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이 되어도 열기가 기승을 부린다.
기후변화로 인해 어너 해보다 무더운 여름 속에서 몸과 마음이 지쳐 갈 때, 시원한 한통의 전화 별소리가 울리더니 반가운 친구가 내일 창원으로 내려와 거제도 맛집에서 점심을 먹자고 한다.
사실 내 일은(8월 8일) 내 귀빠진 날이다, 다들 바쁜 관계로 지난 일요일 이틀을 당겨 가족들과 조촐한 생일 파티를 열었는데, 딸 네 외가 서운하다 하여 내일(8월 8일) 점심 약속을 다시했지만, 그만 친구가 좋아 천리길을 마다하지 않고 열차에 몸을 실었다.
오랜만에 탄 열차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광은, 더위에 지쳐 낡은 꼰대의 생각에 빠져든 내 정신과 육체를 다시 한번 뒤돌아 보며 충전하기에 충분했으며, 달리는 열차는 하기절 철로의 고열로 인한 차량 탈선방지를 위해 안전 운행한 기관사의 배려로 20분을 연착하여 창원 중앙 역에 도착했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주변을 두 리번 그리다가, 역에 미리 나와 나를 마중한 친구의 고마움에, 나의 첫마디는 "항상 부족한 친구를 초대해 주어 고맙다"란 인사와 함께 차에 올라 거제도로 향했다.
우리는 차 안에서 서로의 안부를 전하며, 특히 친구들의 건항을 이야기하기도 했고, 가는 중간중간 정말 변모된 풍경 속에서, 지난날의 옛 추억들이 마치 깔깔 그리는 영상사기 돌아가는 소리처럼 뇌를 스쳤으며, 부산 거제 간을 연결하는 거가대교를 진입하는 순간 대한민국 건설기술의 놀라움 속에, 눈앞에 펼쳐진 바다와 육지, 섬과 배들이 어우러진 장엄한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렸다. 바다 밑 깊숙한 해저 터널을 지날 때는, 나의 신체하부를 지나는 다리 동맥 같았으며, 다리 위를 달리는 상행 차선을 볼 때는, 발끝을 지나 다시 심장으로 돌아가는 정맥 같아, 우리 신체기관을 연결하는 핏줄처럼 거가대교는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교통수단이기보다, 조금은 의학적이고 철학적이며, 또한 문학적인 표현이 잘 어울리지 않나 싶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저 다리가 언제 건설된 다리인데라며 철 지난 잠꼬대 한다 하겠지만, 나는 이 다리 공사 중일 때 고향을 떠나 오랜 외국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내가 외국 생활을 하는 동안 친구는 참 많은 것들을 이루어 놓았다. 내가 듣고 눈으로 보아도 존경하리만큼 사업의 성장과 함께 이룬 사회적 인맥들이 나의 상상을 초월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일 중에서도 힘들고 서운한 점은 있었단다. 친구야! 참 고맙다, 자네가 이 험한 세상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길, 때론 가시밭길 속에서 방향을 잃고 홀로 걸으며 흘린 수많은 피와 땀, 그리고 서로를 믿었던 우정으로 인해 가슴에 응어리진 상처등은, 지금의 자네를 있게 한 천상의 업보라 생각하시게나.
그리고 이제는 거 무거운 짐들을 모두 내려놓고 서로를 용서하시게, 그렇게 말하는 항상 부족한 나의 말에 믿음으로 귀 기울여 던진 자네의 한마디 "니가 있다 아이 가"란 말이, 저 아름다운 거가대교처럼 영원히 변함없길 바란다.
금강산도 식후 경이라, 우리 때 늦은 점심의 성찬 속에 놓인 간장 게장, 고추장게장과 세숫대야 같은 큰 토기그릇의 칼국수 위에, 삼복더위에 지쳐 더러 누운 문어, 전복, 홍합, 조개등 다양한 해물이 어우러진 칼국수의 일미는 곰삭은 우정의 맛이었다. 또한 그 옛날 꿈꾸고 그리든 해금강 언저리 몽돌해수욕장... 곳곳을 누비며, 점점 쇠퇴해 가는 두뇌에 새로운 추억을 간직하게 해 준 친구, 자네야 말로 진정 나의 소중한 친구일세.
돌아오는 길, 고향 진해에서 우연히 만난 또 다른 친구들과 함께 진해중앙시장 남해횟집에서 철 이른 떡 전어로 저녁을 먹은 후, 그동안 잊어버린 듯한 추억 속의 카드놀이로, 지난날 우리 서로가 행복했고, 또한 서운했던, 옛 기억들은 서로의 배려 속에 묻어버리고, 카드놀이를 마친 후 깜깜한 시간 자네와 나 창원에서, 오늘의 추억을 되뇌는 매운 닭다리볶음에 생맥주 한잔이 한 여름밤의 영원한 우정으로 남길 바란다.
다음날 아침 카눈태풍 영향으로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첫댓글 반갑습니다.
올려주신 精誠이 깃든 作品 拜覽하고 갑니다.
恒常 즐거운 生活 속에 健康하시기 바랍니다.
아래와 같은 작품이라
여기는 통과할 게요 ㅎ
감사합니다