다.
기압이 낮으면 적혈구가 증가해 혈액의 산소운반 능력이 놀아진다.
산에 가면 기분이 상쾌해 지는 이유다.
지난 주말 절정으로 치닫는 단풍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전국의 산이
북적였다.
얼마 남지 않는 가을산행의 기회를 놓치지 마시라.
산행을 마치고 뒷등으로 내려오니 부지런한 여성회원들이 육계사주
자갈밭에서 고동을 줍고 있는데 그 양이 꽤 많았다.
4시 40분 배 시간을 맞춰 소득의 즐거움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해수욕 철이 지난 섬은 한적하고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사람구경하기가 힘들 정도다.
간신히 영업하는 가게 한곳을 찾았지만 술과, 간단한 라면, 과자를
파는 정도였다.
우리는 맥주와 소주를 한잔 씩 했다. 막걸리가 딱 한 병이 있었는데
유통기간이 지난 것이어서 주인이 폐기했다.
산행이사가 와서 말하기를 내항선착장에 일부회원들이 있어 인원
파악을 해 알려주겠다며 내항으로 떠났다.
내항 쪽에 양동매씨들을 포함해 12명의 회원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
4시40분에 들어온다는 배가 5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군불은 아궁이에 불을 때 방을 따뜻하게 덥히는 걸 뜻한다.
우리 조상들은 밥 짓기 위한 불 말고는 모두 “가욋불”이라 여겼다.
가을바람이 쌀쌀한 요즘 군불로 훈훈해진 방이 생각난다.
특히 발을 딛기 힘들 정도로 뜨거운 아랫목이 그리워진다.
마른 장작이 타면서 내는 “탁탁” 소리까지도 정겹다.
쌀쌀한 밤공기에 군불 때는 황토집이 갑자기 생각난다.
늦가을 해는 짧기만 하다.
통영에 도착하니 어둠이 나래를 틀고 앉아있어 서둘러 산행버스로
회원들을 이동시켰다.
해가 진 부두는 갑자기 싸늘한 냉기를 품어내며 우리의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산행버스기사가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해두어 하산酒를 준비하는데
시간이 덜 걸렸다.
오늘 하산酒는 강 금순 양동매씨가 22만원을 들여 준비한 홍어회무침에
쇠고기낙지볶음과 백반이었다.
시장기가 발동한 회원들은 어둠속에서도 허기진 배를 채우느라 조용하다.
소주와 막걸리가 신나게 팔리고 음식이 맛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난리다.
하산酒를 내주신 강 금순 매씨한테 거듭 감사를 드린다.
(2012년 11월 2일)
첫댓글 섬은 작고, 산은 낮아도 오밀조밀하게 볼 것이 많았으며,
난대성 식물자생지가 많아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섬 입니다.
크고 작은 수많은 섬과 부서지는 은빛파도, 아름다운 일몰은 절경이었습니다.
봄향 봄향 Y 2012.11.04 22:18답글 | 차단 | 삭제 | 신고
무령고개~~육십령 알아보다 들렸습니다
감동이 밀려오네요
섬여행 다녀온 착각까지~~
감사합니다
┗팡팡 팡팡 Y 2012.11.05 09:03수정 | 삭제
들려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